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5%선 중심으로 연금과 목돈 선호 엇갈려
금리 5%이상이면 연금 필요없이 이자로 생활 가능

한때 공무원이 일반인의 부럼움의 대상이 된 적이 있었다. 급여가 많아서도, 일이 편해서도 아니다. 물론 정년을 보장하기 때문에 사기업보다 오래 일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연금이라는 혜택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반인은 많아봤자 국민연금을 150만~200만원 받지만 공무원은 어지간하면 300만원 가량돼 든든한 노후 버팀목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공무원 연금은 연금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제구실을 못했다. 공무원들은 퇴직하면서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수령해 목돈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1982년부터 2012년까지 30년이상 재직하고 퇴직한 공무원 가운데 연금 선택 비율을 보면 뚜렷한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1998년까지 연금 선택 비율은 50%가 채 되지 않았다. 2명중 1명은 일시금을 선택했다. 1999년부터 이 비율이 역전되기 시작해 2012년 기준으로 약 93%가 연금을 선택했으며 2005년이후 부터는 연금 선택비율이 9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2000년대 들어 연금 선호 급증
연금 선호 현상의 배경은 무엇일까? 공무원들의 연금 선택 비율이 높아진 것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 사실 연금 자체는 썩 매력적이지 않다. 받을 돈을 찔끔찔끔 받는 것보다는 나중에야 어찌되든 일시금을 한번에 챙기는 게 더 나을지 모른다.
인간은 미래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좇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2000년대 들어 연금 선호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금리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연금 같은 미래자산은 현재가치가 할인율, 즉 금리에 따라 결정된다.
연금의 가치는 저금리 상황에선 올라가고, 고금리가 되면 그 가치가 떨어지는데, 그 경계선은 5%대로 분석된다. 왜 하필 5%일까. 이 선 아래에선 연금의 현재가치 상승속도가 가팔라지나 그 위에선 더뎌지게 된다. 말하자면 연금 선호의 마지노선이라는 이야기다.
노후자금의 인출률이 연 4%라고 할 때 은퇴기간 30년을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금리 5%라면 굳이 연금을 만드느라 애쓸 필요없이 목돈을 은행에 넣어두고 이자를 받아 생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1980년대만 해도 20%를 오르내리던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1990년대 말부터 급전직하더니 2000년대 들어 5%대로 진입, 저금리 시대를 열었다. 이에 따라 할인율이 큰 폭으로 떨어져 이때부터 목돈보다는 현금흐름이 이어지는 자산이 주목 받기 시작했다.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연금자산의 인기가 올라가기 시작한 건 그래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대다. 연금이냐 목돈이냐 기로에 있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계속 금리인상 페달을 밟는다면 연금자산은 인기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다시 목돈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빠르면 내달, 늦어도 올해 안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3%대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브레이크를 걸 경우 우리나라 금리는 여기서 더 오르기가 어려울 듯 하다. 아직 연금은 노후 재원으로서 충분한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연금자산을 가급적 많이 만들어놓아야 한다. 국민연금으로 밑자락을 깔고 그위에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얹어 3층 구조를 만드는 것이 노후설계의 기본이다. 그래도 노후생활비가 모자랄 수 있다. 시세로 15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가진 사람은 주택연금으로 4층을 만들 수 있다. 아파트를 금융기관에 맡기고 대출을 받아 연금형식으로 쓰는 방식인데,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라 가입이 늘고 있다. 일반 주택도 주택연금이 가능하지만 가치를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만큼 아파트로 갈아타는 것도 생각해볼 만 하다.
월급주는 ETF에 관심을
5층 설계공법도 있다. 월지급식 상품으로 소득흐름을 창출하는 것이다. 미리 목돈을 금융상품에 넣어두고 매달 일정한 이자를 받는 방식이다. 보험사나 증권회사를 찾아 목돈을 넣으면 원금과 이자를 매달 쪼개 지급하는 상품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월분배형 상장지수펀드(ETF)다. 월분배형 혹은 월지급식 ETF는 배당금, 이자, 임대료, 옵션프리미엄 등을 원천으로 매월 현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미국, 일본 등 해외에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고, 투자 대상도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여러 가지다. 비용도 싸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수료로 낮아져 투자자 입장에서는 1%도 안 되는 저비용으로 여러 ETF를 활용해 매월 현금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특히 퇴직자나 퇴직을 앞둔 사람들은 월지급식 ETF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요즘 수익률은 연 4~5%선이다.
[서명서 ESG경제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