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대학, “지구온난화로 해류 순환 붕괴 임박”
해류 덕으로 온화한 보르도, 와인 생산 타격 불 보듯
보르도, 2021년 더위 강한 포르투갈 품종 받아들여

세계 최고 와인의 하나인 보르도 와인을 이르면 2025년 이후부터 마시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고품질 포도 생산에 최적인 보르도 지역의 기후에 영향이 큰 멕시코 만류의 흐름이 기후 이변으로 멈추거나 느려지기 때문이다.
18일 미국 CNN등 외신들을 종합하면, 세계 기후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양의 해류 순환이 빠르면 2025년부터 멈춰 전 지구적인 기후 재앙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네이처 저널’에 실린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팀 논문을 보면, 지구의 대표적인 해류인 멕시코 만류 등 주요 해류의 추동력이 되는 ‘대서양 자오선 전복 해류(AMOC)’가 빠르면 2025년부터 붕괴해 2095년엔 사라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AMOC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관측하기 위해 1870~2020년 북대서양 해수면 온도기록을 토대로 이뤄졌다.
AMOC, 지구의 에어컨 구실
AMOC는 대서양 적도 부근의 따뜻한 해류가 북대서양으로 흘러 냉각되고 염도가 높아지면 밀도 차로 해저로 내려간 뒤 그린란드에서 다시 남쪽으로 흐르는 열염순환(대순환·심층순환)을 뜻한다. 적도 부근의 따뜻한 바닷물을 대서양 북쪽으로 운반하고, 반대로 북부의 한류를 남미쪽까지 끌어내려 바다 기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특히 AMOC에서 시작된 순환은 칠레 이남의 남극을 거쳐 인도양 태평양까지 이어져 다시 북극에서 냉각돼 남쪽으로 내려가 대서양으로 순환한다.(그래픽 참조)

과거에는 바람에 의한 대기와 바다의 순환(표층 순환)이 더 중요하게 생각됐지만 최근에는 이 열염순환이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열염순환은 바람에 의한 표층 순환과 달리 전 수심과 전 위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이다. 세계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거대한 수중 컨베이어 벨트'로 비유된다.
AMOC의 따뜻한 난류로 드라마틱한 혜택을 보는 지역의 하나가 프랑스 보르도다. 보르도의 위도는 우리나라 중강진(북위 42도)보다 북쪽인 북위 44도다. 그렇지만 1월의 평균기온은 6.6도이고 연평균 기온이 13.8도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운 지역인 중강진은 보르도보다 위도는 낮지만 1월의 평균기온은 영하 19.5도에 이른다.
열염순환 멈추면 지구 기온 10~15도 널뛰어
따라서 이런 열염순환이 멈추면, 유럽과 북미 지역에 극심한 추위와 더위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1만2000년 전에도 대서양자오선전복해류가 멈춘 적이 있었다. 그 결과 빙산이 빠르게 녹으면서 해류가 멈췄고 그 영향으로 지구 북반구 온도가 10년 새 섭씨 10~15도가 변화했다. 따뜻한 해류의 영향으로 포도 농업이 발달했던 보르도 역시 해류가 늦어지거나 멈춘다면 이런 피해가 불가피하다.
보르도는 멕시코 난류의 혜택으로 기온이 온화해 역사적으로 포도 생산지로 유명했다. 보르도는 기원전 52년 줄리어스 시저가 갈리아를 정복한 이후 로마의 양조술이 도입됐다. 보르도에는 온화한 기후와 독특한 포도 품종으로 이미 중세 때부터 와인 거래 시장이 생겼을 정도로 와인으로 유명했다. 레드 와인의 대표적인 품종인 카베르네 프랑, 카베르네 쇼비뇽과 화이트 와인의 대표적인 품종인 쇼비뇽 블랑이 보르도가 원산지다. 1337년부터 시작된 영국과 프랑스의 100년 전쟁도 이 보르도의 소유권을 놓고 벌어졌을 정도였다.
이어 보르도는 1855년 세계 최초로 등급제를 도입해 세계 와인의 표준을 만들어왔으며 이후 프랑스 부르고뉴와 함께 세계 고급 와인 시장을 대표해왔다. 특히 보로도는 포도 재배 면적이 모두 11만ha로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와인을 출하한다. 프랑스의 원산지통제명칭(AOC)으로 인증하는 와인 4분의 1이 보르도산이다. 양뿐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프랑스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지역이라는 뜻이다.
보르도, 이미 산불 등 이상 기후로 신음해 와

기후 위기는 이미 보르도의 와인 농가를 덮쳐 왔다. 해마다 프랑스의 여름은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과 4월에도 서리가 내리는 이상기온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추워지는 것이다. 온도가 높아지면 포도의 당분이 높아지고 산도가 낮아져 드라이한 보르도 와인 고유의 특징이 사라지게 한다. 또 봄에 너무 추우면 포도의 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폭염에 따른 산불도 문제다. 지난해 보르도 외곽에는 산불이 계속돼 포도에 스모키한 향이 밸까 우려될 정도였다.
이 때문에 보르도양조협회는 보르도 와인 제조에 사용할 수 있는 포도 품종에 레드와인용 4품종, 화이트와인용으로 2품종 사용을 2021년 승인했다. 기후 이상에 비교적 잘 견디는 스페인과 포루투갈의 포도 품종이 포함돼 있었다. 프랑스 보르도는 1855년 이후 다른 나라 품종이나 포도 나무 등에 엄격함을 보여왔다. 그러나 깐깐한 자존심도 기후 위기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런 어려움은 프랑스 보르도뿐 아니라 이탈리아, 미국, 호주, 칠레 등 거의 전 세계의 모든 와이너리들이 공통적으로 느껴온 것이다. 전 지구적인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AMOC의 교란 은 와이너리뿐 아니라 대부분의 일상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피터 드 메노칼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덴마크대학의 연구는 AMOC 붕괴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라며 “지구상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고 충격적”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