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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사회와 공정의 가치] ⓷ 정확한 가치평가는 신뢰·선진사회의 첩경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3.11.02 09:50
  • 수정 2023.11.02 10:14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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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욱 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 이사
박봉욱 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 이사

대한민국은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이다. 재래시장, 농수산물시장, 주식시장, 외환시장, 부동산시장 등 경제활동이 모두 시장을 통해 이뤄진다. 시장에서는 거래가 이뤄지고, 가격이 형성된다. 거래 대상의 가치(value)를 가장 잘 반영하는게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다. 가격이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사람들은 엉터리 가격이 판치는 상황을 ‘정의가 실종된 사회, 불공정한 세상’이라고 인식한다. 정의와 공정이 사라진 시장경제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낙후되고 불공정한 시장을 지닌 국가가 발전한 사례는 역사상 없었다. 그렇다면 자유시장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가치는 어떻게 평가돼야 할까? <ESG경제>는 ‘지속가능한 사회와 공정한 가치’라는 주제로 가치 평가의 중요성과 관련해 박봉욱 감정평가사의 기고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세계 축구계의 가장 큰 미스테리(mystery)는 14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시진핑 국가주석부터 축구를 사랑하고, 중국슈퍼리그(Chinese Super League)가 거액을 주고 외국 선수를 스카웃해도 축구 수준이 나아지지 않는다. 손흥민·김민재·이강인·황희찬 등 유럽에서 활동하는 한국 축구 스타들이 매주 골과 어시스트 등 화려한 플레이로 우리를 즐겁게 하는 사실과 대비된다.

중국 축구는 어마어마한 투자와 팬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왜 지지부진한 것일까? 축구 전문가들은 중국 축구계가 ‘부정부패와 연줄’로 얽혀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실력 있는 어린 선수가 뒷배경이 없어 발탁되지 못하고, 많은 경기가 불공정하게 진행되다 보니 축구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 특히 ‘힘 있는 인사’들이 선수 선발, 주전선수 선정, 심판진 구성까지 영향력을 끼치면서 ‘진짜 실력 있는 선수에 대한 공정한 가치 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후진성을 면치 못한다는 게 정설이다. 경기장 안팎으로 ‘페어플레이’가 사라지니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의미다.

선진사회는 전문가를 중시하는 사회, 실력자를 우대하는 사회, 독립성을 중시하는 사회를 뜻한다. 사회 각 분야가 최고의 인재들을 대우함에 따라 ‘창의성과 생산성이 높아지는 사회’가 선진국이다. 혈연·지연·학연·직장연이 우선하는 사회나 조직, 실력자가 선수와 심판을 겸임하는 사회나 조직이 발전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정부나 기업에서 인사의 공정성, 즉 인사가 만사라는 사실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선진사회는 실력과 전문성 우대 사회...페어플레이 사라지면 후진성 면치 못해

공정한 가치 평가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필자가 일하고 있는 감정평가업계서도 원칙 중의 원칙이다.

필자가 한국감정평가협회(현재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제10대 집행부에서 기획이사로 근무할 때 일이다. 당시 금융회사에서 동일한 물건에 대해 감정평가예상액(통상 ‘탁상자문’이라 함)을 각 감정평가회사에 요청하면서 복수로, 심지어 5곳 이상에 요청하여 이를 평균한 수치를 대출 연장 등 금융 업무에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실제 평가를 통한 수입은 거의 없이 업무 처리 과정도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들게 된다.

당시 감정평가협회는 이러한 비효율성을 극복하고자 2008년 10월 평가회사들이 연합하여 ‘탁상자문센터’를 운영하면서 금융기관 요청에 대해 단일한 감정평가예상액을 통보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처음에는 수도권의 물건만을 취급했으며, 장기적으로는 전국을 대상으로 할 계획을 지니고 있었다. 여기에 더해 금융회사로부터 평가의뢰를 받는 창구를 센터 또는 협회로 일원화해 각 회사에 배정하는 장기계획이 있었다. 해당 계획은 시행 초기 약 6개월 성공적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한 대형 은행의 집요한 방해 공작 등과 업계 내부의 이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여 탁상자문센터가 지속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필자가 칼럼을 통해 계속 강조하듯이 감정평가사는 ‘공정한 중간자’가 되어야 한다. 감정평가 대상이 되는 물건을 두고 이해관계자의 이해가 상충하기에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공공성을 늘 염두에 두면 ‘감정평가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렇다면 감정평가를 의뢰하는 고객(client)으로부터 감정평가를 수임하기 위해 평가대상의 감정평가 가격이 공정성을 잃고 흔들리게 되면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부동산원 설립 목적은 '독립성, 공정성, 전문성' 보장을 위해서였다

