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기업가치 제고와 ESG경영 이끌 적임자”
여권은 “구현모 아바타” 불편한 심기 감추지 않아
국민연금 반대 가능성...현대차·신한은 행로 관건

[ESG경제=김도산 기자] KT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확정했다. KT 이사회는 7일 대표이사 후보 4인에 대한 면접을 실시한 뒤 윤 사장을 이사 만장일치로 차기 대표 최종 후보로 낙점했다. 그는 29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주주 승인을 받으면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된다.
하지만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지분율 10.1%)이 KT 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여전히 문제삼는다. 더욱이 국회 주무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방송통신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윤 후보를 자격 미달이라고 비판해 주총 통과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경림 후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낙점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임직원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관계를 형성함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와 ESG경영 강화를 이끌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최근 여권과 국민연금 등에서 제기한 지배구조 개혁 문제와 관련해 "ESG 경영 트렌드 변화에 맞춘 지배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면서 "외부 컨설팅을 통해 CEO 선임 절차와 사내 후보자군 육성 등에 대한 현황을 점검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객관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KAIST에서 석·박사를 받았다. 1988년 데이콤에 입사한 뒤 하나로통신을 거쳐 KT에서 신사업추진본부장을 지냈다. 이후 CJ그룹과 현대자동차 임원을 거친 뒤,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다시 KT 임원으로 돌아왔다. 정통 KT맨은 아니지만 두 차례 KT 임원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내부 인사로 꼽힌다.
윤 후보 선정에 대해 여권에서는 "윤 후보는 구현모 대표의 최측근 ‘아바타’로 구 대표가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해 차기 대표 후보로 올렸다”고 의심한다. 또한 "윤 사장이 KT 이사회 멤버인 점을 지적해 ‘심판이 선수로 뛰는 격’이라고 비판한다.
국민연금, 윤 후보에 반대표?
KT의 1대주주인 국민연금은 KT의 이번 대표이사 선임 과정 내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KT를 겨냥해 소유 완전 분산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적극적 의결권 행사) 방침을 밝혔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분부장은 "내부와 외부에서 최적임을 찾을 수 있도록 후보자 공모가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원칙을 강조해왔다. 국민연금은 정부 입김에 약한 그동안 모습에 비추어 이달 말 열릴 주총에서 윤 후보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국민연금에 이은 2, 3대 주주는 현대차그룹(약 8%)과 신한은행(약 5%)이다. 이들은 KT와 끈끈한 협력관계를 지닌 '우호 주주'로 통한다. 하지만 이들 또한 주요 주주가 국민연금이고, 정권과 여권에서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윤 후보 찬성을 주저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과 신한은행이 주총에서 윤 후보에 대해 찬성표도, 반대표도 던지지 않고 기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그럴 경우 윤 후보의 운명은 외국인(지분율 약 44%)과 소액주주 손에 달려있는 셈이다.
윤 후보 측에선 그동안 KT 주가를 끌어올린 구현모 대표의 '디지코' 전략을 계승할 것이란 점에서, 외국인과 소액주주이 주가 상승을 기대하며 윤 후보에 찬성표를 몰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KT 주총에서 안건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한국ESG평가원 손종원 대표는 "정부는 KT 구현모 대표의 '셀프 연임' 저지라는 목표를 달성한만큼 더 이상 대표 선임에 개입하지 말고, KT 이사회의 최종 후보 선정과 주총에서 주주들의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를 존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경림 후보, "KT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최선"
윤 후보는 7일 KT 이사회의 결정 이후 "논란이 되는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이슈 등 과거 관행 문제들은 과감히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소감문을 통해 "KT 대표 후보로 선정된 것에 대해서는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최근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한다. 후보자로서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 소통하고 (정부와 주주의 뜻에) 맞춰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과감하게 혁신하고,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KT가 국민기업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최근 여러 주주들께서 많은 걱정을 하시는데, 사업과 조직을 조기에 안착시켜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