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제=김강국 기자] 예상됐던 대로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가 전면금지와 신고 의무화 형태로 통제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 등 미국 자본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양자 컴퓨팅, 인공지능(AI)’ 등 3개 분야에 대한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미국 기업이 중국에 투자를 진행하려면 투자 계획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데,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이 규제 권한을 가지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군사 및 정보 관련 핵심 기술에 있어 국가 위기 상황을 선언한다"며 "일부 미국 자본의 투자가 이러한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번 조치로 안보 이익에 직결되는 분야는 대중국 투자가 전면 금지되며, 다른 민감한 투자는 신고 의무화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조치가 동맹국을 포함하는 것은 물론 의회와 초당적 논의를 거쳐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미중국대사관은 대변인 성명에서 "미국 정부는 상습적으로 기술과 무역 문제를 정치화하고, 이를 국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무기화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한국,동참 압박 커지며 선택 강요받을듯…美 당국자 "동맹 참여 중요"

이번 조치로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국에도 어떤 형태로든 동참 압박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했던 주요 7개국(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도 해당 문제가 논의됐으며, 영국과 독일 등 일부 유럽 동맹국이 미국과 비슷한 성격의 자체 규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통제조치를 취했으며,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와 일본이 여기에 동참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에 대한 규제가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한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했으며, 이번 조치도 경제적 차원이 아니라 안보 차원의 결정이며 중국과 '탈동조화(decoupling)'가 아닌 '탈위험(derisking)' 차원의 선택임을 강조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안전을 위해 차세대 무기 관련 특정 기술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조치는 기존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 및 미국 내 투자 규제와 맞물려 국가 안보 위협으로부터 보호막을 형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中 원료수출통제에 美 투자규제로 맞불…반도체전쟁 확대일로

한편 미국의 이번 발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분야 미중 경쟁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중국이 지난 8월 1일 차세대 반도체 원료로 주목받는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시행한 지 8일 만에 미국의 투자 제한 조치가 발표됨으로써 미·중이 '장군'과 '멍군'을 주고받는 모양새다.

다음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 분야의 미중 경쟁과 갈등 일지

▲2018년 10∼11월 = 미국, 중국내 D램 개발을 주도해온 반도체 제조업체 '푸젠진화'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하고 푸젠진화 관계자를 영업비밀 절취 혐의로 기소.

▲2020년 5월 = 미국, 자국 기술 활용하는 해외 기업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특정 반도체를 공급할 경우 미국 허가를 받도록 조치.

▲2020년 12월 = 미국,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SMIC(中芯國際·중신궈지) 등을 무역 블랙리스트에 등재해 미국 기업이 SMIC에 물품과 서비스를 공급하기 전 면허 취득을 의무화.

▲2022년 9월 = 미국, 자국 반도체 설계회사 엔비디아의 최신형 AI 반도체에 대해 대중국 수출 금지

▲2022년 10월 = 미국, 중국의 반도체 생산 기업에 대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 판매를 사실상 금지하고 AI와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의 수출도 제한.

▲2022년 12월 = 미국, 중국 반도체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수출통제 대상에 추가

▲2023년 5월 = 중국,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제품이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며 자국 '중요 정보 인프라 운영자'들에 대해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지하도록 제재

▲2023년 7월 3일= 중국, 차세대 반도체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 관련 품목들에 대해 허가 없이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8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

▲2023년 8월1일 = 중국의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령 발효

▲2023년 8월9일 = 미국, 중국 ‘첨단 반도체, 양자컴퓨팅, AI’ 등 3개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