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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 따라 손해보상 영수증 만들어보니

  • 기자명 김연지 기자
  • 입력 2023.12.04 22:21
  • 수정 2023.12.0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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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세계 1위...기금 출연은 EU의 14분의 1
해안 도시 해수면 상승 피해금액, 정확한 금액으로 가상 청구
해수면 상승, 국가 전체에 고통 안기고 사회적 불평등 심화

지난 30일 열린 COP28 개막총회에서 의장단의 모습(출처=COP28 UAE 홈페이지)
지난 30일 열린 COP28 개막총회에서 의장단의 모습(출처=COP28 UAE 홈페이지)

[ESG경제=김연지 기자] 지난 30일 개막한 COP28는 첫날부터 큰 성과를 거뒀다. 지난한 논의의 과정을 거쳤던 손실과 피해기금에 대해 마침내 세부사항을 합의한 것이다. 선진국들의 기금 출연 약속도 이어졌다. 개최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1억 달러(약 1305억원), 영국은 최소 5100만 달러(약 665억원), 독일은 1억 달러(약 1305억원)을 출연하기로 약속했다.

EU에서는 독일이 약속한 1억 달러를 포함해 2억 4539만 달러(약 3204억원), 미국은 1750만 달러(약 228억원), 일본은 1000만 달러(약 130억원)를 출연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금출연의 자발적인 성격 때문에 실제 기후재난의 책임 정도에 비례한 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글로벌 온실가스 연구기관 ‘탄소 통합 관측 시스템’(Integrated Carbon Observation System, ICOS)에 따르면, 2021년까지 전세계 온실가스 누적배출량은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 순으로 많았다. 데이터 연구플랫폼 아워월드인데이터(OWID)에 따르면, 이들 5개국이 170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가 전체 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그간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왔지만 온실가스가 초래한 기후재난 피해 보상액은 EU의 1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단 20cm의 해수면 상승이 8300억원의 피해 초래

2050년 PCP2.5 옵션을 적용한 부산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피해액에 대한 영수증(출처=Second Sea)
2050년 PCP2.5 옵션을 적용한 부산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피해액에 대한 영수증(출처=Second Sea)

온실가스가 초래한 기후재난의 피해금액을 정량화하고, 역사적 책임에 따라 보상액을 산정한 플랫폼이 등장했다. 런던 왕립예술대학(RCA) 건축학과 학장인 라후드 박사(Adrian Lahoud)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COP27를 맞아 ‘두번째 바다(Second Sea)'를 공개했다. 이 플랫폼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136개 해안도시의 연도별, 시나리오 별 피해금액을 보여주고, 배출 기여도에 따라 국가별 보상액을 산출해 가상 영수증까지 발행한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136개 해안도시 중 영수증을 발행하고 싶은 하나의 도시를 클릭한다. 이어 발행연도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선택한다. 이때, 시나리오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서 발표한 대표농도경로(RCP)다.

RCP는 모두 2100년까지의 온도 상승 폭에 따른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RCP2.5 옵션의 경우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1.6°C(0.9°C-2.3°C) 상승한 정도로 적극적 저탄소 시나리오 ▲RCP4.5 옵션의 경우 2.4°C(1.7°C-3.2°C) 상승한 정도로 상당한 온실가스 배출 저감이 이뤄진 시나리오 ▲RCP8.5의 경우 4.3°C(3.2°C-5.4°C) 상승한 정도로 현재 온실가스 배출이 그대로 이어졌다고 가정한 시나리오다. 

도시와 연도, 기후변화 시나리오까지 선택이 끝나면, 해수면 상승 높이와 이에 따른 피해액을 확인할 수 있다. 136개 도시 중에는 한국의 인천, 부산, 울산도 포함돼 있다. 이들 도시에 2050년 RCP8.5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각각 21.8㎝, 22.2㎝, 22.2㎝의 상승이 예상됐다. 피해액도 각각 약 3억 달러(약 3900억원), 7억 9000만 달러(약 1조원), 약 1억 2000만 달러(약 1500억원)에 달한다. 

