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 29개국 이사회 여성 비율 최하위
거버넌스 개선 위해 이사회 다양성 높여야

[ESG경제=박가영 기자] 한국의 여성인권 지표들이 여전히 선진국 중 최하권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날을 맞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 지수’에서도 한국은 12년 연속으로 조사대상 29개국 중 29위를 차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여성의 노동 참여율 ▲남녀 고등교육·소득 격차 ▲여성의 노동 참여율 ▲고위직 여성 비율 ▲육아 비용 ▲남녀 육아휴직 현황 등의 지표를 반영해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2013년부터 매년 유리천장 지수를 산정한다. 지수가 낮을수록 여성의 노동 환경이 전반적으로 열악하다.
1위는 아이슬란드로, 2년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북유럽 국가들은 매년 모든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왔다. 반면 한국과 일본, 터키는 매년 하위권을 지켜왔다.

노동 분야에서 한국의 남녀 소득격차는 무려 31.1%로 꼴찌였다.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남성보다 17.2% 낮았으며, 29개국 중 27위를 차지했다.

관리직 여성의 비율과 기업내 여성 이사 비율 각각 16.3%로 역시 최하위권이었다. 국회의원의 여성비율은 19.1%로 27위였다. 이코노미스트의 연구에 따르면 의회에 여성이 많을수록 여성의 권리와 가족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이 상위권을 차지한 지표는 2위를 차지한 남성의 유급 출산휴가 부문(22.1주)이 유일했다. 여성의 유급 출산휴가는 30.6주로 12위를 기록했다.
세계은행은 '여성, 비즈니스와 법률 2024' 보고서를 통해 “여성들이 일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을 막는 차별적인 법과 관행을 해소하면 전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이 20% 이상 증가할 수 있으며, 세계 경제 성장률이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국의 두꺼운 유리천장과 심각한 젠더간의 소득 불평등, 노동시장으로부터의 소외는 경제 성장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사회의 유리천장도 "견고"
기업의 이사회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상장사의 여성 이사 선임은 지난 2022년 자본시장법에 관련 조항이 신설되면서 증가 추세에 있다. 그러나 벌칙 조항 없이 사실상 권고에 그쳐 증가 속도가 느린 상황으로, 국내 기업들의 이사회 성비 불균형은 여전히 OECD 국가들 중 최하위권이다.
KCGI자산운용이 8일 국내 상장 주요 370개 회사를 분석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3년 대상 기업들의 여성 근로자의 비율은 27.7%였지만, 이사회 내 여성 비중은 8.8%에 불과했다. 낮은 이사회 다양성은 거버넌스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임희정 한양사이버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슈브리프를 통해 “기업의 이사회는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데, 한국의 현저히 낮은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한국의 ESG가 거버넌스 측면에서 부족 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이 MSCI 아시아 태평양 지수에서 경영진의 여성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5년간 평균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벤치마크 수익률보다 4%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튀빙겐 대학교의 자스민 조크, 케르스틴 풀, 카린 베터 교수는 2012년 패널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사회의 여성 참여로 인해 기업의 경영성과가 향상되기 위해 서는 이사회의 여성비율이 임계치로 여겨지는 30%를 넘어야 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여성임원의 이사회 참여 초기단계에는 그들의 차별화된 역량과 전문성보다는 단순히 여성이라는 상징성에 초점이 맞춰져 기업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이사회의 여성임원 비율이 30% 를 넘어선 이후부터는 남성으로만 구성된 이사회보다 더 높은 경영성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블랙록은 지난 2018년 여성 이사가 2명 미만인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블랙록은 “ESG 경영의 일환으로 성별 다양성에 관한 요소가 투자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기업가치를 위해서도 여성 인력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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