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산업, 전통 제조업 대비 ESG 리스크 오히려 다양
MS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 ESG 분야별 발빠른 대응 나서

[ESG경제=김민정 기자]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모든 산업분야에서 ESG(환경, 사회, 거버넌스) 경영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도 ESG 리스크에 대한 대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제껏 ESG 관련 리스크 탄소배출과 고용이 많은 전통 산업에 많고, 정보기술과 전기차 등 빅테크 기업들은 저절로 ESG 평가를 높게 받는 위치에 있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테크 기업들은 절대 강도는 떨어지더라도 더욱 다양한 ESG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고, 새롭게 떠오르는 ESG 관련 규제와 여론의 역풍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정KPMG가 4일 발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ESG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테크 기업의 70%는 ESG 리스크 관리를 위한 우선과제를 도출하고, 탄소 배출 저감 목표 등을 설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0%가 기후변화 이슈를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고, 66%는 기업의 활동을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하고 있다.

글로벌 테크 기업 70% ESG 리스크 대응 시작
보고서는 빅테크 기업의 ESG 리스크는 전통 제조업에 비해 오히려 크고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데이터센터나 생산설비 가동 등으로 인해 전력사용이 많고, 공급사슬이 복잡해 인권이나 환경 이슈에 얽히기 쉬운 탓이다.
탄소 배출 관련 글로벌 규제 강화 추세는 빅테크 기업이 직면한 주요 ESG 리스크 요인 중 하나다. 테크 기업은 제품 생산·유통 과정에서 오염과 폐기물을 유발하는 것 외에도 데이터 보안과 사이버 공격에도 노출될 우려가 높다. 또 미래기술인 인공지능(AI) 등의 신기술 개발 과정에서는 사회적, 윤리적 이슈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일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당면한 ESG 리스크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연 냉각이 가능한 해저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프로젝트 나틱(Project Natick) 실험으로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섰다.
구글은 클라우드 콘솔에서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 탄소 발자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플랫폼은 클라우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기량과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추적하여 보고한다.
구글 클라우드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크리스 탈봇은 “ESG 정보 공개에 대한 요구사항이 증가함에 따라 직원이나 이사회, 고객들에게 구글의 기후 목표에 대한 진행상황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탄소발자국 추적 플랫폼을 사용하여 클릭 한 번으로 내부 탄소 저장량과 배출량 등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ESG 리스크 관리에 블록체인과 크라우딩 기술 적극 활용
원자재 소싱 및 공급망 관리를 위해 RMI(Responsible Minerals Initiative) 협의체에 가입해 공급망을 관리하는 테크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테슬라는 코발트 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동 노동 착취, 인권 침해, 불법 운영 등의 이슈에 따라 ‘코발트 프리’를 선언하고 향후 코발트를 자사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IBM과 MS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공급망 관리 솔루션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보다 효율적으로 공급망을 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확보했다.
월마트나 네슬레, Dole 등 미국 대형 식품 기업들은 각 공급망을 통해 식품을 추적하기 위해 IBM과 협력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23년까지 매출이 50억 달러 이상인 제조 회사의 30%가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공급망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은 기본, AI 원칙도 세워
테크 기업들에게 친환경 행보는 이제 기본이 됐다. 인텔은 10년 전부터 제품 생산에 납 사용을 100% 중지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에너지도 바이오매스나 지열, 소형 수력, 태양, 풍력 등을 공급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테슬라는 엑스프라이즈 재단(XPRIZE Foundation)을 통해 비용 경쟁력을 갖춘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개발을 위한 대회를 진행 중이다. Adobe도 2035년까지 100% 재사용가능 에너지 사용 달성을 계획하고, 그린IT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테크 기업은 자원을 채취해 대량 생산하고 폐기하는 선형경제의 대안으로 순환경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순환경제는 폐기물 최소화를 넘어, 자원 채취-생산-소비-재활용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데 초점이 맞춰진 모델이다.
빅테크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AI 알고리즘은 ESG 분야 중 편견과 불평등, 차별을 유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음성·이미지 합성 기술 등의 경우도 자칫 부적절한 의도로 오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AI는 범죄나 테러에 사용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테크 기업들은 인간이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AI 원칙을 만들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AI의 부작용과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 기업인 메타(페이스북)의 경우 지난 10월 페이스북 커넥트 연례 행사에서 ‘책임 있는 혁신 원칙’하에 메타버스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삼정KPMG 전자정보통신반도체 산업 리더인 염승훈 부대표는 "테크 기업은 제품·서비스의 전체 라이프사이클에서 발생할 수 있는 ESG 리스크 요소를 전방위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테크기업의 타깃은 글로벌 시장이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ESG 규제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빠르게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