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형에서 n형으로 태양광 기술 전환 따라 은 수요 급증 가능성
수요 증가 비해 공급 증가 여력 부족...가격 상승 압박 커질듯

[ESG경제=이진원 기자] 실리콘 태양전지의 기술 트렌드 중심이 기존의 p형에서 이보다 더 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n형으로 옮겨가면서 은(銀) 사용량이 늘어 은의 수급 불균형 및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일 보도했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집적 회로(IC)를 만드는 얇은 규소판인 실리콘 웨이퍼를 사용하여 태양 에너지를 직접 전기 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를 말하는데, 은은 전지의 앞뒷면에 들어가 전도층을 형성한다.
태앙광 업계서 은 수요 증가 전망
블룸버그에 따르면 태양광 업계가 전체 은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매우 작지만 점점 더 수요가 커질 전망이다.
은연구소(Silver Institute)는 2014년만 해도 전체 은 소비량에서 태양광 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5% 정도에 불과했지만, 올해 14%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보다도 많은 태양전지판을 설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이 은 수요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실버불리언(Silver Bullion)의 설립자 그레고르 그레거슨은 블룸버그에 “태양광 분야는 은 수요가 얼마나 비탄력적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면서 “태양광 업계가 더 적은 양의 은을 사용하여 훨씬 더 효율적인 전도층을 만드는 쪽으로 발전해 왔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탑콘 구조 부상하며 은 수요 확대 전망
현재 p형 웨이퍼에 n형 도핑층을 형성하는 p형 실리콘 태양전지 대부분은 퍼크(PERC ; passivated emitter and rear contract) 구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탑콘(TOPCon ; tunnel oxide passivated contact) 구조로 대표되는 n형 웨이퍼에 p형 도핑층을 형성하는 n형 태양전지와 p-n 이종접합(heterojunction) 구조의 태양전지 시장이 2~3년 안에 p형 시장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글로벌 태양전지 시장은 퍼크가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퍼크 전지는 와트당 약 10밀리그램의 은을 필요로 하지만 탑콘 전지는 13밀리그램, 이종 접합 전지는 22밀리그램의 은이 필요하다. 따라서 탑콘과 이종접합 전지 시장이 커질수록 지금보다 은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요 증가가 예상되더라도 공급이 받쳐주면 수급 불균형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주지 못하는 양상을 보인다.
은연구소는 작년에는 은 수요가 20% 가까이 증가했지만 공급은 제자리걸음을 한 가운데 올해에도 은 생산량은 2% 증가에 그치겠으나 산업 소비는 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요에 못 미치는 공급
문제는 은 공급을 늘리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은 공급의 약 80%는 납, 아연, 구리, 금 등의 추출 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온다. 그런데 채굴업체들이 대규모 신규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를 꺼리는 상황인데다, 은의 마진이 다른 귀금속 및 산업용 금속에 비해 여전히 낮아 채굴업체들이 생산량을 쉽게 늘리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게 블룸버그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뉴사우스웨일스 대학교의 연구 결과 2050년까지 태양광 부문이 전 세계 은 매장량의 85~98%를 고갈시킬 수 있다고 예측할 정도로 공급이 큰 부담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은 가격은 3일 오후 현재 온스당 23달러 선을 오르내리며 거래되고 있다. 올해 들어 약 5% 하락했지만, 팬데믹으로 수요가 급증했던 2020년 이전 가격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래프=네이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