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희토류 영구자석 밸류체인 구축 지연 가능성
한국, 중국 희토류 전략자원화 움직임에 대비해야
국제 공조 확대와 수입처 다각화, 기술 개발 필요

[ESG경제=이신형 기자] 중국 정부가 ‘수출금지‧제한 기술목록’에 희토류를 사용한 영구자석 제조기술을 '수출 금지' 항목에 포함시켰으나, 희토류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은 희토류 관련 기술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규제 범위도 확대했는데, 특히 사마륨코발트(느채)와 네오디뮴철붕소, 세륨자석 제조 기술 등 희토류 영구자석 제조기술을 수출금지 목록에 포함시켰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각종 첨단 전자제품뿐 아니라 전기차 모터와 풍력발전 터빈 등 친환경기술 제품에도 핵심 부품으로 사용된다.
이와 함께 희토류를 포함한 비철금속의 야금기술과 희토류의 채광과 선광(선별 과정), 제련기술을 수출 제한목록에 추가했다. ‘수출금지’ 항목은 수출이 원천적으로 금지되고 ‘수출제한’ 항목은 중국 정부의 수출심사를 거쳐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수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역협회 공급망분석팀 베이징지부는 17일 나온 보고서를 통해 수출 금지 대상이 영구자석에 사용되는 희토류가 아니라 영구자석 기술이기 때문에 세계 희토류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희토류와 희토류 영구자석의 공급망에서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가 중국에서 정‧제련과 가공을 거친 완제품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다만 “중국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희토류와 희토류 영구자석 관련 기술의 수출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희토류 공급망에서의 중국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희토류와 희토류 영구자석의 자체적인 밸류체인 구축이 지연되고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은 호주 광물회사 라이나스를 통해 텍사스에 희토류 가공시설 구축을 추진 중이고 영구자석에 사용하는 디스프로슘과 터븀 등 중희토류 분리 시설 건설을 위해 추가로 1억200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 EU는 약 2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원자재 기금을 EU내 영구자석 생산에 우선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도 중국에서 자석 완제품을 수입해 후가공 공정만을 거쳐 사용했으나 최근 자석 제조 공장을 국내에서 건설하는 등 국내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희토류 공급망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선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에서 중국은 39%로 베트남(18%)과 러시아(17%), 브라질(17%), 인도6%), 호주(3%), 미국(1%)을 크게 앞선다. 또 제련하지 않은 희토류 원광 생산의 약 60%, 영구자석 생산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와 프랑스 등 중국 외 국가도 희토류 밸류체인의 일부로 역할을 하고 있으나, 중국에 비해 규모가 적고 특정 단계에서만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네오디뮴 영구자석이 고온에서도 자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디스프로슘과 터븀은 채굴과 제련의 90%가 중국에 집중돼 있다. 미국과 칠레 등에서 중국산을 대체하려는 시도가 있으나, 광산의 특성과 기술 및 경제성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구자석 희토류 전체 시장가치의 79% 차지
보고서에 따르면 영구자석은 희토류의 가장 큰 수요처로 희토류 전체 시장가치의 79%를 차지한다. 특히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활용도가 높다. 전기차의 95%에 투입되는 영구자석 구동모터(PMSM)는 약 1.6kg의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포함하고 풍력발전용 터빈에는 1MW당 약 700~1200kg의 네오디뮴 영구자석이 사용된다.
사마륨코발트 자석은 네오디뮴 자석보다 제조 단가가 높지만 고온에서도 자력이 유지되는 특성이 있어 각종 방위산업과 항공기 등에 사용된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에너지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희토류와 희토류 영구자석의 수요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미국 기술패권 경쟁과 미국의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 추진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이 기술수출 규제를 넘어 희토류를 전략 자원화할 가능성이 여전하다며 특히 “중국이 영구자석의 공급을 통제할 경우 각국의 주요 산업에 큰 타격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따라서 희토류와 영구자석의 국내 경쟁력을 키우고 리스크를 관리할 전략과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희토류 및 영구자석 공급망을 갖춘 중국 외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 ▲주요 우방국들과의 정보공유 및 공조 강화 ▲국내 희토류 및 영구자석 기업의 기술개발 및 국내생산 확대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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