엔비디아 투자 비중 높은 ESG펀드 올해 수익률 ‘쏠쏠’
최대 투자 ESG펀드 ‘스웨드뱅크 로버’ 수익률 올 40%
ESG펀드는 본래 친환경 성격 큰 기술주 투자 비중 높아

[ESG경제=이진원 기자] 올해 주식 포트폴리오에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를 담아둔 투자자라면 상당한 수익을 챙겼을 게 분명하다.
지난해 11월 말 오픈AI가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를 공개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AI 투자 붐이 불면서 AI에 최적화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는 주요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폭등한 때문이다. 이 회사 주가는 올 들어 지난주까지 반 년도 안 되는 기간 무려 172%의 수익률을 올렸다.
엔비디아의 주가가 이처럼 크게 오르자 엔비디아에 투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의 수익도 당연히 쏠쏠했다.

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에 투자 중인 1300여 개 ESG펀드 중에서 엔비디아 투자 익스포저가 8억3000만 달러(약 1.1조원)로, 1위인 ‘스웨드뱅크 로버 테크놀로지 C(Swedbank Robur Technology C)’는 올해 수익률이 약 40%에 달했다. 이 펀드는 지난달에만 약 2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엔비디아 투자 1위 스웨드뱅크로버펀드 올 수익률 약 40%
스웨드뱅크 로버 펀드의 전체 운용 자산이 106억 달러(약 14조원)라는 점에서 이 중 약 8%를 엔비디아 한 종목에 투자한 셈이다. 이 펀드를 운용 중인 크리스토퍼 배럿(Kristofer Barrett)은 블룸버그에 "시장이 비합리적으로 움직일만한 징후가 많기 때문에 자신은 이례적인 열풍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애쓴다"면서도 “스웨드뱅크 로버 테크놀로지는 ESG 분야에 꾸준히 투자해 오면서 2016년부터 엔비디아에 투자해 왔다”고 설명했다.
ESG펀드들은 친환경 투자를 중시하기 때문에 에너지 기업보다는 기술기업 투자 비중을 늘려왔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사태 때는 저금리 환경과 재택근무 열풍 속에서 기술주가 급등하자 이러한 투자 전략은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지난해 연방준비제도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금리 인상과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에너지 공급 위기가 오면서 기술주가 급락하자 ESG의 미래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ESG펀드는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부진한 기술주 투자했던 ESG펀드들 올해 회복세
하지만 올해 AI주를 중심으로 기술주가 본격적으로 회복하면서 ESG펀드에도 서광이 비치고 있다. 지난주 금요일까지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100 지수는 올해 들어 33% 급등하면서 벤치마크 지수인 S&P500의 상승률 12%를 세 배 가까이 상회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 리서치(BofA Global Research)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에만 기술주로 역대 최대인 85억 달러(약 11.1조원)의 투자금이 몰렸을 만큼 올해 급등한 기술주 인기가 식기는커녕 오히려 더 뜨거워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올해 전 세계 ESG펀드 중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낸 펀드들의 수익률이 보통 30%가 넘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런 펀드들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예전부터 주목 받은 대형 기술주에서부터 재생에너지, AI, 반도체처럼 새로 뜨는 기업에 투자한 펀드들이라는 것이다.
스웨드뱅크 로버 펀드 다음으로 올해 엔비디아에 많이 투자한 펀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운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MSCI USA SIR UCITS' 펀드다. 3위는 프랭클린 리소시즈가 운용하는 기술 펀드다.
투자은행인 리베룸 캐피탈(Liberum Capital)의 호아킴 클레멘트 수석 전략가는 “ESG 펀드가 기술주 투자로 전통적 펀드에 비해서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AI가 급부상하면서 컴퓨팅 집약적인 애플리케이션의 인기가 높아지면 에너지 소비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한 투자가 정말 ESG 원칙에 부합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