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NFT 보고서...2021년 대비 31% 투자 급증
화석연료 투자 맞먹어...청정에너지 투자가 추월할 듯

[ESG경제=이진원 기자] 작년 전 세계 저탄소 에너지 투자가 역대 최대인 1조1100억 달러(약 1470조 원)로 1년 만에 31%나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전기차, 에너지 저장 같은 녹색에너지 기술 투자 역시 사상 처음으로 새로운 화석연료 생산에 투입된 투자금과 맞먹는 수준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고 있음을 확인해 주는 통계들은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회사 블룸버그NEF의 최근 보고서에서 드러났다.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이 에너지난을 겪고, 경기둔화 우려 속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청정에너지 투자가 이처럼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건 의외라고 이 통계를 집계한 블룸버그NEF 통계학자들이 평했다.
청정에너지 투자가 화석연료 투자 곧 추월할 듯
보고서 작성자인 통계학자 앨버트 청(Albert Cheung)은 “우리가 찾아낸 결과는 에너지 위기가 청정에너지 전환에 역기능을 할 지 모른다는 주제와 관련된 논란을 잠재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정에너지 기술 투자 규모가 화석연료 투자 규모를 추월하기 직전이며, 이는 되돌릴 수 없는 추세”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재생 에너지, 에너지 저장, 전기차 및 전기 난방(열펌프 등)은 물론이고 수소 연료, 원자력, 지속가능한 재료 및 탄소 포집 기술을 총망라해 다뤘다. 또한 기후 기술 기업과 전력망에 대한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 및 제도권 투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작년의 1조1100억 달러 투자 정도로는 청정에너지 전환에 충분치 않다”면서 “넷제로 달성을 위해선 향후 10년 이보다 평균 세 배 이상이 더 투자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블룸버그NEF의 계산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가 목표로 삼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선 향후 28년간 청정에너지 투자에 매년 6조7000억 달러(약 8900조원)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청정에너지 투자가 매년 약 4조 달러(5300조원)씩 늘어야 2050년까지 비로소 넷제로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50년 넷제로 달성에 장밋빛 기대감
지난해 청정에너지 투자 급증이 확인되면서 2050년 넷제로 목표 달성 기대감이 한층 고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니콜라스 스턴(Nicholas Stern)과 마티아 로마니(Mattia Romani) 런던정치경제대 교수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새로운 성장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다”면서 “향후 5년 동안 청정기술에 중요한 ‘분기점(tipping points)’ 의 절반 이상이 충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청정에너지 전환으로의 구조적·체계적 변화 과정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되겠지만 향후 10년이야말로 점증하는 기후 불안 리스크를 막는 데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넷제로 달성에 이르는 길은 험난하다는 데 대개 동의한다. 실제로 IEA 보고서를 보면, 글로벌 청정에너지 투자가 지난해 역대 최대였지만 이와 동시에 지구촌 탄소 배출량 역시 역대 최대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후 경기가 바닥을 벗어자고 항공 여행이 회복되자 석유로 인한 탄소 배출이 급증한 것이 한몫했다. 다만, 재생에너지 사용이 크게 늘면서 석탄 발전의 탄소 배출 급증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었다.
재생에너지 투자에 가장 많은 돈 몰려
블룸버그NFT 통계학자들의 확인 결과 작년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 중 재생에너지 투자가 4950억 달러(660조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년보다 17% 증가한 규모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55% 급증하면서 관련 분야 투자는 4660억 달러(616조원)로 2위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에너지 공급 부문 투자도 기록적으로 늘었다. 열펌프에 640억 달러(84조 원), 지속가능한 재료에 300억 달러(40조원), 에너지 저장에 157억 달러(21조원) 등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에너지 공급 분야 중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과 수소 분야 투자가 가장 적긴 하지만 투자는 가장 빠르게 늘고 있었다. 반면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는 수년간 제자리걸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탄소 에너지 전환 투자 1위는 중국
국가 별로 중국이 저탄소 에너지 전환 투자에 5460억 달러(721조원)를 써서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전 세계 투자의 절반 가까이 되는 액수로, 미국(1410억 달러,186조원)과 유럽연합(1800억 달러,240조원)의 투자금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다.
블룸버그NFT 통계학자들은 저탄소 에너지 분야 투자가 유지되려면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 교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EU의 규제 완화, 캐나다의 청정에너지 기술에 대한 새로운 세금 공제 등은 모두 올바른 방향”이라며 “팬데믹 발발 이전보다 두 배 증가한 저탄소 에너지 전환 투자가 향후 몇 년 동안 두 배 더 증가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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