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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새 CEO는 "주요 이해관계자 인정받는 내부 인사가 바람직"

  • 기자명 홍수인 기자
  • 입력 2023.05.31 15:06
  • 수정 2023.05.31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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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ESG평가원, KT의 거버넌스 개혁 작업 평가 보고서
비상 과도기 맞아 낙하산 관행 끊는 내부 인사 발탁 긴요
사외이사 권한이 과도하지 않도록 견제장치도 마련해야

KT 사옥 전경. 사진=KT
KT 사옥 전경. 사진=KT

[ESG경제=홍수인 기자] 한국ESG평가원은 31일 KT의 거버넌스 개혁작업에 관한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상적인 주주총회 시스템 구축을 통해 KT 내부 인사 중에서 신임 최고경영자(CEO)를 선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언을 했다.

KT는 지난달부터 유능하고 독립적인 사외이사 및 CEO 선임을 위한 모범적 지배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주요 주주 추천을 받아 외부전문가 5인으로 ‘뉴 거버넌스 TF’를 꾸리고, 외국계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을 자문사로 선정했다.

손종원 한국ESG평가원 대표는 “KT그룹의 지배구조 혁신이 한창이지만 한국의 간판 정보통신기업(ICT)이자 주식분산 대기업의 표본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이를 중간 진단함으로써, KT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보고서 작성 취지를 밝혔다.

KT는 소액주주 등 모든 주주로부터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5월 16일까지 받아, 19명의 예비후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외부인사 등이 추천한 사외이사 풀을 더해 6월 중 사외이사를 선임한 뒤 이들을 통해 7월 중 신임 CEO를 뽑을 예정이다.

다음은 보고서 주요 내용 요약.

이상적 주총 절차 통한 CEO 내부인물 선발이 바람직

CEO 선임은 정상적인 후계자 승계정책으로 푸는 게 정도다. 전임 CEO가 퇴임 전에 자질과 능력 검증이 끝난 후계자를 사내외 소통을 통해 선정해 이사회와 주총의 동의를 받는 것이 선진 기업들에서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절차다.

문제는 비상시국이다. 정상적 후계자 승계정책을 가동할 수 없기에 과도기적 차선책이 필요하다. 새로운 CEO는 (1) 주주가치를 올릴 수 있는 전문성과 능력을 갖추고 (2) 주요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인정을 받으며 (3) 공정하고 투명한 선임 절차를 거쳐야 한다.

KT는 이러한 조건을 갖춘 내부 인물 중에서 신임 CEO를 선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액주주연대 등 KT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외풍에 의한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고 KT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한다. 한국ESG평가원도 당연히 이에 공감한다.

대다수 주주가 참여해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자유롭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상적’ 주주총회가 사실 KT 지배구조 해결을 위한 최선의 궁극적 대안이다. 앞서 언급한 3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한국기업의 주주총회는 이런저런 고질적 병폐를 지니고 있다. 위기에 처한 KT가 차제에 진정한 의미의 주주총회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한다면 국내 대기업들의 중장기적 지배구조 개선의 전형적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주주 추천 사외이사는 필수…사추위는 자격 요건만 심사해야

KT의 뉴거버넌스 TF는 지배구조 문제 해결을 위해 전임 CEO의 문제에 과도하게 집중하는 인상이다. 그런 입장에서 이번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소유분산기업 KT의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CEO건 사외이사건 ‘외풍에 의한 낙하산 인사’를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주 중심 경영으로 나아가는 것이 정도다.

거버넌스 전문가인 김화진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오너 없이 이사회 경영만 도입할 경우, 경영의 방향성을 잃고 외부 압력에 휘둘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 오너가 이사회 일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KT는 소유분산기업일 뿐, 주인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현재의 3대 주주가 스튜어드십 코드 등에 입각해서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KT 사추위는 이들 후보에 대해서 결격사유만 없다면 선임해야 한다.

우리사주조합도 3.85%의 지분을 지닌 주요 이해관계자의 한 축이기 때문에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하는 사외이사 선임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사회 역량 현황표(BSK ; Board Skill Matrix)'를 고려하여 필요한 역량의 후보를 주요주주에게 사전 요청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사실 KT의 이사회 제도 자체는 국내 다른 기업에 비해 부족할 것이 없다. 문제는 제도의 실행과정에 있다. 사외이사와 CEO를 선임할 때 어떻게 외풍을 차단하고 진정 회사경영과 주주이익에 도움이 될 인재를 뽑느냐 하는 방안은 현행 제도 아래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사외이사를 선출할 때에도, 회사의 내부 인재를 뽑는 수준의 기준과 절차를 준용하면 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주주와 이해관계자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피드백 받는다면 많은 문제가 해소될 것이다.

사외이사에 힘 실려... 신흥 권력집단화는 경계해야

KT는 이사회의 실무적 운영과 관련하여 한국ESG평가원은 다음과 같은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사외이사 임기를 3년 단임제로 변경하여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안이다. 또한 1억원 정도의 사외이사 연봉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CEO와의 유착 우려를 덜기 위해서다.

