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과열 부담 느껴" 플랫폼 협력만 하기로
카카오, 공개매수 후 공정위 M&A 심사 통과해야
[ESG경제=김도산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이,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결국 마무리됐다. 하이브는 이 같은 내용으로 카카오와 합의에 성공해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12일 발표했다.
하이브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하이브는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에 이달 말로 예정된 SM 정기주주총회에서 앞서 공개한 하이브 측 사내이사 후보들은 사퇴한다. 사외이사 후보와 관련해서는 카카오와 협의 중이다. 카카오는 오는 26일까지 예정된 주당 15만원 공개 매수를 계획대로 진행해 추가 지분을 확보하기로 했다.
하지만 과거 기업 경영권 다툼을 사례들에 비추어 카카오의 주식 매수가 마무리되면 SM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끝내고 하락세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
하이브, SM 주식 확보 싸움 과열로 부담
하이브는 카카오 측의 추가 공개매수로 경쟁 구도가 심화하면서 SM 인수를 위해 제시해야 할 가격이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이브와 카카오는 극한 대립을 이어오다 지난 10일부터 협상에 들어갔으며 협상 3일째인 이날 오전 전격 합의를 발표했다.
하이브는 "대항 공개매수(2차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까지 SM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시장 과열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 인수 절차 중단이라는 결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대신 하이브는 카카오와의 플랫폼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해선 "현시점에서 정확한 협업 내용을 답변드리기는 어렵다"며 "실질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하이브는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로부터 사들인 지분 14.8%에 대해서도 "SM 주식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카카오는 엔터 사업 확장 절실
카카오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SM의 글로벌 IP(지식재산권)와 제작 시스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IT 기술과 IP 밸류체인의 비즈니스 역량을 토대로 음악 IP의 확장을 넘어 IT와 IP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인수전) 경쟁 과정에 대한 국민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고려해 하이브와 협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신속하고 원만하게 인수를 마무리하고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카카오가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승리하면서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M&A) 심사도 카카오와 SM 간 기업결합에 초점을 두게 됐다.
카카오는 SM 지분을 15% 이상 보유하게 되는 시점(주식 취득일)으로부터 30일 이내에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이 경우 공정위는 카카오와 SM이 기업결합 후 독과점 지위를 형성해 이를 남용할 우려가 없는지, 경쟁이 제한되지 않는지 심사해 필요하면 시정조치를 할 예정이다. 시정 조치에는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행태적 조치나 주식 매각 명령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공정위 "빅테크기업 무분별 확장" 예의 주시
공정위 관계자는 "만약 하이브가 실제로 경영권을 넘기고 지분을 매각한다면 하이브와 SM 간에는 지배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고 보고 카카오와 SM의 기업결합 위주로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는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를 사들인 데 이어 공개매수로 지분 0.98%를 추가로 확보해 총 15.78%의 지분을 확보한 상황이다.
하이브는 이미 사들인 SM 주식을 어떻게 할지는 이날 밝히지 않았다. 만약 하이브가 신고 기한(주식 취득일로부터 30일 이내) 전에 주식을 매각해 지분율을 15% 미만으로 낮추면 기업결합 신고 의무 자체가 사라진다.
15% 이상의 지분을 유지할 경우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하긴 해야 하지만, 카카오가 혼자 SM을 지배한다고 판단되면 하이브와 SM 간에는 기업결합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
카카오는 자산 순위 15위의 대규모기업집단으로 사업 분야가 다양하다.계열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걸그룹 아이브가 속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MC 유재석 등이 속한 안테나, 숲엔터테인먼트 등 다수의 연예기획사를 자회사로 두었다. 디지털 음원 유통 서비스인 멜론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소유다. 이 때문에 카카오와 SM 간 기업결합 심사가 간단하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정위는 빅테크 기업의 인수합병(M&A)을 면밀히 심사해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혔다. 공정위는 카카오가 SM 주식 취득 후 기업결합을 신고하면 간이 심사가 아닌 일반심사를 통해 경쟁 제한성을 면밀히 따져볼 예정이다. 심사 기간은 기본 30일, 연장 90일 등 총 120일이다.
얼라인파트너스 이창환 대표 "환영" 표명
한편 SM 인수전의 또다른 승자로 떠오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이창환 대표는 12일 "이번 합의는 카카오와 하이브 양측에게 모두 좋은 대승적 판단"이라며 "(경영권 분쟁이) 끝까지 이어질 경우 매우 극단적일 수 있어 모두 우려가 컸는데 합의가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SM 주식 약 1%를 확보한 뒤 SM의 현 경영진 편에서 지배구조 개편을 모색해 왔다.
이 대표는 "SM은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앞으로 SM의 기업가치는 향상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주총을 통해 기타 비상무이사로 SM 이사회에 진출하게 되는 이 대표는 "SM이 앞으로 하이브, 카카오 모두와 협력하기로 한 만큼 얼라인 역시 모두와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