가장 긍정적인 미래 예측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피해는 적지 않다. 이들 도시에 2050년 RCP2.5 시나리오를 적용한 결과, 해수면은 각각 17.5cm, 20cm, 20cm 상승했다. 피해액은 각각 약 1억 9000만 달러(약 2500억), 6억 3000만 달러(약 8300억원), 9900만 달러(약 1300억원)에 달했다. 예상 피해액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이주, 습지 손실, 생물다양성 감소, 침수, 홍수, 침강 및 토지의 염분 증가 등으로 인한 손실이 포함돼 있다.  

피해액은 고스란히 배출국에 대한 청구 영수증 발행으로 이어진다. 지난 170년간의 국가별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례하게 비용이 기재된다. 2050년 20cm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약 83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부산의 영수증은 ▲미국에 1억 6000만 달러(약 2000억원) ▲중국에 9000만 달러(약  1100억원) ▲러시아에 4000만 달러(약 520억원) ▲독일에 3500만 달러(약 450억원) ▲영국에 3000만 달러(약 390억원)를 요구하고 있다.

가장 적은 배상액을 치루는 국가(지역)은 남극대륙으로 59달러(약 7만원)의 비용만이 청구돼 있다. 라후드 학장은 디자인 잡지 <Dezeen>과의 인터뷰에서 “한 국가가 전 세계 배출량의 15%에 책임이 있다면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손실과 피해에도 15%의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후위기가 만들어낸 ‘두번째 바다’, 불평등 심화시키고 고통의 경험 만들어

2030년에서 2050년 사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침식으로 인한 재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출처=노스캐롤라이나주 교통부, 위키미디어 커먼즈)
2030년에서 2050년 사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침식으로 인한 재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출처=노스캐롤라이나주 교통부, 위키미디어 커먼즈)

라후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기후재난이 만들어낸 높은 해수면의 바다를 ‘두번째 바다’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온실가스가 만들어낸 가장 대표적인 기후재난은 ‘해수면 상승’이다. 세계기상기구(WMO)가 2021년 11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1989년부터 2018년까지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은 매년 1.8㎜ 높아졌다. 

30년동안 평균 5.4cm가 높아진 것인데, 이는 평균에 불과하다.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공식 보고서를 통해 한반도 해역의 해수면이 지난 33년간 평균적으로 매년 3.01mm씩 높아졌다고 말했다. 전세계 평균보다 2배 더 빠른 수준이다. 해수면 상승 수준은 해수량, 연안의 위치, 지대의 높낮이, 지반 침식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세계 해안지역이 저마다 다른 해수면 상승률을 보이고, 그로 인한 피해경험 역시 달라지는 이유다. 

글로벌 기후단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이 지난해부터 발표한 ‘해수면 상승 시나리오’에 대한 다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해수면 상승은 영구적인 해안 홍수 현상을 낳고, 이로 인해 ▲사유재산의 소실 ▲부동산 소실로 인한 지방세 수입의 손실 ▲공공 서비스에 대한 자금 약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즉, 개인이 삶의 터전과 재산을 잃어버리는 것 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 나아가 중앙 정부의 과세 기반까지 위협하는 커다란 손실이 된다는 것이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재난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예측도 팽배하다. 클라이밋 센트럴이 지난 5월 발표한 ‘캘리포니아의 해수면 상승과 사회적 취약성에 따른 위험’연구에 따르면, 위험 지역 1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인종차별, 빈곤, 실업, 언어적 고립과 같은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연구를 진행한 라라 쿠싱(Lara Cushing) UCLA 공중 보건학과 조교수는 “기후 변화는 불평등을 증폭시킨다”며, “해수면 상승은 이미 뒷마당에 오염원이 있는 지역 사회에 오염 물질 방출과 같은 추가적인 위험을 안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두번째 바다’ 플랫폼 홈페이지에서 연구팀은 “보상은 피해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 진실 추구 과정에서 나타난다”며, “배상은 완화 및 적응과 함께 기후 조치에서 누락된 세 번째 기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진정한 배상은 손해배상, 사과, 공적 인정, 추모, 재발 방지 보장 등 피해에 대한 실질적, 상징적, 금전적 보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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