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가 美 최대 자동차 시장이란 점에서 업계 파장 만만치 않을 듯
시장 반응은 엇갈려...전기차 친환경성 여부 논란 재점화 가능성
캘리포니아 사용 전기의 65% 재생 불가능한 화석연료 등으로 생산

[ESG경제=이진원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24일(현지시간)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최대 인구의 자동사 시장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세계 자동차산업에 미칠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전기차가 진정 친환경인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커질 가능성이 크다.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수소차의 신차 판매 비중을 현재 16% 수준에서 2026년에는 35%, 2030년에는 68%로 각각 끌어올린다는 중간 목표도 설정했다. 또 2040년이면 자동차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5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캘리포니아주,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캘리포니아에서 운행되는 등록 전기차 대수는 55만 대 이상으로 미국 최대지만, 아직 3000만 대가 넘는 전체 등록 차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도 캘리포니아주에서 팔린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16%에 불과했다. 다만 이번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 계획에 따라 앞으로 4년 안에 이 같은 비중은 두 배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캐나다, 중국 등 주요국도 2030~2040년 사이에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미국에서 정부 차원으로 확정한 것은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최초”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신차 판매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2035년 이후에도 내연기관 차를 보유하거나 중고차로 판매할 수 있다.
이미 2020년 탈화석연료에 속도를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탄소 공해를 근절하기 위해서 대담한 조치를 취한다면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캘리포니아가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이자 국가로 치면 국내총생산(GDP)이 영국의 GDP를 넘어선 경제 규모로 세계 5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NYT는 최소 12개 주가 캘리포니아의 계획과 동일한 내용의 규제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레인 렌돌프 CARB 회장도 “이번 결정은 캘리포니아에 역사적인 순간”이라면서 “우리의 파트너 주들과 전 세계가 탄소배출 제로의 미래를 향한 길을 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엇갈리는 업계 반응
이번 결정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환경 활동가들은 “환경 운동의 중대한 승리”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또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의 조셉 멘델슨 고문은 BBC에게 “CARB의 계획은 달성 가능할 뿐 아니라 캘리포니아가 전기차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며 기대감을 피력했다.
반면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도요타 등의 자동차 제조사들을 대표하는 자동차혁신연맹(AAI)은 전기차 수요 확대를 위해서는 더 많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보젤라 연맹 회장은 “더 많은 전기차가 길거리에서 다니게 하려면 궁극적으로 이런 전환의 성공을 결정하는 다른 정책들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며 “해당 규정은 인플레이션과 충전 및 연료 인프라,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원자재 확보 등 다양한 전제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친환경 논쟁 재점화
캘리포니아의 이번 결정은 전기차가 진정으로 ‘친환경적’인지 여부를 두고 벌어져 온 논쟁을 재점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가 실제로는 거의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자체는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전기차의 에너지원인 전기는 전력 발전소를 통해 공급받는 전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전기차가 늘어나서 전력발전소가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더 많이 태워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가 친환경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서 사용하는 전기의 65%도 이처럼 재생불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해서 생산한다.
또한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수명은 약 15년 정도이며 수명이 다한 배터리는 폐기되는데, 이럴 경우 위험한 독성물질이 배출돼 역시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선 리튬과 코발트를 채굴해야 하는데 이를 둘러싼 심각한 환경과 인권 문제도 늘 논란이 되어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