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감가상각률 전기차 보급에 걸림돌로 작용
전기차 5년 감가상각률 49.1%로 평균보다 높아
하이브리드카 감가상각률은 전기차보다 낮아

[ESG경제=이진원 기자]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시장 조사업체인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중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로 약 50% 늘어났으나 여전히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9%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높은 가격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높은 감가상각률을 둘러싼 우려가 해소돼야 전기차가 기존 자동차를 대체하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미국의 중고차 사이트인 아이씨카즈(ISEECARS)가 발표한 자동차 감가상각률 현황에 대한 자료는 전기차의 감가상각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잘 보여주며 왜 감가상각이 전기차 판매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감각상각률 면에서 전기차가 가장 좋지 않은 반면 하이브리드와 스포츠카 및 트럭의 감가상각률은 우수했다. 이는 다시 말해 전기차를 보유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중고차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전기차 중고차 가격 5년 지나면 반토막
아이씨카즈가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110만 대 이상의 차량을 분석해 5년 감가상각률(평균)을 알아본 결과 전체 차량의 감가상각률은 38.8%인 반면, 전기차는 49.1%로 10%포인트 이상 더 높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감가상각률도 41.2%로 일반 차량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반면 하이브리드와 트럭은 각각 37.4%와 34.8%로 낮았다.
칼 브라우어 아이씨카즈 수석 애널리스트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사이의 격차는 주목할 만하다”면서 “전기차는 감가 면에서 (승용차 중) 최악의 가치를 지닌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 제조업체는 전기차를 선호하는 나머지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축소하거나 심지어 포기했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소비자들이 여전히 높은 연비와 주행 거리 불안이 없는 하이브리드차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걸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5년이 지나 감가가 가장 적게 되는 전기차에는 테슬라 모델3이 42.9%의 감가상각률로 1위에 꼽혔다. 2위도 49.9%인 테슬라 모델X였고, 닛산 리프가 50.8%로 3위를 차지했다. 이어 쉐보레 볼트(51.1%)와 테슬라 모델 S(55.5%) 순이었다.
전체적으로 1위부터 5위에 속한 전기차의 감가상각률은 평균과 큰 차이가 없을 만큼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하이브리드카, 전기차보다 감가 덜 돼
반면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우 순위 5위 안에 드는 차량들은 전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가상각률이 훨씬 더 낮았다.
1위에 오른 도요타 프리우스의 감가상각률은 27.9%에 불과했다. 2위인 도요타 프리우스 프라임은 28.1%, 3위인 도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는 29.1%, 4위인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는 35.3%, 5위인 혼다 어커드 하이브리드는 36.4% 순이었다.
일본 제조사들이 하이브리드 차량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감가상각률 순위 상위권은 일본 자동차들이 사실상 독식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기아자동차의 니로는 5년 평균 감가상각률이 각각 37.4%와 37.6%로 감가상각률이 낮은 하이브리드 차량 순위에서 각각 7위와 8위 자리에 올랐다.
소나타 하이브리드는 43.5%의 감가상각률로 10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이는 렉서스 ES 300H(45.2%)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순위다.
브라우어 애널리스트는 “구매 전에 전기차 가격을 효과적으로 낮춰주는 인센티브와 배터리 교체 비용에 대한 우려로 인해 중고 전기차는 항상 동급 가솔린 차량보다 감가상각이 컸다”면서 “이러한 패턴은 전기차 판매에 큰 인센티브를 주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가 장기 소유 비용에 대한 확신을 얻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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