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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3대 석유화학단지...2.9조 투자로 '청정화학산업' 전환 가능

  • 기자명 주현준 기자
  • 입력 2025.07.10 15:14
  • 수정 2025.07.1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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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여수·대산·울산 석유화학단지별 맞춤형 에너지 전환 제시
여수는 전기가열로, 대산은 히트펌프·재활용원료, 울산은 청정수소
최대 90~100% 탄소감축 효과…”대규모 전환 투자로 지역경제 회복”

석유화학산업 그래픽. 사진=연합뉴스
석유화학산업 그래픽.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주현준 기자] 장기 불황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각 산업단지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사단법인 넥스트는 9일 이슈페이퍼 ‘석유화학산업 단지의 전환, 지역에서 답을 찾다’ 이슈페이퍼에서 여수·대산·울산 3대 석유화학단지의 차별화된 특성을 정밀 분석하고 2025~2030년까지 집중 추진돼야 할 중단기 투자와 실행전략에 초점을 맞춰 지역별 전환전략을 제시했다.

넥스트는 여수에 전기가열로, 대산에 히트펌프·대체원료, 울산에 메탄 열분해 수소·플라스틱 재활용 등 각기 다른 전환전략을 제시했다. 이들 기술은 최대 90~100%의 탄소감축 효과가 있으며, 정부·지자체의 2조9000억원 투자로 청정화학산업 전환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지역경제 기반 위협하는 석유화학산업 위기

중국과 중동의 대규모 설비 증설로 심화된 글로벌 석유화학 공급 과잉은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화학업체들의 실적부진이 누적되면서 개별 기업 문제를 넘어 지역경제 기반에 직접적으로 위협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화학단지별 지방세 징수액 변화 추이(2022-2024년). 여수의 경우 전년대비 26.8% 급감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사진=사단법인 넥스트
석유화학단지별 지방세 징수액 변화 추이(2022-2024년). 여수의 경우 전년대비 26.8% 급감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사진=사단법인 넥스트

실제로 2024년 여수의 지방세 징수액은 전년 4000억원에서 2927억원으로 전년대비 26.8% 급감했고, 같은 시기 서산은 2236억원에서 1796억원으로 19.7% 감소, 울산은 1조 6800억원에서 1조 6100억원으로 4.2% 감소했다.

특히 여수는 지방세 수입 중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의존도가 48.5%에 달해 석유화학단지 침체가 지역경제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여수산단 입주기업의 지방소득세도 2023년 1671억원에서 2024년 567억원으로 1100억원 이상 급감했다.

여수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이번 년도 5월부터 2년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를 통해 긴급경영안정자금,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우대, 협력업체·소상공인 정책금융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지원 등을 받을 수 있게 됐으나, 근본적인 경쟁력 회복보다는 지역경제 연착륙의 의미가 크다.

반면 서산과 울산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이 같은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다. 서산의 경우 충남도와 함께 올해 7월 중 지정 신청서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할 계획이지만, 울산은 아직 구체적인 신청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이는 '지역 산업위기 대응 및 지역경제 회복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지정요건이 ▲지역산업구조 다양성지수가 전국 평균 이하 ▲주된 산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수 또는 사업장 수의 최근 6개월 평균이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감소 등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여수·대산·울산)의 산업구조와 입지, 연차별 주요 투자계획. 여수는 청정화학 테스트베드, 대산은 재활용·바이오 원료 거점, 울산은 청정수소·플라스틱 재활용 선도지역으로 각각 특화된 전환전략과 2025~2030년 투자 로드맵이 제시됐다. 사진=사단법인 넥스트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여수·대산·울산)의 산업구조와 입지, 연차별 주요 투자계획. 여수는 청정화학 테스트베드, 대산은 재활용·바이오 원료 거점, 울산은 청정수소·플라스틱 재활용 선도지역으로 각각 특화된 전환전략과 2025~2030년 투자 로드맵이 제시됐다. 사진=사단법인 넥스트

지역별 차별화 전환전략 – 여수석유화학단지

여수석유화학단지는 청정화학산업 전환을 위한 기술 테스트베드로 육성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전기 가열로 도입을 통해 기초유분 생산공정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전남에서 추진 중인 25GW 해상풍력 발전과 5GW 태양광 발전을 활용한 청정 전력 확보가 핵심이다.

전기가열로는 납사 분해에 활용되는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으로 대체해 석유화학산업 최대 배출원을 탈탄소화할 수 있는 기술로, 탄소배출량을 90% 이상 감축할 수 있다.

여수는 NCC(원유를 정제해 얻어지는 납사(Naphtha)를 고온에서 분해하여 석유화학의 기초 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시설) 설비 과잉으로 기존 설비 교체 시에도 생산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역별 차별화 전환전략 – 대산석유화학단지

대산석유화학단지는 재활용·바이오 원료 상용화와 저탄소 인프라 도입 거점 전환이 제시됐다. LG화학이 주력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열분해유와 수소화 식물성 오일(HVO) 대체원료 개발을 확대하고, 수도권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고품질 폐비닐과 폐식용유 확보가 전환에 관건이 될 거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지 신규 부지를 조성 중인 대산산단은 히트펌프 같은 고효율·저탄소 인프라를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기 유리하다. 히트펌프로 스팀 생산 시 석유화학단지 총 배출량의 10%를 줄일 수 있어 경제성과 환경적 이점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지역별 차별화 전환전략 – 울산석유화학단지

울산석유화학단지는 청정수소와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선도 지역으로 발전시키는 전략이 제안됐다. 현재 전국 수소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그레이수소인 점을 개선해 메탄 열분해 방식의 청정수소 생산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메탄 열분해는 메탄을 고온에서 열분해해 온실가스 배출 없이 그린수소보다 저렴하게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부산물로 고부가가치를 가진 카본블랙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무기한 연기된 SK지오센트릭의 화학적 재활용 클러스터(ARC) 조성사업을 환경부와 울산시가 중심이 돼 공공-민간 협력 구조로 재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석유화학단지별 특성을 반영한 전환전략 시나리오. 여수는 청정화학 테스트베드, 대산은 재활용·바이오 원료 거점, 울산은 청정수소 선도지역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사진=사단법인 넥스트
석유화학단지별 특성을 반영한 전환전략 시나리오. 여수는 청정화학 테스트베드, 대산은 재활용·바이오 원료 거점, 울산은 청정수소 선도지역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사진=사단법인 넥스트

청정화학산업 전환… "맞춤형 정책 없으면 지역경제 붕괴 불가피"

넥스트 분석에 따르면 석유화학단지별 전환전략을 구체화하려면 정부·지자체 재정이 약 2조 9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정부가 화석연료 발전에 지원하는 보조금 약 10조 5100억 원을 감안할 때 결코 과도한 비용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주요 전환기술의 경제성 분석 결과, 전기가열로는 기존 대비 생산단가가 2.98배에서 3.25배 증가하지만 탄소배출은 90% 이상 감축할 수 있다. 히트펌프는 현재 대비 1.4배 생산단가 상승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성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고, 메탄 열분해는 생산단가 약 0.9배에서 1.6배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수강 넥스트 연구원은 “주요 석유화학단지 지역에 대한 맞춤 정책이 빨리 발표되지 않는다면 수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급격한 지역경제 붕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산업전환을 국가 어젠다로 격상해 유럽 청정산업딜과 같은 대규모 전환투자를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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