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미니언 에너지, CEO에게 ESG 성과급 40억원 지급
모호하거나 주관적이고 달성하기 쉬운 ESG 목표 줄곧 논란
부실 경영에도 ESG 목표 달성 이유로 거액 성과급 수령 많아

[ESG경제=이진원 기자] 미국 유틸리티 기업인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가 회사 경영 상태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ESG(환경·사회책임·거버넌스) 목표를 달성했다는 이유로 최고경영자(CEO)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기업이 모호하고 달성하기 쉬운 ESG 목표를 정해 이를 CEO에게 보너스를 주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최근 ESG 목표와 연계해 CEO의 보수를 책정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논란은 향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주가 폭락에도 ESG 목표 달성 이유로 거액 보너스
29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 등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버지니아에 본사를 둔 도미니언 에너지가 로버트 블루(Robert Blue) CEO에게 ESG 목표를 달성했다는 이유로 2년 동안 300만 달러, 우리 돈 약 40억 원 이상의 보너스를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175만 달러(약 23억 원)에 이어 2022년에는 160만 달러(약 21억 원)를 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회사 경영이 순조롭지 못했는데도 블루 CEO가 이처럼 거액의 보너스를 받았다는 게 문제가 됐다.
작년 도미니언 에너지의 주가는 30%가량 폭락했고, 고객들에게 10억 달러(약 1.3조 원)를 과다 청구해서 비난을 받았다. 이 외에도 글렌 영킨(Glenn Youngkin) 버지니아 주지사를 공격한 슈퍼 팩(Super Pac·미국에서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외국 후원단체)에게 20만 달러(약 2.6억 원)를 후원하면서 회사는 줄곧 경영 논란에 휩싸였다.
시민 단체도 반발했다. 윌 힐드(Will Hild) 소비자연구소(Consumer’s Research) 전무이사는 “객관적으로 성과 분석을 했을 때 블루 CEO가 계속 실패한 경영을 했는데도 회사가 그에게 거액의 ESG 보너스를 줬다는 건 터무니없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사측 대변인은 "5월 주총에서 주주의 91%가 블루 CEO를 비롯한 임원들의 보너스 지급을 승인했다"면서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모호하고 주관적인 ESG 목표가 논란 핵심
ESG 목표와 연계해 CEO들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사례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ESG 보너스 기준이 모호하거나 주관적이고, 때로는 달성하기가 지나치게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비난하는 쪽에서는 기업이 정한 ESG 목표가 사람이나 지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임원 보상을 늘리는 편법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업이 '탄소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설정해 놓고 감축 비율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결권 자문사인 ISS 조사에 따르면 미국 증시 벤치마크인 S&P 500에 속한 기업 중 13%만이 보상 계획과 관련해 구체적인 ESG 목표를 세워놓았고, 7%만이 가중치 기준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 실정이다.
ISS의 ESG 평가 부문 전무이사 조 안스(Joe Arns)는 이런 문제와 관련 지난 3월 경제지인 배런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다수의 기업이 ESG 목표와 관련해 매우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SG 목표가 구체적이라고 해도 실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주는 사회적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배런스에 따르면 하버드 로스쿨의 루시안 베브척(Lucian Bebchuk) 교수는 2022년 발표한 논문에서 “이러한 보상 구성 요소는 CEO가 실제 성과에 대한 책임이 거의 또는 전혀 없이 보수를 부풀리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구체적이고 명확한 ESG 목표 마련 시급"
물론 ESG 보너스를 찬성하는 쪽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ESG 목표와 CEO가 받을 보상을 더 촘촘하게 연결하면 기업이 인력 다양성이나 탄소 배출량 감축과 같은 분야에서 조치를 취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전문가들은 ESG 목표와 CEO 등 임원 임금과 보너스를 연계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 ESG 목표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대로 분명하고 명확하고 실천 가능한 ESG 목표가 마련될 때까지 이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IBM 비즈니스 가치 연구소(IBV)가 옥스포드대와 협력하여 30개국 이상 24개 산업의 CEO 3000명을 인터뷰해 최근 공개한 조사 결과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 경영진이 보수를 받을 때 ESG 성과와 연계하는 관행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의 15% 수준에서 지금은 50%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