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강찬수의 에코인사이드] 미래 수소경제 성패 좌우할 '5가지 요소'

  • 기자명 강찬수 기자
  • 입력 2024.08.18 21:56
  • 수정 2024.08.21 09:30
  • 댓글 0

SNS 기사보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온 상승 1.5도 억제하는 시나리오에서
연간 6억톤 공급, 에너지 10% 감당해야
전력·물·토지·자재·공급망 등 해결 필요

 

수소저장탱크 모습. 사진=AP연합뉴스
수소저장탱크 모습. 사진=AP연합뉴스

[ESG경제신문=강찬수 환경전문기자] 2050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로 막기 위해서는 수소 에너지의 비중을 높여야 하고, 이에 따라 연간 최대 6억1400만 톤의 수소를 생산·공급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2050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의 10%에 해당하는 적지 않은 양이다.

이 같은 미래의 수소 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하려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수소경제를 좌우할 5가지 요인, 즉 전력(재생에너지)·물·토지·자재·공급시스템을 제대로 분석·평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에너지·공정공학연구소와 미국 카네기 과학연구소 등의 연구팀은 최근 미래 수소경제가 다른 환경문제와 충돌하는 문제, 수요-공급 불일치 문제를 다룬 논문을 국제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현재는 천연가스 개질(改質)이나 석탄 가스화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데, 여기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CO2)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2%를 차지하므로 재생에너지에 바탕을 둔 녹색수소(저탄소 수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연구팀은 “녹색 수소는 탄소 포집·저장이 없는 증기 메탄 개질(steam methane reforming, SMR)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50~90% 적다"며 "하지만, 대규모 수소경제에서 온실가스의 배출이 적지 않고, 다른 환경적 부담도 초래할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설비 도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수소 누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초래를 지적한 것이다. 수소 자체도 대기 중으로 누출되면 온실가스로 작용한다.

시나리오별로 2050년 수소 수요량 산정

연구팀은 우선 재생에너지와 고분자 전해질막(PEM)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면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 채택될 것에 바탕에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2050년 수소 수요를 전망했다.

시나리오별 2050년 수소 생산량 전망.  km2당 연간 수소 생산량(톤)을 표시한 것. 시나리오에 대한 설명은 본문 참조.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4]
시나리오별 2050년 수소 생산량 전망.  km2당 연간 수소 생산량(톤)을 표시한 것. 시나리오에 대한 설명은 본문 참조.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4]

첫 번째 기준 시나리오(2022년)는 현재 상태로 연간 900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수준을 말한다. 두 번째 통상 경로(Business-as-usual) 시나리오는 현재의 사회경제적인 추세가 그대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연간 1억1100만 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수준이다.

세 번째 2°C 시나리오는 지구 기온 상승을 2°C로 제한하는 2050년의 미래 세계 경제를 낸다. 연간 4억5100만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시나리오다. 네 번째 1.5°C 시나리오는 기온 상승을 1.5°C로 제한하며, 연간 3억6400만톤의 수소를 생산하는 시나리오다. 수소 생산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수소 에너지 비중을 낮춘 시나리오다.

다섯 번째 대안적 1.5°C 시나리오, 즉 국제 재생 에너지 기구 (IRENA) 시나리오는 지구 온난화를 1.5°C로 제한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수소 생산량을 연간 6억1400만 톤으로 끌어올리는 시나리오다. 이 경로는 수소 생산 비용을 최대한 낮추고, 생산지에서 수요처까지 효율적으로 운송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막대한 양의 수소를 생산해야 하지만, 새로운 환경문제를 낳을 수도 있고, 수요-공급 지역 불일치 문제도 풀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과제다.

풍력 이용해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해야

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어떤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투입하느냐가 중요하다. 물 전기 분해를 통해 저탄소 수소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 재생 에너지의 용량 계수(capacity factor)를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재생에너지의 용량계수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이론적으로 최대 출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간에 비해 실제로 작동한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설비의 실제 에너지 생산량을 최대 가능 에너지 생산량과 비교해 계산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기후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용량계수는 수소 생산의 경제성과도 관련이 된다.

