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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안 이달 발표

  • 기자명 김강국 기자
  • 입력 2023.04.03 14:07
  • 수정 2023.04.03 15: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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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선임 절차 개선해 '황제식 셀프 연임' 방지
금융회사부터 시작해 일반 기업으로 확대
금감원, 은행 이사회에 감시·견제 충실 요구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ESG경제=김강국 기자] 금융당국이 이달 '소유 분산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3연임 이상 이른바 ‘황제 연임’과 경영진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발표한다. 개선안은 일단 금융기관들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점차 KT와 포스코, KT&G와 같은 일반 소유 완전분산 기업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CEO가 자기 사람으로 이사회를 구성한 뒤 이들의 추천을 통해 3~4연임씩 '장기 재임'하는 것을 막고, 임직원 책임 범위를 사전적으로 명확히 하여 감독당국의 '책임지도'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주요 골자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이달 발표를 목표로 작업 중"이라며 "업계와 전문가들로부터 막바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금융기관 CEO 임기, 사실상 2연임으로 제한할듯

금융당국은 무엇보다 금융기관 임원의 선임 절차를 개선해 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이나 4연임 등 과도한 '장기 재임'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 금융지주 회장들은 일단 자리에 오르면 만 70세까지 ‘황제 연임’을 계속하는 관행을 구축해 왔다.

하나금융지주 김정태 전 회장은 이를 통해 4연임이란 금융권 초유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금융지주사 CEO들은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로만 이사진을 채우고 강력한 임원 인사권을 행사하며 '참호를 구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당국이 좀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과거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재임 시절 금융지주사 CEO 임기를 2연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노무현 정부 당시 금융권과 정치권이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반대해 후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사고 때 CEO에게 최종 책임 지우도록 법 개정

아울러 금융위는 금융사고 시 CEO에게 최종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도 조만간 입법 예고한다.

현행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내부통제와 관련해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 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만 규정해, 책임 영역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내부통제 부실 등을 사유로 중징계받았으나, '징계 근거가 없으니 이를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당시 대법원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과 '준수' 의무 위반은 구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CEO에게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적정한 조처를 할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다만, 책임 범위는 '중대 금융사고'로 한정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합리적 조처를 했을 경우 책임을 경감·면책해 줄 계획이다.

금융위는 또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금융사 임직원들의 업무와 책임 범위를 미리 명확히 나누는 책임지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불완전 판매나 횡령 등 각종 금융 사고 발생 시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관행을 원천 봉쇄한다는 취지다.

금융감독원, 금융회사 이사회와 직접 면담 압박

금융감독원도 이달부터 각 금융지주·은행 이사회와 면담을 시작한다. 금감원은 면담을 통해 이사회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경영진 감시 기능 작동 여부 등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CEO를 포함한 경영진에 대한 견제 및 감시 역할을 확실히 하도록 압박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으로부터 이사회 일정 등을 확인하는 연락을 받았다"며 "이사회 일정에 따라 면담 계획도 조율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임원 선임 절차 개선과 이사회 점검, 제재 근거 명확화 등에 일제히 나서면서 '관치 금융' 우려도 지속된다. 내부통제 강화를 빌미로 정권 입맛에 맞는 의사결정을 유도하게 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따라서 정권 차원을 넘어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숙제라고 전문가들은 주문했다.

다음은 공기업에서 전환한 주인없는 회사 차례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권 지배구조 개선안을 먼저 발표한 뒤 비금융회사까지 포섭하는 '소유분산 기업' 지배구조 개선 논의도 이어갈 계획이다. 소유분산 기업은 소유 지분이 분산돼 있어 이른바 '주인(대주주) 없는 회사'로 불리는 곳들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위 업무보고 당시 소유분산 기업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를 거론하며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의 엄격한 적용을 주문한 바 있다.

현재 법령상 비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관련 핵심 사항은 모두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지배구조 관련 조항은 사실상 전무하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국내 기업 경영 투명성 제고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명분으로,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를 명문화한 '스튜어드십 코드'나 ESG 이슈로 접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제도 틀을 갖춘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을 우선 추진한 뒤 일반 회사 지배구조 개선도 지속적으로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정치권은 올 3월 주주총회에서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KT 등 소유분산기업 CEO의 연임을 차단해 소기의 정책 목표를 달성한 상황이다. 이제 이를 제도화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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