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산 모듈 중국 기업이 모두 현지 생산하기 때문
태양광발전 촉진 IRA에 타격..바이든 거부권 가능성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IRA 세액공제 폐지 주장

[ESG경제=이신형 기자]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모듈에 대한 관세유예 조치를 폐지하는 결의안이 지난주 미국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3일 상원에서도 통과됐다. 이 결의안이 이행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태양광 발전 설비 확충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 결의안은 찬성 56, 반대 41표로 통과됐다. 9명의 민주당 의원도 찬성표를 던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이를 다시 뒤집으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결의안이 다시 통과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태양광 발전 생태계 구축을 위해 자국 산업 보호와 해외 기업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산 태양광 모듈 생산이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해 당분간 상당량의 태양광 모듈의 수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미국에서 2030년까지 9500만개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될 예정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6월 동남아 4개국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모듈에 대해 2년간 관세를 유예하기로 했다. 현재 동남아산 태양광 모듈은 미국 전체 공급량의 80%를 차지한다. 동남아산 모듈을 생산하는 기업은 모두 중국 기업이다. 미국 태양광 업계가 값싼 동남아산 모듈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하자 의회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유예 조치를 폐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이다.
이 결의안을 지지하는 측은 2년 간의 관세 유예 조치가 중국 기업들의 배만 불리고 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태미 볼드윈 민주당 상원의원은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해 필수적으로 태양광발전 산업을 육성해야 하지만, (관세 유예를 폐지하는) 무역법을 발동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의원들에게 이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한 태양에너지산업협회(Solar Energy Industry Association)는 이 결의안이 통과되면 올해 업계에서 계획한 태양광 사업의 14%가 취소되고 42억 달러의 투자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상원의원들도 재키 로젠 민주당 상원의원이 주도한 공개서한을 통해 “관세 유예를 폐지하면 미 태양광발전 산업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 맥카시 하원 원내대표, IRA 세액공제 폐지 법안 발의
미국 정부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공화당의 케빈 맥카시 하원 원내대표는 31조4000억 달러(약 4경2000조원) 수준인 미 정부의 부채 상한을 1조5000억 달러로 상향하고 IRA의 핵심인 청정에너지 투자 세액공제 폐지, 학자금 대출 탕감 종료 등 연방정부 지출 구조조정안이 담긴 연방정부 부채 한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다.
세액공제 폐지 주장이 나오는 것은 세액공제에 따른 재정부담이 예상보다 커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3월에 나온 보고서에서 IRA는 미국 민간부문에서 3조 달러에 달하는 녹색투자를 유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의회 조세위원회(Joint Committee on Taxation)는 세액공제액이 법 통과시 추정했던 2700억 달러를 훨씬 초과하는 5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도 10년간 세액공제액이 당초 예상한 3850억 달러를 큰 폭으로 상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CNN에 따르면 이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고 통과돼도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확실시 돼 법으로 제정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악관은 6월1일로 예상되는 디폴트를 막기 위해 부채한도의 조건없는 상향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스마트농업 예산도 논란
지난해 제정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기후스마트농업 보급에 20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기후스마트농업은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생산성을 높이는 농업을 뜻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덮개작물을 심거나 경작지를 갈아엎는 것을 줄이는 기후스마트농업을 위한 기술 및 재정지원에 200억 달러를 사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내년 농업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다른 분야 지출을 늘리기 위해 기후스마트농업 지원액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특정 작물 재배에 지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존 포데스타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은 로이터 기자에게 기후스마트농업 지원 프로그램은 미국 농부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며 지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부들의 불만이 들리는 게 아니라 공화당 정치인들의 불만이 들린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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