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커 연구소 ‘기업 경영 효율성’ 측정 방식 분석
ESG 경영 기업은 고객 만족, 혁신, 재무 건전성 등 개선
WSJ “ESG 요소 통합한 기업이 경영 성과 가장 뛰어나”

[ESG경제=이진원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아진 ESG 경영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경영 성과 면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 구체적 수치를 통해 확인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클레어몬트 대학원의 드러커 연구소(Drucker Institute)가 내놓은 ‘기업 효율성’ 측정 방식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WSJ은 이 결과를 토대로 “ESG 요소를 경영에 통합한 기업이 (일부 정치인들로부터) ‘사회주의’ 경영이나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하는’ 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들은 좋은 경영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결론 내렸다.
미국에서는 특히 공화당을 중심으로 ESG 경영을 중시하는 기업들이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기업 경영의 궁극적 목표를 등한시하는 ‘깨어 있는 자본주의(woke capitalism)’에 빠져있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친(親)기업 성향이 강한 공화당 의원들에겐 주주 이익뿐 아니라 직원, 고객 등 사회 전체 이해관계자의 가치 제고에 힘써야 한다며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ESG 경영 기업들이 마뜩잖기 때문이다.
ESG 경영 기업은 경영 평가 핵심 요소 일제히 개선
드러커 연구소는 현재 고인이 된 세계적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핵심 원칙을 토대로 경영 평가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은 ▶고객 만족 ▶ 직원 참여와 개발 ▶혁신 ▶사회적 책임 ▶재무 건전성이란 5개 영역에 대해 0~100점(중위값 50점)의 표준화된 점수를 매겨 기업의 경영 성과를 평가한다. 이후 각 영역의 점수를 합산해 전반적인 경영 효율성을 파악하는 식이다.
WSJ이 2018년까지 데이터를 확보한 442개 기업 중 전반적인 효율성 면에서 가장 큰 개선을 이룬 50개 기업의 경우 ESG 경영의 핵심 요소인 ‘사회적 책임’ 부문의 개선이 이 같은 긍정적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까지 5년 동안 이 50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점수는 평균 8.9점 상승했다. 재무 건전성 8.3점, 고객 만족도 6.9점, 직원 참여와 개발 6.5점, 혁신 4.9점도 마찬가지로 올랐다.
순위 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공급한 회사 중 하나인 HIP 인베스터의 R. 폴 허먼 최고경영자(CEO)는 “사회적 책임과 모델 내 다른 네 가지 영역 사이의 정확한 관계는 산업이나 기업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감과 지속가능성이 개선되면 현금 흐름, 위험 관리, 가치 창출도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WSJ은 ESG 경영에 중점을 두자 사회적 책임을 중심으로 경영 효율성이 종합적으로 개선된 대표적 기업 사례로 의료 제품 제조업체인 홀로직(Hologic)를 들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홀로직의 점수는 고객 만족도 5.4점, 직원 참여와 개발 2.3점, 사회적 책임 10.6점, 혁신 4.4점, 재무 건전성 5.5점 각각 상승했다.
무엇보다 지난 5년 동안 홀로직은 공장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하고, 폐기물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고위 경영진과 이사회의 다양성을 강화하는 등 사회적 책임 점수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자 다른 영역의 점수도 동반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2013년 말 홀로직의 CEO가 된 스티브 맥밀런은 WSJ에 “우리가 ESG란 용어의 수용 속도는 느렸지만, 이와 관련된 개념의 수용 속도는 빨랐다”면서, ESG 경영, 특히 사회적 책임을 중시한 경영이 다른 성과 지표의 개선으로 이어졌음을 인정했다.
WSJ "사회적 이슈가 중요 비즈니스 기회일 수 있어"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시놉시스(Synopsys) 역시 유사한 효과를 봤다.
이 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쉴라 글레이저는 지난 5년 동안 회사의 점수가 순위의 모든 항목에서 상승했지만, 특히 고객 만족도(16.1점), 사회적 책임(8.7), 혁신(6.9) 부문에서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우연이 아니라 상호 관련되어 일어난 결과라고 해석했다.
시놉시스가 회사 차원에서 고객에 필요한 기술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환경을 위해 에너지를 덜 소비하도록 애쓰자 직원들 사이에서 이런 노력에 동참하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직원들의 창의력이 많이 발휘되는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글레이저는 WSJ에 “회사가 혁신을 촉진하는 한 가지 방법은 내부 및 공급망 전반에 걸쳐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를 통해 자체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것”이라며 “고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으려면 우리 스스로가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SJ은 ”피터 드러커는 ‘우리 시대의 모든 사회적 및 글로벌 이슈는 가려져 눈에 잘 안 보이는 비즈니스 기회’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면서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회적 및 글로벌 이슈가 눈에 잘 띄는 비즈니스 기회일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