‘편향된 가치 평가’는 일방의 이익에 치우치게 되고.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감정평가권’의 권위가 사라지며, 종국적으로 그 권한이 박탈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가격 결정에 관해서는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자가 평가대상의 경제적 가치를 ‘공정한 법관’의 자세로 불편부당한 원칙 하에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아파트 청약 홈을 운영하는 회사로 알고 있는 한국부동산원은현재 부동산 시장의 조사·관리 및 부동산의 통계·정보 관리를 주업무로 하고 있으며, 그 전신은 ‘한국감정원’이었다. 1969년 설립된 ‘한국감정원’의 설립 목적은 정부, 지자체, 정부기관 및 금융회사 등에서 제각기 각 기관의 목적에 따라 조직 내부에서 수행하여 오던 ‘감정평가 업무’에 대하여 외부의 제3기관을 설립하여 수행하도록 하여 업무의 ‘독립성, 공정성,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최초자본의 구성을 보면 산업은행이 주축(49% 지분)이 되고, 기타 시중은행도 출자하여 금융회사가 주요 주주가 되었다. 이는 금융회사의 담보 평가를 이해관계자인 금융회사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된 한국감정원’에 의뢰하여 평가함으로써 평가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지금 금융회사와 한국부동산원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공정성의 관점에서 ‘그 당시보다 나아진 게 없다’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금융회사의 자체 감정평가는 금지되어야 ‘공정성 확보’ 가능

만약 금융회사에서 자체 조사나 감정평가로 대출을 실행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금융회사 내부 또는 외부의 압력에 따라 대출 대상 물건의 가치가 결정되고, 그렇게 대출이 이뤄지는 케이스가 빈발한다면 당연히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부실 대출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실상을 보면 모 은행의 경우 비용문제 또는 통계 전산의 결과라는 명분으로 자체 조사 및 평가로 대출을 실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금융감독 기능이 적절하게 시행되는 것인지는 매우 의문이다. 이러한 금융회사의 자체감정은 ‘공정한 가치 평가’라는 시장경제의 원칙을 훼손하고, 국가가 부여한 ‘감정평가권’의 관점에서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금융회사가 스스로 감정평가를 하는 것은 ‘선수와 심판의 겸임’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견해로는 자체 감정의 위험성을 배제하고 감정평가자들이 ‘공정한 중간자’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담보의 경우 제3의 기관(예를 들면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을 통해 배정하는 게 어떨까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이해당사자의 일방인 의뢰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객관적 입장, 독립된 입장’에서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올해 1~9월 금융회사의 담보 물건은 약 23만 건이었는데, 이들 물건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된다면 금융회사나 대출을 받는 고객이나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회계업계 도입한 ‘공영감사제’ 등이 감정평가업계에도 도입되는게 바람직

선진사회의 가장 큰 자산은 ‘신뢰(trust)’라는 말이 있다. 국민 입장에서 가치 평가자들이 정확하게 평가한 바를 믿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활동을 영위할 때 경제의 효율성도 높아지고 신뢰 사회가 구축되며 결과적으로 국가가 선진국으로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감정평가업계도 노력해야 하는 측면이 있다. 부단한 교육으로 시대에 맞는 평가기법을 개발하고, ‘공정한 중간자’로서 스스로 도덕단련을 해야 한다. 이처럼 ‘공정한 감정평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금융회사가 감정 평가를 한국감정평가사협회 또는 제3의 기관을 통해 의뢰하고 이를 적정한 규칙으로 배분했을 때, 공정성이 확보되고 평가자들도 자긍심을 갖고 일하면서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 여겨진다.

필자는 그런 측면에서 최근 회계업계가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6+3제도’나 ‘공영감사제’를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6+3제도’는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이 6년은 자체로 감사회사를 선정하고 이후 3년은 금융감독원에서 감사업체를 지정하여 배정하는 제도이다. ‘공영감사제’란 학교법인·병원·기부금 모금단체 등 비영리부문에 대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제3자가 감사인을 지정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이다. 의뢰인과 회계사의 결탁을 막음으로써 분식회계를 원천봉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여겨지는데, 감정평가업계에도 유사한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봉욱 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 이사, 감정평가사>

*박봉욱 필자는 현재 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 이사(감정평가사)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서폭대 소여 비즈니스스쿨(Suffolk Business School, MSF, 미국 보스턴 소재)을 졸업했다. 대신증권과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한 바 있으며, 한국감정평가사협회 기획이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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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2023-11-03 17:10:52
잘 봤습니다.
오동잎 2023-11-03 15:24:18
일회성이나 회장당선을 위한 목적이 아니시길 바라며, 구체적인 실현방안도 제시 되었으면 합니다. 고용창출효과도 기대합니다.
느티나무 2023-11-02 21:32:32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기대합니다.
ESG 2023-11-02 19:43:36
감평업계 잘 되었으면 좋겠네요.
일만평 2023-11-02 19:29:49
좋은 발상 입니다. 실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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