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MC "지난해 기상이변으로 인한 전 세계 실향민 수 3070만명"
전쟁과 폭력 사태로 인한 실향민 수보다 3배 이상 더 많아

[ESG경제=이진원 기자] 기온 상승 탓에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폭풍, 홍수, 산불, 가뭄으로 생활 터전을 잃고 어쩔 수 없이 살던 곳을 떠나 국내 실향민(이주민)이 된 사람이 적어도 10년 만에 최다인 3000만명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전쟁과 폭력 사태로 인해 발생한 강제 실향민 수 980만명의 세 배가 넘는 숫자다.
내부난민감시센터(IDMC)에 따르면, 기상이변 탓에 지난해 자국 내에서 강재 실향민으로 전락한 사람 수는 3070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말 현재 기준, 전체 강제 실향민 수는 역대 최대인 5500만명에 달하고, 전 세계 경제 피해는 약 20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IDMC 보고서는 "매년 수백만 명이 충돌과 폭력 사태로 인해 살던 집을 떠나고 있다"면서 "재난과 기후변화의 영향은 정기적으로 새롭고, 2차적인 강제 이주를 유발해 사람들의 안전과 복지를 해친다"고 지적했다.
국내 실향민은 집이나 통상적인 거주지를 탈출할 수밖에 없었으나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국경을 넘지 않은 사람으로, 인종·종교·국적과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이나 정치적 의견으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출신국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더라도 보호를 받을 수 없어 국제적인 보호가 필요한 난민과는 다른 개념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강제 실향민 수 계속 늘어날 듯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화석연료 사용이 이어지면서 홍수와 폭풍과 같은 갑작스러운 충격과 농작물 피해와 가뭄과 같은 천천히 진행되는 위기로 인해 강제 실향민이 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유한 국가 정치인들은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국경을 넘는 가난한 지역 출신 이주민들이 늘어나며 자국 공공 서비스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다만 이에 대해 IDMC는 다수의 이주가 소규모로 지역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우려를 일축했다.
강제 실향민 80% 이상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인
2020년 강제 실향민의 80% 이상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에서는 사람들이 주로 기상이변 때문에 생활 터전을 떠나야 했다.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저지대 해안선과 삼각주에 수억 명이 거주하는 나라들에서는 인구 증가와 도시화가 겹쳐 해수면이 상승함에 따라 홍수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최근인 17일에도 20년 만에 최악의 사이클론이 인도를 강타하면서 구자라트에서만 20만 명이 대피해야 했다.
피해를 본 다수의 이재민들은 돌아갈 집이 없어진다. 지난해 사이클론 암판이 방글라데시를 강타했을 때 2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5만5500채의 가옥이 파괴됨으로써 이재민의 10%가 집을 잃었다.
포츠담대 경제정책분석센터가 지난 3월 발표한 메타분석 결과를 보면, 홍수나 허리케인처럼 갑자기 닥친 재난보다는 폭염과 가뭄처럼 장기간에 걸쳐 펼쳐지는 재난이 강제 이주를 촉발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