시나리오별 수소 생산 비용. 1kg의 수소를 생산하는 비용을 유로로 나타낸 것이다.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본문 참조. 기온을 억제하고 수소생산을 더 많이 늘리려는 시나리오일수록 기술 개발 등으로 수소 생산 비용이 낮아진다.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4]
시나리오별 수소 생산 비용. 1kg의 수소를 생산하는 비용을 유로로 나타낸 것이다.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본문 참조. 기온을 억제하고 수소생산을 더 많이 늘리려는 시나리오일수록 기술 개발 등으로 수소 생산 비용이 낮아진다.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4]

재생 에너지의 용량 계수가 낮으면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운영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수소 누출로 인해 ‘녹색 수소’ 기준(수소 1㎏ 생산당 CO2 배출량 4.4 kg)을 초과할 수도 있다.

건물 지붕 등에 설치된 소규모 태양광 패널 전기로 수소를 생산할 경우 용량 계수가 낮아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할 수 있다(수소 1㎏당 최대 CO2 5.6 kg 배출). 대신 대규모 지상형 태양광 패널의 경우 수소 1㎏당 CO2 배출량을 2.6㎏까지 낮출 수 있다. 풍력 터빈을 사용하면 용량 계수가 더 높아 CO2 배출량은 1.1~1.8 ㎏으로 줄어든다.

연구팀은 “미래에는 기술 효율성이 향상되고 에너지 시스템의 전반적인 탈탄소화가 이루어짐에 따라 물 전기 분해로 인한 배출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설비에 투입되는 전기·시멘트·철강·연료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축된다면, 최종적으로 태양광을 통한 수소 생산에서 CO2 배출량은 0.8~1.4㎏, 풍력에서는 0.4~0.8㎏으로 줄어들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한편, 수소 생산에 필요한 재생 전력 수요는 2050년 연간 11~20PWh(페타와트시, 1PWh=1000조Wh)로 예상되는데, 이는 2022년 미국(4.5 PWh/년)과 중국(8.8 PWh/년)의 재생 전력 생산보다 많다. 또, 수소 경제에서 배출되는 CO2 역시 연간 135만 톤에 이를 전망이다.

토지 잠식, 물 소비는 풀어야 할 숙제

야심찬 기후 1.5°C 시나리오에 맞춰 수소를 생산하려면 많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필요하고, 육상과 해상에서 많은 면적의 토지(해역)를 점유해야 한다. 이는 15만~30만㎢로 남한 면적의 1.5~3배에 해당한다.

4개의 시나리오 외에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바이오매스에 기반한 수소 생산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필요한 토지 면적은 90만㎢로 늘어날 수도 있다.

국가별 수소 생산 잠재력(왼쪽 그래프)과 지역별 물 부족 상황(오른쪽 지도). 수소 생산 잠재력이 높은 지역의 상당 부분이 물 부족 지역으로 분류된다.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4]
국가별 수소 생산 잠재력(왼쪽 그래프)과 지역별 물 부족 상황(오른쪽 지도). 수소 생산 잠재력이 높은 지역의 상당 부분이 물 부족 지역으로 분류된다. [자료: Nature Communications, 2024]

아울러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게 되면 많은 물이 필요하다. 2050년 미래 수소 경제에서는 연간 130억~220억㎥의 물이 필요하다. 물론 인류가 사용하는 연간 맑은 물 소비량(1조㎥)의 1.3~2.2%로 많은 양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대규모 수소 생산 시설을 설치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호주·중국·북아프리카·중동 국가는 대규모 수소 생산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국가를 포함한 육상 수소 생산 잠재력의 60% 이상을 보유한 지역이 물 부족 지역으로 분류된다.

