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허가 절차 간소화로 탄소중립 투자 촉진
연간 5000만톤급 탄소포집저장 설비 구축
‘30년까지 핵심광물 수요 자체조달도 강화

[ESG경제=이신형기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16일 '그린딜 산업계획(Green Deal Industrial Act)'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넷제로 산업법(Net Zero Industrial Act)'과 '핵심원자재법(European Critical Raw Materials Act)'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유럽의회 및 EU 이사회와의 협의를 거쳐 법으로 제정된다.
넷제로 산업법은 태양광이나 배터리, 수소연료전지 등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장비나 설비의 생산을 촉진하는 법안이다. 관련 사업의 인허가 과정을 간소화하고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 태양광발전 전지(photovoltaic cell)나 풍력발전기의 날개와 같은 핵심부품 생산도 이 법의 지원 대상이다.
핵심원자재법은 청정기술산업 육성에 필요한 필수 원자재 자급률을 높이는 법이다. 청정기술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리튬의 경우 중국이 각각 90%와 60%를 생산한다. 미국과 유럽은 필수 원자재의 중국 편중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에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청정기술 산업 육성 정책인 '그린딜 산업계획'을 제시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을 제정해 청정기술 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과, 관련 자원을 장악한 중국 등에 대응해 관련 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린딜산업계획은 ▲청정기술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자금조달 원활화 ▲인적자원 개발 ▲교역 활성화 네 영역으로 이루어졌다.

EU는 이어 이달 9일 그린딜 산업계획을 뒷받침할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emporary Crisis and Transition Framework)'를 채택했다.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용 윈드터빈, 수소연료전지, 탄소포집의 5개 산업과 관련 부품 및 원자재 생산업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넷제로 산업법으로 청정기술산업 생산 시설 확충
EU집행위에 따르면 이날 발의한 넷제로산업법은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장비나 설비 생산 시설 인허가 과정 간소화 및 회원국 정부 내 단일 연락창구 설치 ▲특정 산업을 대상으로 ’넷제로 전략적 프로젝트(Net Zero Stratergic Projects)‘를 도입해 더 빠른 인허가 절차 적용 등의 방안을 담았다.
법안은 연간 생산량이 1기가와트 미만인 사업과 1기가와트 이상 사업의 인허가 기간이 각각 12개월과 18개월을 넘기지 못하도록 했다. 또 넷제로 전략적 프로젝트의 경우 1기가와트 미만인 사업과 1기가와트 이상인 사업의 인허가 기간이 각각 9개월과 12개월로 더 앞당겨진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연간 5000만톤급 탄소포집저장 설비 구축 ▲공공부문 조달 시스템 경매에 지속가능성 기준 도입 ▲숙련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전문적 교육 훈련 프로그램 제공하는 유로피언 아카데미(European Academies) 설립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규제샌드박스 도입 ▲청정기술 산업 육성 의지를 가진 나라와의 국제 협력 추진 등의 방안도 포함됐다.
규제샌드박스는 사업자가 제한된 조건(일정 기간과 장소, 규모) 하에 신기술을 활용한 신제품과 서비스를 시장에 우선 출시해 검증할 수 있도록 규제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적용하지 않는 제도를 말한다. EU 집행위는 역내 정유사에 포집 탄소 저장 부지 제공을 요구하는 한편 역내 사업 부지는 넷제로 전략적 프로젝트 대상으로 지정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린수소 생산에 보조금 지원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EU집행위는 올해 그린수소 경매 시스템을 도입하고 그린수소 생산업체가 경매를 통해 수소를 거래할 때 수소 1킬로그램당 일정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보조금은 최장 10년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EU는 이를 통해 그린수소와 그레이수소의 생산비 차이를 보전해 줄 계획이다.
EU는 2030년까지 연간 1000만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하고 1000만톤의 그린수소를 수입할 계획이다. EU는 800만톤의 수소를 쓰고 있으나, 그린수소는 30만톤에 불과하다.이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EU는 약 4710억 유로를 투자해 150~210기가와트급 수소연료전지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30년까지 핵심 광물 40% 자체 제련 목표
로이터에 따르면 EU는 핵심원자재법 제정을 통해 2030년까지 리튬과 동, 니켈과 같은 핵심 광물 수요의 40%를 자체 제련할 계획이다. 또 핵심 광물 수요의 10%는 자체적으로 채굴하고 15%는 리사이클링을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EU는 어떤 핵심 원자재도 특정 국가에서 들여오는 물량이 65%를 넘어서면 안 된다고 밝혔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 EU집행위 부위원장은 “긴급하게 (핵심원자재 수입선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U는 핵심광물 채굴이나 제련 사업을 ‘넷제로 전략적 프로젝트’로 지정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 정부 관계자, "외국기업 차별 요소는 적어...리스크 관리는 필요"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에 EU가 발의한 법안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달리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적인 조항이 담겨 있지 않다고 해석했다. 핵심원자재법은 외국 기업에 원자재 현지 조달을 요구하지 않고, 넷제로산업법도 EU 기업이나 외국 수출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얘기다.
산업부는 다만 업계가 이런 법 제정으로 직면할 위험 요인과 기회 요인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다음 주 관련 기업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관련기사
- 글로벌 식품업계, EU ‘공급망 실사법’ 발등의 불
- EU, 美中에 맞서 청정기술산업 보조금 확대
- 작년 글로벌 청정에너지 투자, 1조달러 첫 돌파
- 철강 등 탄소배출 4대 업종에 저감기술 개발 지원
- EU 공급망실사법 적용 기업 확대 움직임
- EU, 청정기술산업에 팬데믹 기금으로 2450억유로 지원
- EU, 천연가스 감축 긴급조치 1년 연장 움직임
- IPCC, "기후목표 달성 경제 효과, 비용보다 커...희망을 본다"
- 투자업계, 기업에 ‘믿을 만한 넷제로 전환 계획’ 제출 촉구
- G7, '30년까지 태양광 발전 1테라와트ㆍ해상풍력 150기가와트로 확대
- 美 EPA, 가스발전소에 탄소포집 의무화 추진
- 태양광 업계, 美 정부 세액공제 지침에 촉각
- 美 재무부, 중국산 태양광 셀 사용해도 세액공제 가능
- EU 이사회, '핵심원자재법' 역내가공·재활용 목표치 상향
- EU "유럽, 녹색 전환 목표 달성에 매년 1천조원 투자 필요"
- EU, 역내 풍력발전산업 육성 방안 마련...금융지원 확대
- EU, ‘넷제로산업법’ 잠정 합의...연내 발효된다
- EU 넷제로산업법, 이사회 최종 승인… 원전과 SMR도 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