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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ESG 현장 가다]③ 스웨덴 "권리와 함께 책임을 배운다"

  • 기자명 ESG경제
  • 입력 2025.10.13 22:58
  • 수정 2025.10.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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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 Nya초등학교의 살아 있는 ESG 교육
교사와 학생이 함께 짜는 ‘권리와 책임의 민주주의 배움’
유엔 SDGs를 전 교과목에 일상적으로 통합해 교육  

#ESG경제신문은 창간 5주년 특집으로 독일ㆍ일본ㆍ스웨덴 등 ESG 선진국과 한국의 ESG 교육 현장을 찾아 기획 취재한 ESD(지속가능발전교육) 심층 시리즈를 게재합니다. ESG의 진정한 의미는 미래세대를 위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ESG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실천이 생활이 되도록 해줘야 합니다. 당장 눈앞의 성과가 아닌,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현장의 변화와 실험을 조명하며 ESG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 보고자 합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 니야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ESG경제 취재팀에게 교내 그린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ESG경제
스웨덴 스톡홀름 니야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ESG경제 취재팀에게 교내 그린 활동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ESG경제

“우리는 아이들에게 권리와 기회만 가르치지 않습니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몸으로 배우게 하지요. 능력 있는 개인이면서 동시에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것, 그것이 진짜 배움입니다.”

스웨덴 스톡홀름 북부, 아케쇼브(Akeshov)에 자리한 니야초등학교(Nya Elementar)의 미카엘 오딘(Mikael Odin)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스웨덴의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는 기관이 아니라,민주주의을 연습하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학생들은 지속가능한 세상의 공동 창조자로서 성장하고 있다."

이 학교는 스웨덴 국제환경교육재단(FEE)으로부터 '그린 플래그(Green Flag)' 인증을 받았다.이는 단순한 환경 활동 우수 표창이 아니라, 학교의 운영과 수업 전반이 지속가능성 원칙에 따라 설계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곳 학생들은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수업 주제를 직접 제안하고, 교내 프로젝트를 설계하며, 급식 메뉴와 교정 정비까지 스스로 결정한다. 교사들은 “이 모든 변화는 학생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말한다.

니야 초등학교 미카엘 오딘 교장(왼쪽)과 카린 링 교감(오른쪽)이 이 학교 지속가능발전 교육의 비전과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ESG경제
니야 초등학교 미카엘 오딘 교장(왼쪽)과 카린 링 교감(오른쪽)이 이 학교 지속가능발전 교육의 비전과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ESG경제

미야 초등학교의 카린 링 교감은 "우리 학교의 모든 수업에는 지속가능석 이슈가 자연스럽게 통합돼 있다"며 "우리의 교육 과정은 지역 사회 전체와도 긴밀히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지붕에 태양광을 패널을 설치한 전기 생산, 난방 및 급수, 학생 급식, 놀이터 등 모든 시설의 관리에도 친환경,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배움의 주제가 바뀌면서 학교 풍경도 변화

이 학교의 복도 곳곳에는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포스터가 걸려 있고, 학생들이 직접 만든 재활용 표지가 붙어 있다. 4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학생회(Student Council)’를 비롯해 ‘글로벌 목표 위원회’, ‘급식 위원회’, ‘신체활동 위원회’ 등 10개 넘는 학생 자치조직이 상시 운영된다. 

회의에서는 학생들이 안건을 발의하고, 토론 후 다수결로 결정한다. 놀이터 시설 교체, 급식 개선, 정원 설계 같은 생활 의제가 주로 다뤄진다. 의결된 내용은 학교 운영회의에 공식 상정돼 실제 예산으로 반영된다.

이 학교 5학년 네할 미트르(12)는 기자에게 "우리 학교가 그린 플래그 인증을 받은 것은 우리가 환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나름 역할을 했다는 의미"라고 자랑하고, "인증을 받은 뒤 모든 학급에서 환경 사회 문제를 더 스마트하게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트르는 “우리가 스스로 환경 문제를 다루는 학습이나 자치 활동, 회의를 할 때면 시간은 좀 길게 걸리지만, 우리는 선생님들 도움없이 정한 일은 끝까지 해낸다"며 "그래서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니야초등학교 학생들의 하루는 토론으로 시작해 협의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은 기후문제뿐 아니라 급식, 운동장 이용, 온라인 예절까지 생활의 세부를 스스로 논의한다. 교사는 그 과정을 관찰하며, 필요할 때만 개입한다.