이사회 운영에 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외부평가를 정례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는 사외이사가 안건에 대해 반대할 수 있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이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CEO 권력집중 등 사내 경영진의 전횡 폐단에 대한 반동으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에게 과도한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회사 경영은 어디까지나 전문성을 확보한 사내 경영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사회의 역할은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에 집중되어야지, 경영을 이끄는 리더일 수는 없다.

사외이사의 권한이 과도해지면 최악의 경우 자신의 측근이나 지인에게 사외이사직을 넘겨주면서 사외이사가 회사의 주인행세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경영감시 기능은 약화되고 전문성과 책임감이 부족한 사외이사가 회사 경영을 좌지우지해, 감시자인 ‘꼬리’가 주주이익을 만들어낼 ‘몸통’인 회사를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실질적 주인 없는 소유분산기업... 경영자의 대리인 문제

KT는 올 3월 정기주총을 거치며 창사 이래 초유의 지배구조 공백상태로 맞았다. 앞서 구현모 전 CEO의 연임에 대한 국민연금과 정치권의 반대 기류, 이후 대타로 나온 윤경림 CEO후보에 대한 역풍과 자진사퇴, 사외이사 후보들의 잇따른 사퇴 등으로 KT는 사내 임원의 CEO 대행체제와 임시 이사회로 파행 운영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태는, 소유분산기업 KT가 안고 있던 태생적 지배구조 취약성에서 기인했다. 주인의식 있는 대주주 없이 국민연금(10.35%), 현대자동차그룹(7.7%), 신한은행(5.58%) 등이 주요주주로 병립하는 상황에서 전문경영인 CEO의 셀프 연임 등 우려가 상존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입김에 민감한 국민연금이  종전 CEO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KT의 지배구조 취약성은 경영진의 전횡과 부패의 소지를 키웠다. KT는 법인자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후, 이를 되팔아 비자금을 조성해 다수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으로 제공한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1, 2심 유죄판결을 받았다.

또한 자회사 KT텔레캅의 일감을 한 업체에 몰아주고 이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해 로비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사외이사에 전 정권 청와대의 수석비서관 출신들을 선임한 것도 정경유착 시비를 낳았다.

이러한 KT의 지배구조 문제는 소유분산기업, 즉 ‘주인없는 기업'에서 발생하기 일쑤인 경영자 대리인 문제의 대표적 사례다. 전문경영인 CEO가 이사회를 장악하고 후계자 감을 키우지 않거나 아예 그 싹을 잘라 셀프 연임으로 ‘장기집권’하는 유혹도 상존했다. 

‘뉴 거버넌스 TF’가 해야할 일

시장의 역풍을 맞은 KT는 부랴부랴 지배구조 문제 해결에 나섰다. 4월에 5인의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뉴거버넌스 TF(이하 TF)를 구성했고, 이들을 통해 외부 컨설팅 자문사로 외국계인 BCG를 영입했다.

TF가 만들어 가고 있는 사외이사 선임 절차 개선안은 다음과 같다.

(1) 사외이사 선임의 전 과정에서 사내이사를 배제한다.

(2) 한 주라도 보유한 모든 주주로부터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을 받는다.

(3) 외부전문가 인선 자문단이 주주추천 사외이사 후보의 1차 평가를 담당한다.

(4) 100%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가 최종 후보를 선발하여 주주총회에 올린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16일 주주후보 추천을 완료해 예비후보 19명을 확보했다. 다만 이들만 사외이사 후보는 아니다. 기존의 사외이사 풀, 외부 서치펌의 추천도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20여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인선자문단이 심사에 들어가 인원을 압축한 뒤 사추위가 최종 후보를 선발하여 이사회와 주주총회에 올릴 예정이다. 다음달 임시주총에서 사외이사 진용을 꾸린 뒤 7월 중 이사회에서 차기 CEO를 선임한다는 목표 일정이다.

사외이사 새 선임 계획의 한계...핵심은 그대로

소액주주를 포함해 모든 주주로부터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받았다는 것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이들 후보를 외부 전문가인 인선자문단이 1차로 압축하고, 결국 사추위가 결정한다. 사추위에는 사내이사를 배제했다.

이것이 새로운 변화라면 변화인데, 이전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사추위에 사내이사가 없다고 해서, 의사결정 과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핵심은 주주의견의 반영과 이해관계자와 소통,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일텐데 현재까지 KT의 개혁작업에서 이런 점이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주주로부터 후보 추천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주주 의견을 반영했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주주 이익을 대변하는 사외이사가 선임되어야 마침표가 찍힌다. 국민연금, 현대차그룹, 신한은행이 3대 주요주주이기 때문에, 이들 3대주주의 이익을 대변할 사외이사의 존재가 분명 필요하다.

현대차,신한은 기관투자자가 아니라서 스튜어드십 코드까지 언급할 수는 없겠지만, 소유분산기업 KT의 2대, 3대 주주로서의 책임있는 역할은 필요하다. 물론 1대주주 국민연금은 제대로 된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행하여, 연금가입자들의 이익을 대변할 이사회 멤버를 세워야 한다.

하지만 정작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국민연금과 KT 새 이사회, 그리고 새 이사회가 뽑을 CEO 간의 갈등이 재연될 소지가 남았다는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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