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조현상 형제 독립경영...중공업 vs 첨단소재
형제간 경영권 분쟁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 엿보여
사촌기업 한국타이어 형제간 경영권 다툼 의식한 듯

[ESG경제=권은중 기자] 재계 31위 효성그룹이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그룹내 지주사를 추가로 신설하고 형제간 분할 경영체제로 전환한다. 지난 2018년 (주)효성을 중심으로 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지 6년만의 분할이라 관심을 끈다. 이번 분할은 조석래(89) 명예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회장과 3남인 조현상 부회장의 계열 분리를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효성은 23일 이사회를 열고, 효성첨단소재 등 계열사 6곳을 인적분할 해규 지주회사인 효성신설지주(가칭)을 설립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26일 밝혔다. 신설 지주사는 조 부회장이 맡는다. 이로써 신설 지주사는 효성첨단소재,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효성홀딩스USA, 효성토요타, 비나물류법인(베트남), 광주일보 등 6개사를 거느린다.
효성그룹은 존속 법인이 신설법인을 자회사로 두는 물적 분할 방식이 아니라 존속법인 주주들이 일정 비율로 신설법인 지분을 나눠 갖는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이렇게 주주 구성을 그대로 두는 인적분할을 하는 까닭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이기도 하지만 계열 분리를 미리 진행함으로써 향후 일어날 수 있는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그래서 이번 분할은 두 형제가 기존에 주도해오던 사업 중심으로 분리했다. 실제 분할 계획으로 현재 지주사인 ㈜효성에 화학, 중공업, 티앤씨, ITX 등이 남게 된다. 형인 조현준 회장에게는 중공업을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에게는 첨단소재 기업의 경영을 맡긴 것이다. 매출로 보면 존속지주 기업이 연간 19조원, 효성신설지주는 7조원 대다.
자산의 분할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으로 효성(존속지주)이 0.82, 효성신설지주가 0.18이다. 만약 100주의 ㈜효성 주식이 있다면 존속지주사는 82주를, 신설지수회사는 18주를 가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 분할비율에 따라 두 형제가 독자 경영하던 계열사를 포함해 54개 계열사의 지분이 순차적으로 재편될 전망이다(그림 참조).
효성그룹의 주요 자회사 주주현황을 보면 이번 신설지주사 분할 구도와 거의 일치한다. 조현상 부회장이 이끌 효성첨단소재는 조현준 회장 지분이 전혀 없다. 또 조현준 회장이 맡은 효성티앤씨는 조현상 부회장 지분이 전혀 없다.
신설 지주회사는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글로벌 소재 전문 기업으로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세계시장 점유율 톱을 다투는 타이어코드, 수소 에너지용 탄소섬유, 방산소재인 아라미드 등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효성 측은 “이번 인적분할이 오래 전부터 준비된 작업”이라며 “회장, 부회장 형제간에 합의가 됐다”고 밝혔다. 이번 분할에는 경영 일선에 물러난 조석래(90) 명예회장의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재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조석래 명예회장이 올해 89세(1935년 생)로 고령이다.

향후 형제간 지분 교환 자금 마련이 관건
효성은 오는 6월14일 주주총회를 열어 분할계획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후 7월초 실제 분할을 거쳐 7월29일 관련 주식을 재상장한다. 두 지주회사는 향후 이사진을 각각 꾸려 독립경영을 하게 된다.
이런 절차와 함께 눈여겨 볼 대목은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간의 지분 스왑이다. 현행 공정거래법 상 특수관계인인 친족 간 계열분리를 하려면 상호 보유지분이 3%를 넘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지주사 효성 지분율은 조현준 회장 21.94%. 조현상 부회장은 21.42%로 비슷하다.
하지만 조현준 회장이 갖게 되는 신설지주 지분 21.94%와 조현상 부회장이 갖고 있는 효성 지분 21.42%의 지분을 교환할 때 조현준 회장이 추가 정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설지주 회사의 지분가치가 기존 지주회사인 효성의 4분의 1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조현준 회장의 자금 마련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또 조석래 명예회장이 소유한 지분(10.14%)의 향방도 관심을 끈다. 2014년 경영권 다툼을 벌였다가 회사를 떠난 2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이 유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형제의 난’ 이후 계열 분리 준비해와
2014년 조현문 전 부사장은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효성그룹 계열사를 고발한 바 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형제들의 사생활을 폭로할 정도로 가족 간 감정 대립이 극심했다.
효성그룹은 이런 ‘형제의 난’ 이후 조직 개편에 속도를 냈다. 2017년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공식화하고 인적분할에 나서왔다. 당시 ㈜효성은 각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4개의 회사(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첨단소재·효성티앤씨)를 설립했다가 이번에 또다시 물적 분할을 한 것이다.
이런 물적분할은 지난해 말 효성그룹과 사촌관계인 한국타이어(한국앤컴퍼니) 오너 형제의 경영권 싸움도 계열 분리 작업의 추진력으로 작동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효성그룹은 이미 1980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계열분리를 한 경험이 있다. 당시 창업주인 고 조홍제 명예회장 시절, 장남 조석래 명예회장이 효성을, 차남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은 한국타이어를 각각 맡았다. 효성과 한국타이어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기업집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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