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급증 가능성

[ESG경제=이신형기자] 상장 기업의 경영진은 임원 급여에서 탄소배출에 이르기까지 ESG 경영에 대한 주주와 투자자의 감시와 압력이 점점 더 강하게 받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발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반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칼럼을 통해 보도했다.
2021년 상반기에 글로벌 사모펀드(PE)의 기업 인수 금액은 5000억 달러에 달했다. 40년 전 통계 작성이 시작된 후 최대 규모다.
초저금리가 지속 되면서 자금 조달이 어느 때보다 쉬워졌고 디지털 혁신도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증가에 기여했다. 특히 영국의 경우 브렉시트의 여파로 저평가된 기업이 늘어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될 만한 기업이 크게 늘었다.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는 효율적인 구조조정 등의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사모펀드는 저평가된 기업이나 가치가 부풀려진 기업을 공격해 자본주의가 효율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는 상장 기업의 공익성을 훼손하는 측면도 있다. 특히 ESG 이슈에서 이런 측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모펀드로 넘어간 기업 경영진, ESG 감시에서 자유 누려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은 지배구조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유를 누린다. 경영진은 주주가 분산된 다른 상장 기업의 경영진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다.
사모펀드 포트리스(Fortress)는 최근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 모리슨스(morrisons)를 95억 파운드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모리슨스의 과도한 경영진 보수에 대해 주주들이 집단 반발한 지 몇 주가 지난 후 인수 협상이 타결됐고 포트리스의 인수로 경영진의 성과보수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수 주주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는 지배구조는 사모펀드 자체의 지배구조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사모펀드는 남성 중심적인 경영진으로 악명이 높다.
사회책임 분야에서도 사모펀드가 소유한 기업은 주주들의 감시가 약하다. 주주가 분산된 상장사의 경우 주주가치와 직원 복지, 소비자 편익,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등에 항상 신경써야 한다. 이게 곧 ESG경영이다. 이런 기업은 매장이나 공장의 문을 닫거나 직원을 해고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하지만 사모펀드가 보유한 기업은 경영진에게 사회책임 문제에서 벗어나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한다.
사모펀드 업계의 부정적인 역할은 환경 분야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주요 정유사들이 자산 매각에 나설 때 가장 유력한 낙찰자가 사모펀드다.
사모펀드 관계자들은 사모펀드가 추진한 구조조정 사례를 언급하며 이런 지적을 반박한다. 골드만삭스의 사모펀드는 탄소배출이 많았던 오스테드를 인수해 석유와 가스 사업에서 벗어나 해상풍력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컨설팅사 베인의 최근 분석은 사모펀드의 ESG 투자에 대한 회의적인 관점을 인정하면서도 CVC가 폴란드의 편의점 체인 자브카(Zabka)를 인수해 플라스틱 쓰레기와 탄소 배출량을 눈에 띄게 줄였고 식물성 식품 판매를 늘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사모펀드 업계에서 ESG는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이슈에 불과하다. 따라서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는 ESG를 사업에 안착시키려는 전 세계적인 노력을 약화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사모펀드가 들어오면 기업의 경영권이 소수의 주주로 집중되면서 이미 정립된 상장사의 ESG 표준을 약화시킨다. 사모펀드는 변화에 대한 압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상장 기업의 ESG 중시 경영이 사모펀드가 보유한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어도 ESG 요소를 고려한 경영과 투자가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때까지는 이런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역시 수익이 관건이다. ESG경영이 돈만 들고 수익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사모펀드들의 반격이 거세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