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RA 시행으로 배터리 업체의 미국 현지 생산 불가피
배터리 소재, 광물 가공 기업 투자세액공제율 대폭 올려
배터리 산업 국내 공동화 막으려 마더팩토리 조성 추진

[ESG경제=이신형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의 북미 생산을 추진하는 국내 기업에 정부가 5년 간 7조원 규모의 시설투자 자금을 지원한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이를 위해 대출 한도를 최대 10%p 확대하고 금리는 1.0%p 낮추기로 했다. 무역보험공사는 이들 기업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보증보험료를 최대 20% 할인하고 보증 지원한도는 총 사업비 기준으로 최대 20%p 확대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일 공개한 ‘IRA 이후 배터리산업 민관 합동 전략’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31일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구체화한 전기차 세액공제 잠정 지침(Notice of Proposed Rule-Making)을 공개했다. 이로써 IRA 제정 당시 논란이 된 전기차 원산지 논란과 배터리 핵심광물과 부품 요건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법무법인 태평양에 따르면 ▲전기차가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 한정된 “북미(North America)”에서 최종 조립되고 ▲배터리의 핵심광물이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 또는 가공되고 ▲배터리의 부품이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되는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 전기차 소비자는 최대 7500달러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배터리 핵심광물 요건(Critical Material Requirement)은 북미 또는 미국과 FT를 체결한 나라(한국 포함)에서 채굴 또는 가공되는 핵심 광물의 비율을 올해 40%로 시작해 2027년 이후에는 80%까지 높이도록 요구한다. 특히 해당 광물과 관련된 부가가치의 50% 이상이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나라에서 발생했는지 검증해야 한다.
배터리 부품 요건(Battery Component Requirement)은 북미에서 생산 또는 조립하는 부품의 비율을 올해 50%에서 2028년 90%까지 높이도록 요구한다. 다만 각 부품에 쓰인 하위 부품의 생산지이나 조립지는 고려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요건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소비자는 375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전기차 한 대에 탑재되는 삼원계 배터리의 평균 가격은 1만8500달러다. 두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면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게 돼 실질가격이 1만1000원으로 떨어진다. 상당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셈이라 국내 배터리 기업이 미국에 투자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산업연구원의 황경인 연구위원은 “우리 배터리 기업들이 광물과 부품 요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배터리의 실질 가격이 40%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고 추정했다.
배터리 소재 및 광물 가공 기업 투자세액공제 확대
배터리 소재 및 광물 가공 기업에 대한 투자세액공제도 대폭 확대된다. 대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늘린다. 지난주 국회에서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율을 크게 높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배터리 소재기업도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광물 가공기술의 세액공제 인정 범위 확대와 일몰 연장도 추진된다. 산업부는 현재 세액공제 대상인 기술은 ‘니켈 80% 이상 하이니켈 양극재용’에 국한하지만, 앞으로 이를 ‘이차전지용 광물 가공 전체’로 넓히고 내년으로 예정된 일몰 기간도 연장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또 배터리 소재 등 국가첨단전략기술 보유 기업이 산업단지에 공장을 지을 경우 법적 용적률 상한을 1.4배까지로 확대하고, 상반기 중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해 전력과 폐수처리시설 등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산업부는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산업공동화를 막기 위해 국내에 마더팩토리 조성도 추진하기로 했다. 마더팩토리는 고품질 제품의 설계와 연구개발, 시제품 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공장이다.
이와 함께 산업부는 차세대 배터리 R&D에 1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차세대 배터리 R&D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해 국가전략 프로젝트의 우선 추진 과제로 선정됐다. 덕분에 좀더 신속한 사업 착수와 패스트트랙 예비타당성조사 등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500억원을 투입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을 위한 R&D 과제도 추진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향후 5년간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생산에 1조6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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