해상 풍력 플랫폼에서 해수 담수화로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해수 담수화 과정에서 배출되는 염수(염분 농도가 높은 물)는 해양오염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희귀 금속 수요 급증 사용효율 높여 해결

수소 생산 확대는 재생에너지와 물 전기 분해 설비 등에 많은 자재를 소비하게 된다. 구리는 물론 이리듐·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디스프로슘 등 희토류 금속 자원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리듐은 물을 분해하는 전해조의 양극판에서 많이 사용되고, 다른 희토류 금속들은 풍력 터빈에서 영구 자석으로 활용된다. 이리듐 생산량은 현재 연간 약 7.1톤으로, 2050년 수소 생산을 대폭 늘릴 경우 전해조에서 사용하는 이리듐의 양은 연간 10~16톤 정도로 예상돼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나마 전해조에서 이리듐을 활용하는 경우 재료 효율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희토류 금속 활용은 풍력 기반 수소 생산의 미래에 제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재료 효율성이 향상되면 자원 문제는 해결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디스프로슘의 현재 연간 생산량은 약 1490톤인데, 향후 디스프로슘 수요는 연간 최대 1080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생산 수준을 유지한다면, 부족 문제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소 생산 외에 다른 경쟁 에너지 분야의 수요까지 고려한다면, 네오디뮴이나 디스프로슘 같은 일부 희토류 금속은 수요가 2050년까지 10배 이상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공급망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리튬도 현재 생산량은 연간 10만~13만 톤이지만, 향후 수요가 30만 톤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연구팀은 “자재 효율성의 개선, 재료 재활용, 연간 생산량 증가, 대체 기술 개발 등을 통해 2050년까지 자재 수급 위험은 낮아질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생산지-수요지 연결할 운송시스템 필요

현재 전기분해 수소 생산은 증기 메탄 개질에 비해 더 비싼 상황이다. 다만, 북서부 유럽의 해안 지역, 캐나다, 미국 중부와 같이 특정 지리적 지역에서만 전기분해 수소 생산 비용이 비교적 낮다(수소 1㎏당 3유로).

전기 분해 수소 생산의 비용은 얼마나 야심적인 시나리오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더 야심적인 시나리오를 채택하고 추진할수록 재생에너지와 수소의 생산 비용이 절감되고, 기술적 개선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대차의 수소전기트럭.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의 수소전기트럭.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야심찬 기후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지금보다는 더 넓은 지리적 지역에서, 주로 호주·미국·캐나다·유럽북서부·사하라 등지에서 ㎏당 2유로 미만의 비용으로 전기분해 수소 생산를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소 생산지와 수소 수요처 사이에는 지리적 불일치가 나타난다. 미래 시나리오는 호주와 사하라 사막 일부, 캐나다, 유럽 북서부, 미국, 중국 북부에서 가장 높은 경제적 수소 생산 잠재력을 가지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미래에 대규모 수소 경제가 확립된다면 이들 지역에서 생산된 수소를 수요가 있는 곳으로 운송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이를 위해 전용 수소 운송 네트워크를 개발하는 것이 과제로 등장하게 된다. 운송 기술 개발에 대한 추가 투자도 필요하다.

“화석연료 경제보다는 환경 부담 적을 것”

연구팀은 “미래 수소 경제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은 미래의 글로벌 거시경제 발전(예: 기술 개발 및 학습의 영향)과 수소 수요(예: 정책 및 협업의 영향), 재료·토지·물 같은 잠재적 자원 제약”이라면서 “수소 생산 비용의 경우 재생에너지의 용량 계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중국 동부 산둥성 웨이팡시 인근 위치한 거대한 태양광 발전소를 따라 풍력 터빈이 줄지어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동부 산둥성 웨이팡시 인근 위치한 거대한 태양광 발전소를 따라 풍력 터빈이 줄지어 있다. (AP=연합뉴스)

연구팀은 또 “수소를 어느 지역에서 생산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글로벌 차원에서 수소 생산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계산할 때 단일 계수를 적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구팀은 “수소 생산의 확대가 환경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지금의 화석 연료에 기반한 경제보다는 환경 부담이 훨씬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겸 칼럼니스트]

                                                         강찬수 칼럼니스트 겸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칼럼니스트 겸 환경전문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ESG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하단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