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美 대선 등으로 ESG 법안 추진 차질 가능성
ESG 찬반속 정치권의 규제 추진 변화 예의 주시해야
규제 변화 리스크 반영해 지속가능 계획 수립 필요

[ESG경제=이진원 기자]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둘러싼 정치 환경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리스크에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나 유럽연합(EU)의 ESG 관련 법안 추진 상황에 따라 기업의 지속가능성 추진 전략과 성공이 영향을 받게 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해놓는 게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톰슨로이터연구소(Thomson Reuters Institute)는 1일(현지시간)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치 환경에 맞춰 기업은 지정학적 위험에 대비하고 전략 계획을 수립할 때도 지속가능성 요소를 고려해야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ESG 분야에서 변화하는 정치적 우선순위와 잠재적인 규제 변화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U의 ESG 관련 법안 논란 리스크
연구소는 EU가 최근 ESG 기준과 관련된 법안을 추진하면서 정치적 불화로 법안이 당초 원안에서 크게 바뀌어 혼란이 빚어진 것을 정치적 환경 변화의 대표적인 리스크 사례로 꼽았다.
실제 EU의 ‘기업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의 경우 연초 독일과 이탈리아가 속속 채택 과정에서 기권 의사를 밝히면서 적용 범위가 크게 좁아졌다. 이로 인해 최종 CSDDD의 영향을 받는 기업이 ‘직원수 500명 및 전세계 순매출 1.5억유로(약 2240억원) 초과’에서 ‘EU 역내 순매출 4.5억유로 초과’로 대폭 축소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이는 EU에서 이미 다양한 ESG 관련 규제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루어진 변화로, 앞으로도 EU 회원국들의 정치적 셈법에 따라서 규제가 더 후퇴하는 등의 변화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기업들의 반발도 우려된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CSDDD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과 더불어 EU의 대표적인 ESG 규제로 꼽히는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이 지난해 1월 시행됐을 때 규정 준수를 위해 투자하는 것보다 벌금을 내는 게 오히려 비용 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며 CSRD를 따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CSDDD는 EU 시장에서 활동하는 일정 규모 이상 대기업이 자사 공급망 내 환경파괴나 강제노동 등 인권침해가 있는지, 그로 인한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를 실사해 관련 정보를 공시하고 그 영향을 해소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올해 6월 공식 발효됨에 따라 EU 회원국들은 앞으로 2년 안에 이를 가이드라인 삼아 국내법을 제정해야 한다. 각국 법은 기업규모에 따라 발효 후 3~5년 이후부터 적용되므로 이르면 2027년~2029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ESG 반대하는 미 공화당 트럼프의 승리 리스크
연구소는 또한 미국 일부 주에서 ESG 찬성파와 반대파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ESG 관련 법의 입법 추진 속도가 더뎌지고, 이와 관련한 정쟁이 가열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들의 대비를 당부했다.
예를 들어, 이번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면 알려진 대로 ESG 규제가 대폭 완화되고 이로 인해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트럼프가 속한 친기업 성향의 공화당은 ESG를 이상주의적이고 국익에 반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지속적인 공격을 가해왔다.
실제로 미국에선 현재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기업의 기후 관련 위험과 각종 기후 정보를 공시하는 ‘기후공시’ 기준을 확정하고 오는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예정이다. 그런데 공화당을 지지하는 미국 화석연료 기업과 공화당이 장악한 주정부가 SEC의 기후공시 의무화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여기에 일부 기업은 기후공시에 엄청난 양의 정보공개를 하느라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이다. 반면 환경단체 등은 기후공시 기준에서 ‘스코프3 배출량 공개 의무화’가 삭제된 점을 문제 삼는다. SEC의 기후공시가 미흡하다며 오히려 공시 강화를 촉구하고 나서 양측이 팽팽히 맞선 상황이다.
스코프3은 가치 사슬 전체에서 기업의 활동과 관련된 모든 간접적인 배출량을 말한다.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물론, 기업이 공급망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도 이 범위에 포함된다.
"기업은 다양한 정치적 리스크에 대비해야"
연구소는 “미국의 대선 결과 등으로 정치 환경이 변할 수 있으므로 기업의 리스크 전문가는 입법 진행이 둔화할 가능성과 추가적인 규제 완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대비에는 시나리오 계획과 급격한 정책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전략 개발이 포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조사 보고나 입법 절차 지연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송이나 평판 리스크 확대에도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아울러 국제무역이나 글로벌 역학 관계와 같은 장기적인 지정학적 요인도 ESG 프로젝트 내지 이니셔티브의 성공에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치거나 지속적인 도전과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각별히 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런 리스크 역시 리스크 평가 및 전략 계획 프로세스에 통합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연구소는 “환경 및 사회적 영역, ESG의 E와 S에 해당하는 이슈에 우선순위를 둬온 국가가 더 바람직한 거래 상대방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