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 즉시 추진 필요
이럴 경우 '30년까지 유럽과 중국, 미국 연간 성장 둔화 효과 0.15~0.25%에 불과

[ESG경제=이신형기자] 기후변화 대응 정책 추진이 지연되면 세계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가 나왔다.
IMF의 벤자민 칼톤과 장 마르크 나탈 이코노미스트는 5일 IMF 블로그 기고를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적어도 4분의 1을 감축해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불가피하게 이런 중대한 전환을 위한 비용이 발생하지만 기후변화 억제를 통한 헤아릴 수 없는 혜택이 장기적으로 비용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달 나온 2022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의 3장 “탈탄소화 정책이 거시경제에 미치는 단기적 영향”을 작성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적절한 정책이 즉시 입안되고 앞으로 8년간 점진적으로 추진되면 감내해야 할 비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지연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은 훨씬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지난 6월 워킹페이퍼를 통해 석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이번 세기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78조달러의 순편익이 발생할 것으로 밝힌 바 있다. IMF는 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탄소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단기적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기 위해 IMF는 중국과 유럽, 미국, 그 외 지역의 4개 권역을 설정했다.
IMF는 4개 권역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분의 1 감축하기 위한 탄소세 도입과 점진적인 탄소세 세율 인상 등 예산중립적인 정책이 저탄소 기술과 가계의 에너지 전환 지원, 근로소득세 감면 등의 정책과 함께 즉시 추진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럴 경우 2030년까지 이런 정책 조합이 유럽과 중국, 미국의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성장률 둔화 효과가 전력 생산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나가는 속도에 따라 지금부터 2030년까지 연간 0.15~0.25%p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신흥국은 이보다 높은 성장률 둔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다. 따라서 IMF는 금융과 기술 분야의 국제적인 협력이 중요하고 저소득 국가의 경우 특히 선진국의 관련 기술 공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물가는 모든 권역에서 0.1~0.4%p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다.

칼톤과 나탄 이코노미스트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비용을 줄이려면 앞의 정책 조합이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하고 가장 효과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정책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정책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부족하다면 가계와 기업이 투자 결정에서 탄소세 과세에 따른 미래의 세금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저탄소 기술 등에 대한 투자가 적게 이루어져 전환이 지연되고 결국 같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나중에 더 강력한 정책 수단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에 대한 신뢰가 부족할 경우 2030년까지 치러야 할 전환 비용이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그린플레이션 우려 과도해...정책 추진 지연될 수록 피해 커져
정책입안자들은 현재와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추진하면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물가 불안이 가중돼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IMF는 이런 우려가 지나치다고 밝혔다.
점진적이고 신뢰할 만한 기후 정책은 가계와 기업에 저탄소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시간적 여유와 동기를 제공할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통화정책을 통한 중앙은행의 기대인플레이션 억제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의 예를 들면 점진적이고 신뢰할 만한 정책이 즉시 도입되면 성장과 물가의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작아져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을 펴도 성장률 둔화 효과가 연간 0.1%p에 그칠 것으로 분석됐다.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지연되면 성장과 물가의 트레이드오프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현재와 같은 고물가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신뢰를 잃을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대인플레이션 억제에 실패한 가운데 추진되는 기후변화 대응 정책은 추가적인 물가 부담으로 이어져 성장과 물가의 트레이드오프를 키울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진정될 때까지 기후변화 대응 정책 도입을 미루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2027년까지 정책 도입을 미룰 경우 이후 더 급격한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기 위해 더 높은 세율의 탄소세를 부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통화정책의 신뢰가 유지되고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 빠르게 추진돼도 물가 안정을 위한 통화정책이 추진될 경우 성장률이 4년간 1.5%p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