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우려 키운 형제의 난(亂) 수습 국면
지배 구조 개선에 역량 강화, 전사 투명경영위원회 설치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20.5% 감축 목표

[ESG경제=김민정 기자] 효성은 1966년 창업한 동양나이론에서 시작한 기업 그룹이다. 창업주는 고(故)조홍제 회장으로 1962년 화학섬유사업을 시작한 것이 그룹의 첫 시작점이 됐다.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2019년 5개 핵심 유닛의 합산 영업이익이 1조 1,000억 원(8억 5,050만 달러)에 달했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와 해외 자회사의 양호한 실적으로이 뒷받침이 됐다. 2016년 영업이익 1조2000억원, 매출 11조93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한 기록이다.
세계 1위 스판덱스 원사 공급업체인 효성티앤씨는 중국, 베트남, 인도 등 해외법인 매출 대폭 증가에 힘입어 영업이익 3229억원을 달성했다. 효성첨단소재는 미래 성장동력인 아라미드, 탄소섬유 등 신사업 안정적 매출에 힘입어 영업이익 1583억원, 매출 3조500억원을 달성했다.
또 효성케미칼은 PP(폴리프로필렌) 매출 호조와 자체 개발한 친환경 폴리머 신사업 폴리케톤으로 영업이익 1539억원을 달성했다. 효성중공업은 안정적인 수주를 바탕으로 영업이익 1303억원을 올렸다.
효성의 ESG에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지배구조다. 조 창업주는 1981년 장남 조석래 전 회장에게 효성을 물려줬고, 차남 조양래 회장과 조욱래 회장에게는 각각 한국타이어와 대전피혁의 경영을 맡겼다. 2016년부터는 3대인 조현준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3대에서는 당초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조현상 효성 사장이 균등한 지배 구조를 가졌다. 3형제가 각각 7% 수준의 효성 지분을 보유한 채 후계자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을 벌여왔는데, 경쟁에서 뒤쳐진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3년 7%의 지분을 일반 기관 투자가에게 모두 팔고 경영권을 내놓았다.
이후 이른바 효성가(家) '형제의 난(亂)'이라 불리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효성그룹 계열사들을 고발한 것이다.
당시 조석래 전 회장이 항암 치료를 받는 등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탈세와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고, 형제간 형사고발 사태까지 이어지며 재계의 우려를 낳았다.
조현상 총괄사장은 효성그룹의 부회장으로 올해 초 승진했다. 이로써 조석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준 회장과 3남 조 부회장의 형제 공동경영 체제를 갖추게 됐다.현재 효성그룹은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장남 조현준 회장이 지주회사 지분 21.94%, 3남 조현상 부회장이 21.42%를 보유하고 있다.
또 공정위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올해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동일인(총수)을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변경해달라는 신청을 했다. 효성그룹은 조 명예회장의 병원 진단서와 주식의결권(9.43%) 일부를 조 회장에게 위임하겠다는 내용의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효성의 실질적인 경영권은 이미 조현준 회장이 행사하고 있고, 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동일인 지정이 변경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ESG 경영 강화 나선 조현준 회장, 기업가치 높여
조현준 효성 회장은 ESG 강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효성은 지난 2018년 지주사 체제 전환 후 지속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명경영을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조 회장은 2018년 효성 지주회사 출범 당시 "전문성을 바탕으로 투명한 경영활동에 집중하고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 회장은 취임 직후 효성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나섰다. 그룹을 지주사인 (주)효성과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으로 나눴고, 자신은 최대주주이자 대표로 책임경영을 하고 사업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겼다.
그에 따른 성과는 결실을 맺고 있다. 효성그룹의 주요 3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은 지난 14일 KCGS(한국기업지배구조원)가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 지배구조 개선,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 운영,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한 소통 노력 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또 조 회장은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 대표위원 자리를 사외이사에게 넘겨 독립적으로 선정될 수 있게 하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직까지 수행할 수 있게 했다. 부당 내부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투명경영위원회도 설치했다.
ESG 체계를 확립하고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TFT도 운영하고 있다. ESG TFT는 ESG 경영을 데이터로 증명해 성과에 반영하는 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전체 PU(퍼포먼스유닛)의 역량을 한데 모은 개념이다. 기획·전략·경영·영업·홍보·마케팅 등 모든 팀의 핵심 인력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이와 함께 사업보고서나 홈페이지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관련 정보, 정기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현황, 배당 및 이사회 정보 등도 지속적으로 공개해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그린경영비전 2030, 환경친화적 경영 앞장
효성은 모든 사업에서 '그린경영비전 2030'을 기반으로 친환경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제품, 소재, 비즈니스모델을 지속 확대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효성이 내세운 ‘그린경영비전 2030’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20.5%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한 것이다.
효성은 계열사 대부분에서 그간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 설립, 탄소섬유 투자, 재활용 섬유개발 등 다양한 친환경 경영을 추진해왔다. 향후 차량용은 물론 드론, 선박, 지게차 등의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 등 수소 에너지의 사용처를 다변화함으로써 수소 경제를 활성화 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효성중공업은 지난 4월 국내 수소 생산을 위해 세계적 산업용 가스 전문 화학기업 린데그룹과 손잡고 총 3000억원을 투자해 액화수소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액화수소는 연간 1만3000t 규모로 수소차 10만대에 사용 가능한 물량이다. 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효성중공업은 전국 주요 거점에 수소충전소를 건립할 계획이다.
얼마 전에는 영국 다우닝사와 50MW급 대용량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ESS는 에너지저장장치로 특히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는 신재생에너지의 안정적인 사용에 필수적인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핵심설비다.
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8월 대규모 탄소섬유 투자 계획을 밝혔다. 효성첨단소재는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연간 탄소섬유 생산량을 2만4000톤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효성은 2011년 국내 최초 독자기술을 바탕으로 탄소섬유인 ‘탄섬 (TANSOME®)’개발에 성공했다. 탄소섬유는 섬유(실)이 탄소를 92% 함유한 제품으로 철에 비해 4분의 1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10배, 탄성은 7배에 달해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평균기압의 최고 900배를 견디면서도 가벼운 무게를 유지해야 하는 수소 연료탱크 소재로 적합하다.
효성티앤씨는 폴리에스터, 나일론, 스판덱스 등 주요 섬유 3종 모두 재활용 섬유를 만들어 국내외 친환경 패션시장을 공략한다. 최근에는 세계 1위 아웃도어 백팩 브랜드 '오스프리(OSPREY)'에 산업 부산물을 재활용해 만든 친환경 고강력 나이론 섬유 '마이판 리젠 로빅(MIPAN®regen robic)'을 공급했다. 마이판 리젠 로빅을 1㎏ 생산할 때마다 이산화탄소 6~7㎏의 절감 효과가 있다.
또 효성티앤씨는 제주도개발공사가 수거한 삼다수 페트병을 재활용 해 친환경 섬유 '리젠제주(regen®jeju)'를 만들었다. 친환경 가방 제조 스타트업인 플리츠마마는 16개의 페트병에서 뽑아낸 실 리젠제주로 플리츠니트 가방을 제작했다.
효성하이드로젠㈜는 액화수소공장 완공 시점에 맞춰 전국 120여 곳에 수소충전이 가능한 충전인프라를 구축, 생산된 제품을 차질 없이 공급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