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구호단체 "2100년까지 글로벌 커피경작지 54% 사라질 수도"
대한민국은 ‘커피공화국’...커피전문점 6년새 두 배로 9.3만 곳

[ESG경제=김도산 기자] 지구촌의 기온이 지금처럼 계속 오르면 커피나무를 기르는 게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커피 농장의 절반 이상이 경작 불능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영국 구호단체 '크리스천 에이드'는 14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국제사회의 목표대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높은 수준 이내로 제한하더라도 커피 경작이 가능한 땅이 최대 54.4% 사라질 것으로 추정했다.
커피의 주요 산지인 아프리카와 남미 등지에서 기온 상승, 불규칙한 강우, 가뭄, 산사태 등 이상 기후에 시달리면서 커피 생산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글로벌 커피 산업과 수많은 커피가게, 그리고 커피 애호가들에게 기후변화야말로 재앙이다.
앞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덕 리처드슨 박사가 이끈 연구팀이 3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도 1980∼2020년 커피 원료 생산 12개국 모두에서 커피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기후 위험 요인이 더 잦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미 온두라스의 커피 생산자인 야디라 레무스는 “예전에는 지금이 겨울인지 여름인지, 언제 묘목을 심을 수 있는지 말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한 해 한 해가 다르고 예상이 안 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예전에는 커피나무를 심기만 하면 스스로 자랐는데 이제 그렇지 못하다. 분명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영국커피협회의 2017년 통계를 인용해 영국에서 하루 9,800만 잔의 커피가 소비되고, 이로 인한 일자리는 21만 개가 넘는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에서도 120년 전 서양에서 들어온 탕이라 하여 ‘양탕’ 또는 ‘가배(비)’로 불렸던 검은 음료가 10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식품으로 자리잡았다.
"커피 계속 마시려면 선진국이 가난한 커피 생산국 지원해야"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커피전문점은 9만3,069곳이 영업 중이다. 2017년 전문점 수가 4만4,305개였음을 감안하면 6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약 5만 곳인 편의점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파리바게트처럼 베이커리와 샐러드를 팔지만 커피를 파는 점포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커피공화국’이 과언이 아니다.
영국에서 소비되는 커피 열매나 원두의 절반 이상이 브라질과 베트남에서 수입되는데, 이들 국가 모두 기후 위기에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베트남에는 최근 기온이 섭씨 44도 이상의 폭염이 덮친 바 있다.
이번 보고서를 내놓은 구호단체 크리스천 에이드는 선진국 정부가 채무 변제, 재정 지원 등을 통해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저개발국 농가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의 이트나 테칼리뉴 에티오피아 담당은 "아프리카는 세계 인구의 17%를 차지하고 있으나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는 4%만 배출한다"며 "하지만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고통받는 것은 아프리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