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께 10GWh시장으로 급성장해 파생사업으로 확장.
올 6월 핀란드기업과 협업 통해 현대제철 공장에 설비구축

[ESG경제=조윤성 선임에디터] 전기차 시장이 내연기관을 뛰어넘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에 사용된 뒤 남는 폐배터리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진다.
16일 에너지 시장 분석업체인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30년에 이르러 3000만 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2030년에 신차 기준 전기차 비율을 50%로 올리는 정책을 취하고, 유럽의 경우 35년에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아예 금지할 계획이다.
급성장하는 전기차시장에서 동력원으로 사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노후화된 이후 어떻게 처리할지에도 글로벌 전기차 메이커들은 제각각 처리방법을 마련해 발표하고 있다.
전기차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이나 중국시장을 예를 들면 전기차 메이커들은 폐배터리를 직접 회수해 재활용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제품 생산자에게 폐기물 회수 및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에서는 전기차 메이커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서 회수해 재활용하는 방식을 고민 중에 있다. 국내는 구매 보조금 규정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폐차 시 해당 지자체에 반납하도록 하는 규정 마련을 논의 중이다.
이처럼 전기차 메이커들은 자신들이 직접 폐배터리 활용에 나서기도 하지만 지역에서 재활용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도 전기차 메이커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ESS(Energy Storage System. 에너지 저장장치)다. 보관이 어려운 전기를 ESS에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나 부족할 때 공급해 쓸수 있게 해주는 커다란 배터리인 셈이다.
과거 정속 발전기로 대표되는 구시대 전력 시스템을 예를 들면 발전소는 송배전망(전선)을 통해 필요한 곳에 전기를 공급하는데 기존 발전 시스템은 최대 부하에 맞춰 전기를 생산한다. 쉽게 말해 1년 평균 60의 전기를 사용하더라도 에어컨 켤 일이 많아지는 여름에 90 정도의 전기를 사용한다면, 90에 안전 계수를 곱한 100만큼의 전기를 생산해야 한다. 여기서 40의 발전 손실이 발생한다.
ESS는 소형 리튬 이온 배터리를 모아 하나의 큰 덩어리로 만든다. 전기차의 동력원이 리튬 이온 배터리기 때문에 노후화된 전기차의 배터리를 모아 재가공하면 ESS로 활용할 수 있어 전기차 시장과 동반성장이 가능한 사업이기도 하다.

현대차그룹, 폐배터리 ESS 활용 사업 본격화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추세에 맞춰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한 ESS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래 혁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신재생 에너지 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자동차그룹은 ESS 관련 핵심 기술과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전문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전략적 협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26일 세계적인 에너지기업 핀란드 바르질라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맺으며 첫 발걸음을 뗐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 아이오닉 일렉트릭, 쏘울 EV 재활용 배터리를 기반으로 1MWh급 ESS 설비를 구축하는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미국 등 다양한 글로벌 지역으로 실증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며, 향후 3년 안에 산업용 ESS 상용화 제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후화된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해 ESS를 만들고, ESS를 이용해 저장된 전기를 이용해 새로운 전기차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가 생기게 된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전기차 재활용 배터리 물량이 2016년 0.1GWh에서 2025년 29GWh로 급증하고 이중 10GWh 가량이 ESS에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10GWh는 2만8000가구(4인 기준, 가구당 월평균 전력소비량 350kWh)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으로, 현대자동차의 코나 일렉트릭(64kWh) 15만5000대 이상을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메이커들은 7~8년 정도 사용해 1차 수명이 다한 전기차 배터리의 용도를 변경해 재활용하면 추가로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ESS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환경 이슈가 전 지구적 사회 문제로 대두되면서 폐기물 재활용 관련 정책적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점도 전기차 배터리 ESS 시장이 각광받는 이유라 할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를 ESS로 재활용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자동차 세그먼트, 크기, 주행 특성 등에 따라 모양과 탑재 위치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ESS로 재활용할 때 설계적인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비용최소화를 위해서는 단일 차종, 모듈 단위 이상의 배터리를 가공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존재하는데 판매량이 높은 전기차 모델이 ESS 사업에도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에너지의 낭비를 막고, 한정된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차원에서 ESS는 선순환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라며 “새로운 미래 먹거리라 불러도 무리가 없는 전기차 시장이 새로운 파생 산업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