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후 이사회 구성, 최 회장측 vs MBK측 '5대 1'→'11대 4' 재편
'상호주 관계'로 영풍 지분 25% 의결권 제한 vs MBK "위법한 조치"
MBK·영풍 "즉시항고, 효력정지 나설 것"...경영권 분쟁 장기화 수순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28일 주총 표 대결에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이사회 장악 시도를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이날 양측은 25%의 지분을 가진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놓고 가처분, 기습 배당, 장외 매수 등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인 끝에 고려아연이 주총 직전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면서 승기를 잡았다.
다만 이번 주총에서 김광일 MBK 부회장을 비롯한 MBK·영풍 측 이사 3명이 이사회에 새로 진입하게 되면서 11대 4명의 구도가 만들어져 MBK는 고려아연 경영에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은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 등 7개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주총 표결은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보유한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 가운데 진행됐다.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로 MBK·영풍 연합이 높다. 하지만, 이날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MBK·영풍 측 지분이 15.55%로 축소돼 최 회장 측에 유리한 구도 속에 표 대결이 진행됐다.
주총 핵심 안건인 '이사 수 상한 설정안'은 출석 의결권의 71.11%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 안건은 현재 제한이 없는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수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내용으로, 최 회장 측이 제안했다. MBK·영풍 측은 이번 주총에서 17명의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고려아연 이사회를 단번에 장악하려 했는데, 이런 시도를 위한 발판을 제거하기 위한 제안이었다.
이어 집중투표제로 표결이 진행된 이사 선임 표 대결에서는 최 회장 측 추천 후보 5명과 MBK·영풍 측 추천 후보 3명 등 총 8명이 이사로 선임됐다.
최 회장 측 후보로는 이달 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김보영 한양대 교수 등 3명이 재선임됐고, 제임스 앤드루 머피 올리버 와이먼 선임 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등 2명이 신규 선임됐다.
MBK·영풍 측 이사 후보로는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부회장, 권광석 우리금융캐피탈 고문 등 3명이 신규 선임됐다. 이에 따라 현재 이사회 멤버인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총 4명의 MBK·영풍 측 이사가 이사회에서 경영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는 최 회장 측이 추천한 서대원 BnH세무법인 회장이 '3% 룰'에 따라 진행된 분리 투표를 통해 선임됐다. 이로써 주총 직전까지 최 회장 측 5명, MBK·영풍 측 1명으로 '5대 1'이던 고려아연 이사회 구조는 '11대 4'로 재편됐다.최 회장 측 기존 이사 4인은 현재 효력정지 가처분 상태로, 최 회장 측은 법적 분쟁을 통해 기존 4인 이사의 효력도 되살린다는 방침이다.
전날 법원은 고려아연이 자회사인 썬메탈홀딩스(SMH)를 통해 영풍 지분 10%를 확보해 상호주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영풍은 전날 주총에서 주식 배당을 통해 SMH의 영풍 지분율을 10% 아래로 떨어뜨려 상호주 관계를 끊으며 반격했고, 고려아연 측은 이날 오전 장외매수를 통해 최 회장 측이 케이젯정밀(옛 영풍정밀)을 통해 보유한 영풍 주식을 사들여 SMH의 영풍 지분율을 10% 이상으로 높이는 재반격에 나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인 SMH는 이날 장외매수를 통해 영풍의 보통주 1350주를 케이젯정밀로부터 취득해 지분율이 10.03%로 변동됐다고 공시했다. 1주당 44만4000원에 취득해 총 취득금액은 약 6억원이다.
MBK·영풍 "주주 기본권 침해...'K-자본시장'의 오점"
MBK·영풍 측은 이날 영풍에 대한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며 법적 조치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고, 지속적으로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앞서 MBK·영풍 측은 순환출자를 활용한 고려아연 측의 공세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 8일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지분 25.4%)를 신규 유한회사인 와이피씨에 현물 출자해 추후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 제한은 어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이날 이사 수 상한이 19명으로 설정되고, 이사 선출 시에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MBK·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홈플러스 사태'로 MBK의 경영 능력에 대한 신뢰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어 고려아연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MBK·영풍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 회장의 불법, 탈법행위로 주주의 기본권 마저 박탈돼버린 고려아연 주주총회는 K-자본시장의 수치이자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이번 정기주총 결과에 대해 즉시항고와 효력정지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고, 법원에서 왜곡된 주주의 의사를 바로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국가기간산업 중의 하나이자 시가총액 15조에 이르는 상장사의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기본권이 반복적으로 침해된 사태를 목도했다"며 "고려아연의 기업지배구조가 바로 서는 그 날까지 혼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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