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K-ESG 가이드라인'...공급망 관련 무역장벽 대응
500개 수출 중소ㆍ중견기업에 공급망 실사 컨설팅도

[ESG경제=이신형기자]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법 도입을 목전에 두고 정부가 중소중견 기업의 실사 대응을 도울 'K-ESG 가이드라인' 을 공개했다. 정부는 500개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공급망 실사에 필요한 ESG 경영 진단 및 개선을 위한 컨설팅도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외의 공급망 실사법 대응에 특히 막막해 하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자체 진단에 나설 수 있도록 'K-ESG 가이드라인' 진단항목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주영준 산업부 산업정책실장은 “글로벌 공급망에서 ESG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출 중소‧중견기업, 대기업 협력사 등이 공급망 실사로 납풍이 중단되는 등의 경영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컨설팅 지원에 착수하겠다” 고 덧붙였다.
그러나 업계가 요구하는 가장 시급한 정책 과제의 하나인 업종별 대응 가이드라인에 대해서는 “자동차, 반도체 등 업종별 가이드라인을 내년부터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U 공급망 실사법은 역내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 협력업체나 납품업체의 인권 현황과 환경오염,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자체 조사해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도록 의무화한 법이다. 해당 기업은 파리협약의 기후 목표를 준수해야 한다. 또 제품의 생산 및 유통 등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 대해 노예노동이나 아동노동, 임금 착취, 온실가스 배출, 환경오염,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훼손, 산업 재해, 직원 건강 위협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애플과 BMW, GE 등 글로벌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공급망 거래처와 계약하거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하는 과정에서 제품과 서비스의 질과 가격, 납기뿐만 아니라 ESG 리스크와 ESG 평가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가 300개 수출기업을 상대로 원청기업의 ESG 실사 대응 수준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8.1%가 ’대응체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27.5%는 ’사전준비 단계‘ 정도라고 답했다. ESG 경영 수준이 미흡해 수출 계약이 파기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곳도 절반 이상이었다.
조사 대상 기업들은 가장 시급한 정책 과제로 업종별 ESG 가이드라인 제공(35.5%)을 꼽았다. 다음은 ESG 실사 비용 지원(29.3%), ESG 교육 및 컨설팅 비용 지원(19.3%) 등이었다.
정보공시, 환경, 사회, 지배구조 4개 분야 진단항목 제공
정부가 마련한 공급망 실사용 K-ESG 가이드라인의 진단항목은 정보공시와 환경, 사회, 지배구조 네 분야다. 주요 글로벌 공급망 실사 이니셔티브의 실사 항목과 같은 구성이다.
정보 공시 항목은 ▲ESG 공시 방식 ▲공시 주기 ▲공시 검증 등으로 이루어졌다.
환경 항목은 ▲환경경영 추진체계 ▲온실가스 배출량 ▲제품 내 유해물질 관리 등이다.
사회 항목은 ▲정규직 비율 ▲인권정책 수립 ▲근무시간 준수 ▲안전보건 인허가 취득 등이다.
지배구조 항목은 ▲비윤리 행위 예방 조치 ▲공익제보자 보호 ▲정보공개 투명성 등의 항목으로 구성됐다.
이 가이드라인은 기업 규모와 ESG 경영 도입 수준을 고려해 진단체계를 ’기초‘와 ’심화‘로 이원화하는 한편 ESG 수준 향상을 위한 ’추가‘ 진단과 ESG 경영 실무 지침서인 ’ESG 업무표준 매뉴얼‘도 제공한다.
’기초‘ 진단은 공급망 실사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12개 범주 25개 진단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다. '심화' 진단은 공급망 실사 본격 대응을 위한 18개 범주 60개 진단항목이다. 또한 공급망 실사 대응 외 ESG 수준 향상을 위한 10개의 추가 진단 항목과 ESG 경영 도입을 위한 실무 지침서인 ’ESG 업무표준 매뉴얼‘도 제공된다.

500개 수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컨설팅은 서면 진단과 현장 실사의 두 단계로 진행된다. 기업들이 먼저 K-ESG 자가진단시스템을 활용해 서면 진단을 실시하고 ESG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자문단이 현장실사를 진행해 기업의 ESG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할 예정이다.
30~200여개 지표에 답하고 증빙 첨부해야
산업부에 따르면 공급망 실사 대상 기업은 우선 온라인 기반의 서면 조사를 받고 이어 현장방문에 기반한 실사에 대응해야 한다. 이 때 실사 유형에 따라 노동인권과 안전보건, 환경, 윤리 영역별 지표 및 기준 등 약 30~200여 항목에 대한 답변을 작성하고 증빙 자료를 첨부해야 한다. 작성한 답변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지표별 세부 증빙자료로 필요하다.

공급망 실사법 대응 필요성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산업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기업은 미 글로벌 유통사 납품을 준비하다 외국인근로자 안전 관련 문제가 발생해 납품을 중단해야 했다. 다른 기업은 유럽 바이어로부터 책임있는 제조 프로그램 인증 권고를 받았는데 인증 비용이 수천만원에 달해 거래를 포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