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희토류 채굴 아직 적지만 매장량은 세계 2위
캐나다도 서방의 자원안보 기여코자 중국 독점 도전

[ESG경제=이신형 기자]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려는 글로벌 기업들이 대체 공급처 확보를 위해 베트남에 몰리면서 지난해 이 나라의 희토류 채굴량이 10배나 증가했다. 미국지질조사국(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의 데이터를 인용한 최근 로이터통신 보도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의 희토류 채굴은 4300톤으로 2021년의 400톤보다 11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중국의 21만톤이나 미국의 4만3000톤, 호주의 1만8000톤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희토류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큰 나라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베트남의 희토류 매장량은 2200만톤으로 세계 2위다. 매장량 최대인 중국의 절반 정도 된다.
베트남의 희토류 산업은 과거에도 도약의 기회가 있었으나, 가격 하락과 규제 장벽에 막혀 좌절됐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용 희토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면서 베트남의 희토류 산업이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호주 ASM(Austrailian Strategic Materials)는 최근 베트남 희토류 기업으로부터 올해 100톤의 희토류 산화물을 구매하는 한편, 장기 공급계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ASM은 베트남 기업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면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고 한국에 있는 희토류 가공 공장에 더 많은 희토류를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은 지난해 동남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희토류 채굴을 늘린 나라다. 주변국인 미얀마와 태국은 오히려 채굴을 줄였다.
베트남의 희토류 채굴량이 늘어나면서 다른 나라뿐 아니라 최대 희토류 생산국인 중국도 베트남산 희토류 수입을 늘리고 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산 희토류 원소와 전략적 금속을 포함한 다른 농축물 수입은 1만2000톤으로 2배 가량으로 증가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을 보유하고 스마트폰과 전자제품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중국은 희토류 수요가 많다.
베트남은 가공과 재수출을 위해 희토류를 수입하기도 한다. 덴마크 광물 및 재료 센터(Denmark’s Center for Mineral and Material, MiMa)의 페르 칼비그 연구원은 "베트남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희토류 원소를 수입한 나라의 하나“라며 “베트남은 발전된 희토류 원소 가공 설비를 보유해 내수용 가공품만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중국 희토류 독점에 도전
미중 무역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공세에 대한 반격으로 중국이 전기차 모터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 자석 기술 수출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의 이런 희토류 무기화 움직임에 서방 국가의 대응도 가속화하고 있다. G7은 지난해 12월 희토류 생산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CNBC에 따르면 약 1510만톤의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캐나다가 중국에 도전장을 냈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EU에 공급되는 희토류의 98%가 중국산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는 EU가 중국산 희토류를 대체하는데 중추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메리 잉 캐나다 무역부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가 중국을 뛰어 넘어 최대 희토류 공급국이 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최근 통계를 보면 캐나다는 배터리 생태계에서 중국에 이어 2위 자리를 차지했다.얼마 전까지 캐나다는 5위에 그쳤다”고 응수했다. 이어 “캐나다는 (서방 세계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길 원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수소와 핵심광물 개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잉 장관은 또 “희토류 공급망의 탄력성이 매우 중요하고 희토류 채굴 방식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사업 착수에서 채굴까지 5~25년이 걸리는 희토류 사업 주기를 단축하기 위해 신규 사업장의 인허가 절차를 신속 처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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