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스페인, 노르웨이 등 지지 vs 미국·중국은 반대
해운업계, 전 세계 배출 온실가스의 약 3% 배출
한국 해운사들 지불하게 될 탄소세가 연간 5조 원 추산

[ESG경제=이승훈 기자] 지난주 목·금 이틀간 파리에서 열린 기후·금융 정상회의에 참석한 국가들 가운데 22개 국가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선박 연료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탄소 부담금 제도’ 도입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이 프랑스 정부로부터 얻은 회의 요약본에 따르면 프랑스, 스페인, 노르웨이, 포르투갈 등이 이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량에 따라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탄소 부담금 제도 도입을 지지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들이 탄소세 부과를 지지하는지 모두 확인되지는 않았다.
해상 운임 상승 불가피
선박 연료에 부과할 탄소세를 신설하자는 건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는 6월 초 열린 '제78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78)'에서 여러 국가들의 지지 하에 탄소세 부과를 포함한 온실가스 배출 규제 방안을 논의했다.
싱가포르 상품 거래업체인 트라피구라 그룹(Trafigura Group)도 이를 지지해왔으며, 전 세계 상선의 80% 이상을 대표하는 국제해운회의소(International Chamber of Shipping)도 과거 부담금 부과를 요구한 바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해운 업계가 탄소세를 내야 할 경우 해상 운임은 더 오를 수밖에 없어 해운사와 소비자에게 그 비용이 전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블룸버그는 탄소세 부과를 지지하는 곳들이 이처럼 많지만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국이나 중국은 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AP통신은 “일부 전문가들은 탄소세가 부과되면 1년에 1000억 달러(약 131조 원)가 거둬질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운 업계 탄소 배출 우려 고조
IMO에 따르면 해운 업계는 세계 무역의 80% 이상을 운송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3% 가까이가 이곳에서 나오고 있다. 유럽의회는 보고서를 통해 2050년이 되면 이와 같은 비율이 훨씬 더 올라갈 것으로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만일 선박 연료에 탄소세가 부과될 경우 해운 업계가 현재 의존하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석 연료와 청정 버전의 메탄올 및 암모니아와 같이 미래에 사용할 수 있는 추진제 사이의 가격 격차가 좁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170개 이상의 회원국이 있는 IMO에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는 7월 초에 회의를 열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전략을 수정할 예정이지만, 글로벌 탄소세 부과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내리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주 파리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 기후·금융 정상회의를 주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해운 업계는 세금이 없는 섹터”라면서 “이곳에 과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탄소세 부과에 찬성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중국과 미국 및 몇몇 주요 유럽 국가가 동참하지 않는다면 별 영향도 없는 세금을 부과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IMO, 해운업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
한편 IMO는 2018년 온실가스 배출 억제를 위해 국제 해운업계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까지 최소 50%까지 줄이고, 금세기 안에 최대한 빨리 배출량을 아예 제로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GHG 전략(GHG Strategy)' 계획을 발표했다.
또 올해 1월부터는 모든 선박은 기술·운항적 조치인 에너지효율지수(EEXI)를 계산하고, 연간 운항 탄소집약도(CII) 등급을 보고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을 시작하도록 했다.
세계 4위 해운강국인 한국 정부는 ‘탄소 부담금 제도’ 도입 시 해운사들이 지불하게 될 탄소세를 연간 4조8,916억원(1t당 150달러 탄소세 부과 시)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아시아 정부 중 처음으로 국제 해운 분야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했고, 2050년까지 국제 해운 탄소중립을 위해 국적선사 보유 선박을 저탄소·무탄소 친환경 연료 선박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저탄소는 e메탄올, LNG 등 탄소를 저감하는 친환경 연료를, 무탄소는 암모니아·수소 등 탄소 배출 제로의 연료를 각각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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