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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행동 테마 '게임' 속속 등장...자연복원·탄소포집 싸움 붙인다

  • 기자명 김연지 기자
  • 입력 2024.01.08 17:43
  • 수정 2024.01.09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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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에 환경보호의 메세지 넣는 주요 게임 인기 쑥쑥
"게임 속 기후 메세지가 실제 행동에 큰 도움" 연구 결과도
게임업계 기후변화 대응 연대 활동도 활발히 전개

최근 다양한 게임들에 기후위기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최근 다양한 게임들에 기후위기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ESG경제=김연지 기자] 기후위기가 날로 심해지는 가운데 지구환경을 테마로 한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게임을 통해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연대 모임도 결성되고 있다. 연구진들은 게임이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돕고, 기후행동을 실천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연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복원’하는 게임

환경 복원 전략 게임 '테라 닐'의 이미지. 사진=테라닐 공식 홈페이지
환경 복원 전략 게임 '테라 닐'의 이미지. 사진=테라닐 공식 홈페이지

지난해 3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게임회사 프리 라이브즈(Free Lives)는 환경 전략 게임 테라 닐(Terra Nill)을 출시했다. 이 게임은 출시 일주일만에 30만명 이상이 플레이 했을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게임은 기후위기로 물에 잠긴 지구에서 시작한다. 기존의 도시 건설 전략 게임이 ‘문명의 불모지’에서 시작해 수많은 자원개발과 자연파괴를 통해 도시 문명을 건설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테라 닐은 ‘문명의 이기’로 붕괴된 지구의 환경을 ‘복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플레이어는 물에 잠기고, 폐기물에 오염되고, 생명이 떠나 황폐화된 땅을 토양 정화, 바다 청소, 나무 심기, 야생 동물 복원 등의 활동을 통해 다시금 생명이 살 수 있는 풍요로운 땅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전략 게임들이 더 많은 기반시설을 세우기 위해 바다를 매립하는 행위, 산림을 벌채하는 행위를 부추길 때, 테라 닐은 이러한 자연 훼손이 자연 재해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구현해낸다. 해당 게임에서는 바다를 매립하거나 산림을 벌채할 경우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 있다.

프리 라이브즈 관계자는 “훼손된 대지를 치유하고 생명의 찬란함을 다시 꽃피워내는 과정을 통해 환경에 대한 의식과 책임감을 되살리는 시적인 경험”이라고 게임을 소개했다. 

기후변화로 인류 문명 종말 경고 게임도

보다 비관적인 기후 시나리오를 그려낸 게임도 있다. 한국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유명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문명’은 지난 2019년 기후변화를 주제로 ‘문명 6’의 두 번째 확장판 ‘몰려드는 폭풍’을 출시한 바 있다.

문명 6 역시 전략 게임으로서 석기시대부터 근미래까지 자신의 문명을 세계 최고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자원을 활용하고 생산력을 극대화해 각종 시설과 기술들을 고도화해야 한다. 다만, 화석연료 사용과 환경파괴에 대한 대가가 나타나지 않는 여타 전략 게임들과 달리 문명 6는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과 무분별한 발전이 기후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오직 승리에만 매몰되어 재생에너지와 탄소포집 등 다양한 기후행동을 선택하지 않은 플레이어들의 문명에는 어느 시점부터 슈퍼태풍과 홍수 등 각종 재난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자신의 문명 내에서 기후행동을 잘했을지라도, 다른 국가들이 기후행동에 소홀히 하여 월경성 기후재난이 빈번해지기도 한다. 전세계적 기온상승 현상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이로 인해 국토가 침식되어 국가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게임 내에서는 세계의회 등 국제기구가 등장해 기후변화에 대한 결의안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해당 결의안은 자국의 승리 요건과 충돌하기 마련이고, 결의안을 이행하지 않는 이웃 나라가 속출하면서 플레이어에게 큰 딜레마를 선사한다. 결국 어느 나라가 승리를 하든 지구는 기후재난으로 초토화되며 끝나는 결말도 이 게임의 주된 시나리오 중 하나다. 

게임 업계 기후연대도 확대

지난 2023년 열린 '그린 게임 잼' 포스터. 사진=플레잉 포 더 플래닛 얼라이언스 공식 홈페이지
지난 2023년 열린 '그린 게임 잼' 포스터. 사진=플레잉 포 더 플래닛 얼라이언스 공식 홈페이지

게임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게임 업계의 변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 2019년 뉴욕 UN 본부에서는 UN 사무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게임을 통해 탄소 배출 감축 및 환경 보호에 기여하겠다”는 게임 개발사들의 ‘플레잉 포 더 플래닛 얼라이언스(Playing for the Planet Alliance, 이하 얼라이언스)’ 협의체가 발족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소니, 슈퍼셀, 유비소프트, 나이언틱 등 세계 굴지의 게임 개발사들은 물론 유럽 인터랙티브 소프트웨어 동맹(ISFE), 독일 게임산업협회 등 관련 기관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얼라이언스 회원들 중 60%는 지난 2021년 203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얼라이언스는 지난 2020년부터 환경보호의 메시지를 게임에 구현해내고 많은 게임 회사의 참여를 독려하는 ‘그린 게임 잼( Green Game Jam)’ 캠페인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개최된 그린 게임 잼은 ‘야생동물’을 주제로 다양한 게임 디자이너와 기술자, 교육자, 환경 운동가들이 협업을 했고, 그 결과 앵그리 버드(Angry Birds), 아스팔트 (Asphalt ), 팩맨 (Pac-man) 을 포함한 41개 게임에 야생동물 보호의 메시지가 녹아들었다.

참여하는 게임 회사들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그린 게임 잼의 규모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2021년 그린 게임 잼은 2020년 그린 게임 잼의 3배 규모였다. 

국내에서는 정부와 게임회사가 협력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기후행동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외교부는 산림청, 유니셰프 한국위원회와 함께 ‘플랜트 아워 플래닛(Plant Our Planet, 이하 POP 캠페인)’을 추진했다. POP 캠페인은 소셜 네트워크 게임 ‘플레이 투게더’의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통해 가상공간에 나무를 심으면 현실 세계에서도 식목 행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산림청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 6월 8일 기준 220여 개국 2857만명이 게임 속에서 캠페인 활동에 참여했으며, 몽골, 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식수 행사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게임이 기후행동을 촉진할 수 있다

이러한 게임 업계의 변화가 플레이어들의 기후행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예일대학교 연구진은 지난 2022년 미국 내에서 비디오 게임을 하는 성인 약 2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다. 이들 중 5명 중 1명은 게임 플레이나 스트리밍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해 보거나 들었다고 답했으며, 8명 중 1명은 게임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생활에서 조치를 취했다고 답했다.

영국의 게임 컨설팅 회사 '게임 포 굿(Games for Good)'의 창립자 멘사 본수(Mensah-Bonsu)는 블룸버그에 “게임은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대규모로 상상할 수 있도록 돕고, 이를 창조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공감과 인내의 사고방식을 강화하는 힘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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