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격전지인 16개 태평양 국가와 첫 정상회의
자원 풍부하고 전략적 가치 높은 '태도국' 협력 강화

[ESG경제=김강국 기자] 글로벌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직접 피해를 겪는 태평양 도서국(태도국)들과 한국이 정상회의를 열고 해결을 위한 공동 노력에 나선다. 태평양 도서국들은 최근 미ㆍ중 전략경쟁의 새로운 격전장으로 떠오르고 있어 이번 정상회의 통해 한국의 외교 지평이 넓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한다.
29∼30일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는 윤석열 정부 들어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다자 정상회의다. 지난해 말 한국이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지역별 이행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공동번영을 향한 항해 : 푸른 태평양 협력 강화'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정상회의에는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소속 16개국 정상과 PIF 사무총장을 초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태평양도서국 정상회의에 앞서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키리바시, 통가, 투발루,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5개국 정상과 연쇄 정상회담을 했다. 29일 오후에는 쿡제도, 마셜제도, 솔로몬제도, 니우에, 팔라우 5개국 정상과 만났다.
윤 대통령은 국가별 양자 협력 현황을 점검하고, 개발 협력, 기후 변화 대응, 해양 수산 협력, 보건 인프라 구축 등 국가별 관심 분야에 대해 상호 호혜적인 협력을 확대해나가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태평양 섬나라, 풍부한 어장과 미래 에너지자원 보유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태도국 협력 확대 계획을 비중 있게 포함한 바 있다. 이번 정상회의 전까지 한국과 태도국 간의 정례 협의체는 장관급이 가장 높았다. 2011년을 시작으로 총 5차례 한·태도국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2021년 제4차 외교장관 회의에서 협의체를 정상급으로 격상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해 5차 외교장관 회의에서 올해 첫 정상회의를 열자는 합의가 이뤄졌다. 태도국들은 풍부한 어족자원과 미래 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데다 최근에는 미중 경쟁구도 속에서 태도국들의 전략적 중요성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태도국 관계 강화를 미국의 대중 견제망 돌파 카드로 보고 급속히 영향력을 확장해왔다. 지난해 4월에는 남태평양 전략적 요충지인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을 체결하고 군사적 교두보 마련에 나섰다.
중국의 움직임에 자극받은 미국도 뒤늦게 태도국 관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워싱턴DC로 태도국 정상들을 초청해 처음으로 미국·태도국 정상회의를 열었다. 올해 2월엔 솔로몬제도에 30년 만에 대사관을 재개설했다.
미국은 태평양과 인접한 일본,호주,뉴질랜드 등과 함께 태도국을 지원하기 위한 협력체 '푸른 태평양 동반자'(PBP)를 발족했다. 한국도 지난해 11월 PBP에 가입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한국이 태도국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 외교 공간을 넓히고 커진 국력에 맞게 제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 태도국들도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이나 중국처럼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접근한다는 시각이 비교적 덜한 것으로 알려졌다.
1국 1표로 발언권 상당...부산엑스포와 국제기구 선거에 도움
태도국들은 인구나 국토는 작지만 웬만한 국제기구 선거에서 각자 한 표씩을 행사하는 등 발언권도 만만찮다. 태도국 14개국 가운데 11개국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투표권을 보유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이다. 태도국은 유엔 아태그룹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가 추진하는 부산엑스포나 여러 국제기구 선거에서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이번 정상회담은 이런 부분에서도 지지를 확보해 든든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태도국과 관계 심화를 위한 구체적 결과물로 정상 공동선언 및 50건 이상의 협력사업이 담긴 '행동계획' 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도국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으로 식수 확보나 농업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영토 존립까지 위협받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태도국 맞춤형 기후변화 예측사업 등을 한국이 더욱 지원하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