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태평양, "철강 등 탄소경쟁력 강화해야"
CBAM 1차 적용 대상 아닌 곳도 선제대응 필요

[ESG경제=이신형기자]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상 업종을 탄소배출권거래제(ETS) 적용 업종,제품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주요국이 유사한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1차 적용 대상 업종에 속하지 않는 기업도 장기적으로 선제적 대응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2일 EU 탄소국경조정제도 주요 내용과 한국 기업의 대응 방안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CBAM) 적용 범위와 수준이 강화될 경우에는 중소기업도 직접적인 규제범위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어 공급망에 미칠 직간접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태평양은 또 “철강 등 1차 적용대상 제품 관련 업계에서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전 대비와 탄소 경쟁력 강화에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원회와 EU의 2개 입법기관인 EU 이사회와 유럽의회는 지난 13일 3자 협의를 통해 올해 10월 1일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에 잠정 합의했다. 다만 시행 초 3년간의 전환 기간을 거치도록 합의했다. 전환기간 중 수입업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해 보고하는 의무만 준수하면 된다. 태평양에 따르면 수입업자는 분기마다 수입제품에 포함된 온실가스 배출량과 원산지에서 해당 제품에 부과한 탄소가격 등이 포함된 CBMA 보고서를 분기가 끝나기 1개월 전에 제출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은 원칙적으로 수입제품과 관련된 직접배출량(스코프 1)을 대상으로 하되 특정 조건 하에서는 간접배출량(스코프 2)도 포함될 예정이다.
2026년부터 EU보다 탄소 배출 비용을 적게 지불하는 지역에서 상품을 수입하는 수입업자는 탄소세에 해당하는 CBAM 크레딧을 사야 한다. 분기별 CBMA 보고서와 함께 CBMA 명세서도 제출해야 한다.
태평양은 “탄소국경조정제도 잠정합의안은 EU 이사회와 의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하며, 합의문은 3월 의회에서 본 회의를 거쳐 2주 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승인 이후 EU 관보에 게재되며 게재 20일 후 공식 발효”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을 목전에 두고 있으나,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대응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당장 1차로 제도 적용 대상이 될 기업의 대응도 부실하다는 얘기다.
S&P 글로벌 상품 인사이트(S&P Global Commodity Insight)는 지난달 18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의 대부분이 이 제도가 미칠 영향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소국경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당장 엄격하고 단일화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이나 공시 관행을 갖춰야 하는데 아무런 진전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앞서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도 기획재정부의 의뢰로 지난 7월 작성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수출 기업들이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국제무역기구(WTO) 체제에 의존해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나 미국에서 입법이 추진되는 청정경제법안(CCA)에 따른 관세 부과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34년 ETS 적용 대상 산업 전체로 확대
EU는 당초 탄소 배출량이 많고 배출량을 측정하기 쉬운 시멘트와 철·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력을 1차 적용 대상으로 정했으나, 이번 합의를 통해 화석연료로 생산하는 수소와 특정 전구체, 나사 및 볼트 등 일부 다운스트림 제품으로 적용 대상 산업과 품목을 확대했다.
EU는 또 전환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유기화학제품과 플라스틱에 대한 이 제도 적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어 2034년까지 EU ETS 적용 대상 산업 전체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EU가 “(2026년부터) 8년에 걸쳐 CBAM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ETS의 무상할당은 단계적으로 폐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ETS 적용 대상은 전력과 열 생산 정유, 철강, 알루미늄, 금속, 시멘트, 유리, 석회, 펄프, 제지, 판지, 유기화학, 유럽 내 항공 운항, 아디프산과 글리옥실산, 글리옥살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질소, 알루미늄 생산 시 발생하는 과불화탄소다.
원산지에서 탄소 배출 비용 부과하면 공제 혜택
태평양에 따르면 CBAM 인증서 가격은 EU ETS의 배출권 경매가격의 주당 평균가격에 연동돼 결정된다. 수출업자가 원산지의 ETS와 같은 탄소가격제도에 의해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지불한 경우 소명을 통해 일부 또는 전액을 공제 받을 수 있다. 원산지에서 온실가스 배출 비용을 많이 지불하면 공제액이 커진다.
하지만 미국과 같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해도 법적으로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지 않는 나라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서는 공제 혜택이 제공되지 않는다. EU ETS와 연계해 ETS를 운영하는 스위스와 EU ETS에 참여하는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은 탄소국경조정제도 적용이 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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