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석탄 수출 확대 위한 철도 시설 현대화 공사에 14조원 이상 투자
인접국인 중국의 석탄 소비 확대 기대...실제 확대될지는 미지수
전문가들 "러시아 경제와 지구 모두에 위험 행위"

[ESG경제=이진원 기자] 러시아가 전 세계적인 탈(脫)석탄 행보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 아시아가 가장 더러운 화석연료이자 대기오염의 주범인 석탄 사용 감축을 위해서 애쓰고 있는 것과 달리 러시아 정부는 석탄 수출을 늘리기 위한 철도 시설 현대화 사업에 총 128억달러(약 14조2000억원)를 투자하고 있는 것.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시설 현대화 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죄수들까지 동원할 예정이다.
현재 유럽 정부들은 단계적으로 석탄을 폐기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미국의 석탄 화력발전소는 청정에너지 가격이 폭락하면서 문을 닫고 있다. 또 은행들이 화석연료 프로젝트 대출을 중단함으로써 이와 관련한 새로운 아시아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
러시아, 석탄 수출 확대 기대하며 철도 현대화 공사 추진
많은 국가들이 석탄 대체 연료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러시아는 극동 항구까지 이어지는 석탄 운반 철도를 현대화하고 확장하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석탄 수출국으로서의 위상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다른 국가에서와 달리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석탄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UMC홀딩의 에브게니 브라긴 부사장은 "여건이 맞으면 수입 석탄에 대한 아시아 국가들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면서 "러시아는 석탄을 수출할 기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철도 인프라를 계속 개발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최장 철도인 러시아 서부와 태평양을 연결하는 러시아 횡단철도와 바이칼 아무르 철도 확장해 2024년까지 석탄 등의 상품 화물 이동 용량을 연간 1억8200만 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미 2013년에 시작된 철도 현대화 계획에 따라 용량이 1억4400만 톤으로 두 배 이상는데 이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석탄 수출을 늘려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고 한다고 보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어 세계 석탄의 절반 이상을 소비하는 중국에 석탄 수출을 늘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석탄 수출국가인 호주가 외교적 마찰로 인해 중국과의 무역에 차질을 빚고 있어 이 기회를 이용한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러시아의 계획은 러시아 경제와 지구 모두에 위험"
하지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계획이 러시아 경제와 지구 모두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엔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재앙적인 지구 온난화를 피하기 위해 석탄을 즉각 폐기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러시아가 기후 변화 영향으로 향후 수십 년 동안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 초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가 지구 온난화를 섭씨 1.5도 이하로 유지하고자 한다면 어떤 새로운 화석연료 인프라도 건설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IEA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이 없는 넷제로 달성을 위해 이르면 2040년까지 석탄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퇴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의 예상대로 아시아의 석탄 수요가 계속 증가할지도 확실하지 않다. 올해 중국의 석탄 소비량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고, 중국은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도 계속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은 2026년부터는 석탄 소비 감축에 착수할 예정이다. 동시에 중국은 국내 광산의 석탄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해외로부터 석탄을 수입할 여지도 줄어들고 있다. IEA는 2040년 전 세계 석탄 수요는 2019년과 비교해 거의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