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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산업도 ESG 투자 대상?...펀드매니저들, 긍정적 측면 주시

  • 기자명 이진원 기자
  • 입력 2024.09.04 14:25
  • 수정 2024.09.05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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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방산주는 ESG 투자에서 제외 대상
러·우크라 전쟁 이후 변화 신호 감지돼
방산주 투자하는 ESG 펀드들 증가 추세
자유 사회 보호와 전쟁 억제력 긍정적 평가

2023년 4월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동부 도네츠크주의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군대와 교전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2023년 4월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동부 도네츠크주의 바흐무트에서 러시아 군대와 교전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ESG경제신문=이진원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 계속되면서 방산주를 바라보는 ESG 펀드매니저들의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양국의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최근 몇 달 동안 각국 정부가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하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예전에 보기 힘들었던 현상이라는 것이다.

CNBC는 최근 방산업체 임원들의 말을 인용해서 “방산업체의 이익이 급증하고 정부의 국방비 지출이 늘자 ESG 펀드매니저들이 방산주를 보유하는 데 점점 더 익숙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임원들은 방산업체들이 전쟁을 억제하면서 자유 사회를 보호해주는 역할도 한다는 점을 이러한 변화가 생긴 원인으로 거론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 매체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산주 투자는 ESG 업계에서 여전히 논란거리"라고 덧붙였다. 

스웨덴의 방위 및 보안 기업 사브(Saab) 미카엘 요한슨 CEO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로 결정한 이후 ESG 투자를 둘러싼 논쟁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펀드매니저 등 투자자들이 전쟁을 억제할 수 없으면 ESG를 논하는 것 자체를 논할 수 없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요한슨은 CNBC에 “내가 보기에 그런 억제력 자체가 지속가능성의 근간”이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비극적인 전쟁이 일어나기 전만 해도 우리 주주 수가 4만5000~5만 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그 수가 17만50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그는 “물론 이제 우리 회사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지만 (ESG 투자를 둘러싼 논란 때문에) 여전히 투자를 망설이는 투자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감지되는 시각 변화

요한슨에 따르면 일부 연기금은 여전히 방산주 투자를 꺼리고 있다. 따라서 자사 주식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늘어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사브 같은 방산 기업을 갑자기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인정하는 식으로 분위기가 180도 뒤바뀐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미사일, 잠수함, 전투기 등을 생산하는 사브의 주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3배 넘게 급등했다. 2022년 2월 20일부터 2024년 8월 29일까지 상승률은 약 330%나 된다.

영국 방위 그룹 BAE 시스템스의 브래드 그레브 최고재무책임자(CFO)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에는 우리가 ESG 측면에서 훌륭한 일을 하고 있었는데도 관련 대화조차 시작할 수 없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ESG를 중시하던 펀드매니저 등이 자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자유 사회를 보호하는 데 자사 같은 방산업체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펀드매니저들이 방산주가 주는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면서 변화가 생겼다는 뜻이다.

핵 추진 잠수함과 전투기를 만들고 군수품을 공급하는 BAE 시스템스의 주가도 사브만큼은 아니지만 2022년 2월 20일부터 2024년 8월 29일까지 약 130% 상승했다.

방산주 투자 배제했던 ESG 투자

ESG 투자는 단순히 재무적인 수익성만을 추구하기보다는 말 그대로 ESG, 즉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적 측면에서 기업이 올린 성과를 고려하여 투자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다.

따라서 환경 파괴나 사회적 갈등 및 군사적 목적과 관련된 부정적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군수산업 관련 기업들의 주식인 방산주는 보통 ESG 투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왔다.

물론 일부 방산 기업들은 ESG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환경보호에 앞장 서거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거나 투명한 지배구조를 강화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상 방산주는 ESG 관련주로 분류되지는 않는 게 관례다.

하지만 적어도 CNBC와의 취재에 응한 사브와 BAE 시스템스 임원들은 이제 이런 시각에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사살상 펀드매니저들이 ESG 펀드 포트폴리오에 방산주를 담기 시작하고 있다는 건 이미 지난해 말 공개된 서베이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사브와 BAE 시스템스 임원들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을 굳이 찾자면 당시에는 정치적 압력과 방산주 투자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고수익으로 인해 ESG 펀드매니저들이 방산주를 투자했지만, 지금은 여기에 다소 긍정적으로 변한 방산기업에 대한 인식도 영향을 미치면서 ESG 펀드의 방산주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모닝스타 조사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ESG 펀드임을 표방하는 펀드 1238곳이 방산주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실시한 조사 때에 비해서 약 25% 정도 더 늘어난 숫자였다.

정치 이슈화된 ESG 투자

덴마크 투자은행인 삭소뱅크의 ESG 책임자 이다 카사 요하네센은 “그래도 전통적으로 ESG 투자자, 특히 개인 투자자들은 무기를 생산하는 기업과 얽히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이러한 기업들은 현재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나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무고한 희생자를 발생시키는 기업들이기 때문이며, 개인 투자자들은 이런 기업과는 거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SG 투자는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미국에서 정치적 이슈가 되어왔다.

공화당 의원들은 ESG 투자가 재무적 수익보다 자유주의적 목표를 우선시한다면 이를 ‘깨어 있는 자본주의'의 한 형태로 규정하며 비난했다.

반면에 민주당 의원들은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는 다양한 ESG 비즈니스 관행에 대한 공격을 “문화 전쟁을 일으키고 기업의 특수 이익을 보호하려는 시도”라고 설명하며 반발했다.

CBNC는 “전문가들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ESG에 대한 정치적 반발이 더 강해질지 약해질지가 판가름이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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