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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의 한경협(전경련) 시대’…윤리·ESG의 실천이 정답이다

  • 기자명 김상민 기자
  • 입력 2023.08.23 15:29
  • 수정 2023.08.24 11: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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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출범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고
철저한 준법으로 국민신뢰 회복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제인협회)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제인협회) 신임 회장으로 선임된 류진 풍산그룹 회장.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김상민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 승인이 나오면 전경련 명칭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뀌면서 1961년 출범한 ’전경련의 62년 역사‘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게 됐다.

류진 회장을 중심으로 새롭게 시작할 ’한경협‘이 성공시대를 만들어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윤리와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실천‘을 통해 설립 당시의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경협이란 명칭도 출범 당시 ‘경제재건촉진회’에서 곧바로 ‘한국경제인협회’가 됐다가 1968년 전국경제인연합회로 변경됐으니, 원래 이름을 55년 만에 되찾은 셈이다.)

한경협의 역사를 수놓은 인물이 무척 많으나 대표적인 인물 두 명을 꼽으라면 한경협의 초대 회장(1961~1962)을 맡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제13~17대 회장(1977~1987)을 지낸 고 정주형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들 수 있다. 그들의 어록을 보면 한경협이 나아갈 방향이 어느 정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병철 초대 회장 “빈곤 탈피하려면 공업화 서둘러야”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오늘까지 생애에서 단 한 번 공직을 맡은 일이 있다. 지금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전신인 한국경제인협회의 초대 회장이 그것이다. (중략)

경제인협회의 정관은 '경제인 및 경제 각 부문 간의 연결을 도모하며, 주요 산업의 개발과 국제 경제교류를 촉진함으로써, 건전한 한국경제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했다. 경제인협회는 1962년을 그 착수 연도로 하는 혁명정부의 제1차 경제개발계획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인의 조직체로서, 경제계의 대정부 창구역할을 담당하였다.

당시 한국경제의 재건을 위해서는 공업화가 시급하다는 기본방향에 대하여는 별로 이론이 없었다. 그러나 공업화를 추진하는 구체적인 방책에 대하여는, 대별하여 두 가지 의견으로 나누어졌다.

하나는 외자를 유치하여 기간산업 공장을 하나라도 많이 세우고 수입대체와 수출촉진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공업화에 선행하여 인구의 대다수가 취업하고 있는 농업을 먼저 개발함으로써 농촌의 구매력과 원자재의 공급능력을 배양하면서, 경공업에서 중공업으로 점진적으로 균형 있게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기본방향을 선택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나의 주장은 전자였다. 우리가 빈곤에서 하루 속히 탈피하기 위해서는 공업화를 서둘러서 생산과 수출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는 자본의 축적이 없고 기술도 없으므로, 선진국에서 차관이나 투자의 형식으로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여야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중략) 대부분의 경제인들도 적극 공업화론으로 기울었다. 경제인협회는 정부에 외자도입전략을 건의하는 한편 민간외자도입 교섭단을 구성하여 미국과 유럽에 파견하기로 했다.”

정주영 회장, 서울올림픽 유치의 주역…“전경련은 압력에 굴해서는 안 된다”

한경협은 한국 역사의 빛나는 한 장을 장식한 ‘88 서울 올림픽’ 유치 성공에 주역이었다. 88 서울 올림픽은 한국의 위상을 처음으로 전 세계에 드높였고 ‘코리아’라는 브랜드 가치를 단번에 몇 단계 올려놓은 위대한 쾌거이다.

처음에 서울 울림픽 유치는 그저 흉내만 내려는 수준에 불과했다. 올림픽 유치의 주체가 되는 서울시의 당시 시장이 서울올림픽 유치를 위한 홍보관 개관식 때 현지에 오지도 않았던 게 대표적이다. 정주영 당시 전경련 회장은 거의 ‘망신 대역’으로 유치위원장을 떠맡았다. 그렇지만 정주영 회장은 불가능의 먹구름 속에서 한줄기 ‘가능성의 빛’을 보고 특유의 집념과 끈기로 유치에 성공했다.

정주영 회장은 한국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하면서도 군사정권에 맞서 전경련의 위상을 잃지 않으려 했다. 1987년 정 회장이 마지막 임기를 마치면서 새로운 회장을 선출하는 총회 개최 직전 사무국 임원회의를 소집해서 한 말은 다음과 같다.

“아직도 정부는 전경련 회장직이 대통령 결재를 득해야만 하는 사항으로 인식하고 있는 모양인데 전경련은 앞으로도 절대 이러한 압력에 굴해서는 안됩니다.”

류진 회장도 한경협의 미래에 대해서 고심이 많은 게 분명하다. 취임 일성으로 “부끄러운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고 나아가지 못한다면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다.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투명한 경영 문화가 경제계 전반에 뿌리내리도록 솔선수범하겠다.”고 말한 데서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류 회장이 전경련의 정경유착 재발을 막을 실천 방안으로 제시한 게 ‘윤리위원회’ 설치. 윤리위원회는 전경련 집행부와 사무국이 추진하는 사업이 회원사에 유무형의 외압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여겨지면 적정성을 심의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류 회장도 윤리위 기능에 대해 "일정액이 넘는 기금은 윤리위에서 반대하면 (추진을) 할 수는 없다”며 “(국정농단 사태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내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그런 사건이 터진 게 부끄럽고 아쉽다”고 설명했다.

류진 회장의 한경협 ‘기업과 기업 간 가교, 기업과 국민 간 가교’ 돼야

류 회장이 추구하는 한경협의 신뢰성 회복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재벌들의 이익단체’라고 규탄했던 국민들이 기존 시각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정답은 ‘철저한 준법정신에 따른 윤리의 실천, 그리고 국민과 소통하며 동반자가 되는 ESG의 실천’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이 눈에 띈다. 그는 전경련의 윤리위원회 설치가 실효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삼성 준감위만큼 철저하게 독립성을 보장한다면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찬희 위원장의 발언을 보며 문득 이태백, 두보와 함께 중국 3대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백거이의 고사가 생각한다. 그가 고승인 도림선사를 찾아가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법문을 부탁했더니 도림선사는 “모든 악을 짓지 말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라(諸惡莫作 衆善奉行)”고 했다. 백거이가 ‘착하게 살라는 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고 시큰둥해하자 도림선사는 “세 살 먹은 아이도 알 수 있으나, 여든 살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류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풍산그룹의 재계 서열이 높지 않아 재계 대표로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큰 재벌이 아니라 중간에 있어 위와 아래를 연결하는 데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시작할 한경협이 아무쪼록 ‘준법과 ESG의 실천’을 통해 류진 회장의 표현처럼 ‘기업과 기업 간 가교, 기업과 국민 간 가교’로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든든한 경제단체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지금은 새로운 출발을 하는 한경협의 미래를 위해 힘차게 ‘성원과 격려’를 보내줄 시점이다.

김상민 ESG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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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던진이매리공익신고제보자 2023-08-23 20:32:54
삼성준법위원회 이찬희변호사가 기자협회자문위원장하는
김만배라 준법경영공익인권ESG사기에요. 똥밟았어요.
지금 25일 삼섯이재용회장 재판도 망하게되었는데요.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아난티 재판까지 망할거에요.
아랍인들도 삼성보다 메디트가 더 좋은회사같다했거든요.
이매리하나은행계좌로만 십년사기입금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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