오딘 교장은 “학생들 스스로 선택하고 결과를 책임질 때, 배움은 지식이 아니라 경험이자 지혜가 된다"며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자, 미래의 예행 연습장”이라고 강조했다.

니야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폐기물을 재활용한 친환경 도시 모형 제작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ESG경제
니야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폐기물을 재활용한 친환경 도시 모형 제작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ESG경제

정규 교과목 시간도 크게 다를 게 없다. 학생들은 과학 시간에 태양광 발전량을 직접 측정하고, 사회 시간에는 에너지 소비를 분석한다. 이런 주제는 과학·수학·윤리 수업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와 같은 교과 간 통합 지속가능성 학습이 바로 스웨덴식 ESD의 핵심이다.

국가가 설계한 ‘지속가능 학습의 인프라’

이러한 학교의 기반에는 스웨덴 국가교육청(Skolverket)이 만든 체계적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국가교육청의 마츠 한손(Mats A. Hansson) 교육국장의 설명이다. “스웨덴 교육에서 SGD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모든 과목이 환경적·윤리적·역사적 관점을 포함해야 합니다.”

스웨덴 교육과정은 ‘무엇을 가르칠지’는 국가가 정하지만, ‘어떻게 가르칠지’는 교사에게 맡긴다. 이 신뢰가 교사들의 자율성과 창의적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

스웨덴은 일찌기 2005년에 기존 환경교육을 ESD 체계로 전환해 다양한 사회 이슈와 학생 자율 활동 등으로 확대했다. 환경 중심 과학지식뿐 아니라 민주주의·사회참여·비판적 사고를 포괄하도록 교육 패러다임을 바꿨던 것이다.

이후 국가교육청은 교사와 교장이 함께 참여하는 1년짜리 ESD 전문연수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는 대학의 지속가능성 실천연구와 연계해 학습하고, 수료 후에는 전국 ESD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한손 국장은 말했다. “기후 등 지속가능성 이슈는 정치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학교에서는 민주주의 연습 문제입니다. 학생들은 서로의 관점을 듣고, 합의와 실행을 배우죠.”

스웨덴 국가교육청의 마츠 한손 교육국장이 스웨덴의 ESD 체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ESG경제
스웨덴 국가교육청의 마츠 한손 교육국장이 스웨덴의 ESD 체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ESG경제

교사에게 권한을, 학교에 신뢰를

스웨덴의 공교육은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분권형 구조이지만, 중앙 정부의 지원체계도 탄탄하하다. 학교는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지만, 모든 학교가 국가교육과정을 따르고 세금으로 재정이 보장된다. 사립학교도 공교육 체계 안에서 움직인다.

국가교육청 카린 보르만(Karin Bårman) 정책관은 “우리는 학교 간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한다"며 "각 학교가 서로의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교육청은 그 과정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하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국가 차원에서는 유네스코 ESD 2030 이니셔티브를 통해 교사양성과정, 지방 교육청, 시민단체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ESD 데이터 허브와 교사 자료를 공개해 학교 간 격차를 줄이고 자율적 학습을 돕는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등 기술교육과 연계한 ‘그린 트랜지션(Green Transition)’ 커리큘럼을 새로 도입했다. 고등학교에는 ‘AI와 지속가능성’ 과목이 신설됐고, 대학의 교사양성 과정에서도 ESD가 필수 과목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대학의 석박사 논문 작성자는 반드시 그 주제가 유엔 SDGs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그리고 논문의 연구 성과가 SDGs의 어떤 분야에 기여를 했는지를 기술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청의 한손 국장은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완벽한 제도를 갖춘 게 아닙니다. 다만 매일의 학교생활 속에서 ‘지속가능한 삶이란 무엇인가’를 실험하고 있을 뿐이죠.”

스웨덴의 지속가능발전교육은, 민주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함께 배우는 학생들의 일상 속에서 힘차게 자라고 있었다. 그렇게 ESG는 자연스러운 생활이자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ESG경제 ESD 특별취재팀=김광기·이신형·김대우·김연지·김현경·주현준 기자, 오대영 가천대 교수]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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