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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 왜?...MBK 전략실패, 이커머스 급성장, 정부 규제 합작품

  • 기자명 김대우 기자
  • 입력 2025.03.16 13:11
  • 수정 2025.03.16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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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 잘 모르고 접근…“부동산만 보다 경쟁력 약화”
한국 유통업 이커머스 비중 50% 넘어 세계 최고 수준
대형마트 의무 휴업과 온라인 배송 규제 등 정부 탓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무려 7조2000억원을 투입해 인수한 홈플러스의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MBK의 인수 기업 경영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MBK는 현재 거액을 들여 고려아연 인수도 밀어붙이고 있어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고려아연 주주들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홈플러스 사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이커머스 성장 등 한국 유통시장의 급속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례로 지적된다. 이는 최근 국내 오프라인 매장 자영업의 급속한 몰락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5년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7조2000억원(기존 차입금 1조2천억원 승계 포함)에 홈플러스를 인수하자 업계와 자본시장은 "예상 밖의 고가 매입"에 깜짝 놀랐다.

당시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고가 기록을 세운 '통 큰 베팅'을 두고 투자·유통업계 모두 MBK가 어떤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지 관심과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사모펀드는 투자 후 통상 5년 안에 기업가치를 올린 뒤 재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MBK는 홈플러스 인수 10년이 되도록 되팔 곳을 찾지 못했고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MBK와 홈플러스는 그동안 경영악화에 대해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으로 인한 매출 감소 1조원 ▲영업시간 외 배송금지로 이커머스 업체로의 소비자 이동 촉진 ▲쿠팡 매출 2019년 7조원→2024년 41조원 ▲유통시장 온라인 비율 54%(세계 2위) ▲코로나 기간 매출 감소 ▲직원 정규직화 및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을 원인으로 나열했다.

MBK, "정부의 마트 규제 탓도 크다"

홈플러스 김광일 대표가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홈플러스 김광일 대표가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광일 홈플러스 각자 대표이사(MBK 부회장)도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 요인에 대해 "홈플러스의 줄어든 점포 수가 이마트·롯데마트보다 적고, 코로나19 이후 회사가 어려운데 대형마트 규제가 풀리지 않아 고객은 온라인으로 가고 심야 온라인 배송도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홈플러스 마트노조와 유통업계는 "남 탓만 하고 있다"며 홈플러스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MBK의 '전략 실패'를 지목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MBK가 홈플러스를 7조원 이상을 투입해 사들이면서 '부동산만 팔아도 원금은 회수한다'는 시각으로 유통업을 잘 모르고 접근한 것 같다"며 "전통 유통 강호인 롯데·신세계도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온라인 쇼핑 급성장에 뼈를 깎는 자구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마트노조는 MBK가 홈플러스를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인수하고, 부동산 중심으로 경영해 경쟁력이 약화한 것을 '패착'으로 꼽았다. 노조 한 관계자는 "MBK는 블라인드 펀드로 2조2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받은 이후 각종 부동산을 매각해 인수차입금을 갚아왔다"며 "홈플러스 경영 악화의 결정적 요인은 5조원의 과도한 차입금과 이에 대한 이자 비용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MBK 인수 이후 2016∼2023년 이자 비용 합계는 2조9329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계 4713억원보다 2조5000억원이 많다"며 "홈플러스 영업이익이 MBK의 이자 비용으로 지급되고 그것도 모자라 자산을 팔아 지급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기준 매장 16개가 폐점했고, 9개 매장이 폐점을 앞두고 있다. 영업 중인 126개 매장 중 절반인 65개가 임대 매장이다.

신용평가사들도 지난달 말 홈플러스 등급을 강등하면서 이익 창출력 약화,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줄고 점포와 직원 수가 동반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점포 효율화를 위해 실적 부진 매장을 정리했지만, 홈플러스는 부동산 가치가 높은 매장부터 팔았다"이라고 꼬집었다.

이커버스시장 급성장에 대응 못해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전 세계에서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했다"며 "시장 변화를 예상하고 대응하는 게 경영 전략인데, 홈플러스는 대주주 MBK의 투자금 회수가 우선순위에 있어 제때 투자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점포 매각과 상대적으로 제한된 투자로 경쟁력이 과거 대비 약화한 상황에서 의미 있는 수준의 집객력, 매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선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주7일 배송·새벽 배송에 이어 '즉시 배송'에도 나서지만,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매달 둘째·넷째 일요일에 문을 닫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금지돼 있다. 영업이 금지된 시간대와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작년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은 50.6%를 차지한다. 산업연구원은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하자 주변 상권 평균 매출이 3.1%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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