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동부, 관련 규정 최종안 발표...공화당은 비판
퇴직연금의 ESG 투자 적절성 관련 논란 마무리

[ESG경제=이진원 기자] 미국 근로자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수탁회사들이 ESG 요소를 고려해서 퇴직연금 투자처를 선택하고, 주주 투표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블룸버그와 JD슈프라 등 외신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22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최종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Employee Retirement Income Security Act)에 따라 퇴직연금 수탁자들이 401(k) 같은 연금을 운용하거나 주주 투표권을 행사할 때 기후변화 등 ESG 요소를 고려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이다. 다만 ESG 요소를 의무적으로 고려하라는 뜻은 아니다.
최종안은 '기후 관련 금융 위험의 위협으로부터 미국 근로자와 가족의 노후 대비 저축과 연금을 보호하기 위해 수탁자들은 ESG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또 수탁자가 퇴직연금 상품의 기본 옵션인 적격디폴트투자상품(QDIA·Qualified Default Investment Alternative)을 선택하고, 대리투표 등 주주권을 행사할 때 기후변화와 ESG 요인을 고려할 수 있게 했다.
ESG 투자는 401(k) 같은 연금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이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같은 주요 ESG 자산운용사들이 새로운 투자 옵션을 마케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부가 이번에 발표한 규정 최종안의 정식 명칭은 ‘퇴직연금 투자상품 선택 및 주주 권리 행사의 신중함과 충실함(Prudence and Loyalty in Selecting Plan Investments and Exercising Shareholder Rights)’으로, 지난해 5월 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라 마련됐다. 이 규정은 공표 후 60일 뒤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ESG 고려한 퇴직연금 투자의 불확실성 줄 듯
노동부가 퇴직연금 수탁자와 자문사들이 연금 투자를 설계할 때 ESG 요소를 고려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을 지난해 10월 밝힌 뒤 이를 둘러싼 논란이 있어왔는데 이번 최종안 발표로 상당 부분 정리가 가능해졌다. 당시 이런 노동부 제안이 나오자 트럼프 시절 노동부의 입장, 즉 ESG 요소를 투자에 가미할 경우 수탁업체들이 연금 가입자들을 위해 최상의 투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과 배치돼 업계 논란을 촉발한 바 있다.
노동부의 리사 M. 고메즈 직원혜택보안관리(Employee Benefits Security Administration) 차관보는 성명을 통해 “오늘 발표된 내용은 투자에 ESG 요인을 고려하지 못하게 족쇄를 채운 지난 정부의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 · 소송 등이 겁나 몸을 사리는 현상)’를 종식시켜 근로자들의 노후 저축과 연금 증식을 더욱 탄력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이번 최종안은 진정 ERISA 법안의 근본 이념을 담았다”며 “다만 수탁자들은 투자 결정을 할 때 연금 가입자와 수혜자들을 위해 신중하게 행동해 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당 찬성 vs. 공화당 반대
이번 최종안에 대한 양당의 반응은 예상대로 엇갈렸다. 민주당과 노동부 입장을 지지해온 ESG 비영리단체들은 지지를 보냈으나 반(反) ESG 진영인 공화당은 반대 입장을 냈다.
패티 머레이(Patty Murray) 민주당 상원의원(워싱턴)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재정 안정성(financial security)은 미래 설계를 위해 중요하며, 미래를 만드는 ESG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선 미래를 설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AFRES(Americans for Financial Reform Education Fund)의 기업지배구조 및 권력 담당 선임정책자문관인 나탈리아 렌타(Natalia Renta)는 “최종안이 근로자들에게 최대한 이익이 되길 바란다. 노동부는 근로자들의 퇴직연금에 가해질 수 있는 ‘시스템 위험’을 막기 위한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반면 버지니아 폭스(Virginia Foxx) 공화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정부가 퇴직연금의 안정성보다 정치적 셈법을 우선순위로 삼았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노동부가 마련한 새 규정은 자신도 모르게 ESG 투자를 하게 될 은퇴연금 대상자들의 살림을 위협할 것”이라면서 “트럼프 정부가 견지해온 연금 보호막을 허무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