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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은퇴설계] 국민연금 늘렸더니 건보료 ‘뒤통수’

  • 기자명 서명수 기자
  • 입력 2023.12.10 11:22
  • 수정 2023.12.26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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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령액 167만원 넘으면 다른 소득 없더라도
피부양자 자격상실···1000만원 ‘추납’하면 수령액
8만원 늘지만 건보료 매달 15만원 부담해야 해

이미지=건보공단
이미지=건보공단

“요즘 장사도 안돠는 지난해 건보료 인상분 18만원을 더 납부하라니 죽을 맛입니다.”

“국민연금 늘리려고 5년 늦게 받았더니 건보료 인상으로 뒤통수를 때리네요.”

올해 조정된 건강보험료 인상분 고지서가 본격 발부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같은 하소연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대부분 정부, 언론 등에서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위해 국민연금을 될 수 있는 대로 늘리라는 권유를 따랐는데, 건보료 폭탄을 맞아 억울하다는 이야기다.

국민연금은 현존하는 최고의 노후 재테크 상품이다.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수령액 비율)이 40%에 이를 정도로 수익성이 뛰어난 데다 물가 상승까지 반영해준다. 게다가 추가 납부(추납), 수령 연기 등으로 가입 기간을 늘릴수록 연금액이 많아지게 설계돼 있다. 시중에는 이만한 금융상품을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건보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을 통해 피부양자 자격 요건을 강화하면서 졸지에 건보료 부담이 늘어난 은퇴자가 급증했다.

피부양자의 소득 기준은 소득세법상 연간 합산소득 34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낮아지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됐다. 합산소득에는 금융소득(예금 이자, 주식 배당 등), 사업소득, 근로소득, 공적연금 소득, 기타소득이 포함된다. 다만,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 소득은 빠진다.

은퇴자들, 피부양자 요건 강화로 건보료 부담 커져 

내년부터 국민연금 160만원을 탈 한 60대의 예를 들어보자. 최근 만기가 돌아온 은행적금 1000만원이 생겼다. 만약 이 돈으로 국민연금 추납 제도를 이용하면 수령액은 168만원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당하고 지역가입자로 넘어가 월평균 15만원대인 건보료를 부담해야 한다. 국민연금을 몇 만원 늘리려다 15만원의 건보료를 뒤집어쓰는 셈이다. 굳이 국민연금 추납제도를 이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군인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으로 생계를 꾸리는 은퇴자다. 건보료 소득 인정 기준 강화로 27만3000명 정도가 피부양자에서 제외됐는데, 그중 연금 소득자가 75%(20만5212명)에 달했다.

국민연금으로 매월 167만원 이상을 타는 은퇴자는 다른 소득이 없더라도 연금만으로 연간 2000만원을 넘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퇴직 공무원은 2019년 기준 연간 2976만원으로 대부분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해 피부양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지금까지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내던 이들에겐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소득은 물론 보유 부동산에까지 부과된 건보료 고지서가 발부된다.

한 60대 은퇴자는 “퇴직하면 돈 한 푼이 아쉬운데 앞으로 연 200만원이 넘는 건보료를 내라니 울화통이 터진다”며 “그것도 정부, 연금공단, 언론 권유로 연금을 늘렸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았다”고 하소연했다.

국민연금 수령액을 늘리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제도는 반납과 추납·연기·임의계속가입 4가지로, 국민연금의 경쟁력을 다른 금융상품보다 우위에 올려놓으면서 저변 확대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이젠 건보료 유탄을 부르는 요인으로 돌변했다. 국민연금공단조차도 앞으로는 연금을 늘리는 일은 신중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다.

국민연금 추가납입이 건보료 유탄 부르다니

이중 40, 50대 중년층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연금 재테크’는 추납이다. 추납 제도는 경력단절 여성이나 가정주부, 실직을 겪은 국민이 납부 중지 기간에 해당하는 납부액을 추후에라도 납부하면 이를 가입 기간으로 산입해주는 것으로 1999년 4월 도입됐다.

그동안 추납보험료 평균 납부금액이 250만원에서 560만원으로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일부 고소득층 중심으로 추납을 일종의 재테크 수단으로 삼아 재산증식에 나서는 가운데 1억원이 넘는 돈을 납부하는 사례도 생겼다.

그럼 만약 앞서 예로 든 사람이 1000만원을 IRP(개인형 퇴직연금) 같은 개인연금에 넣는다면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한다면 현재로선 건보료 부과 대상이 아니지만 이에 포함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감사원은 지난 해 사적연금 소득의 규모가 증가하는데도 건강보험료 부과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다른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 수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거론했다. 이에 정부는 감사결과를 수용하고 보험료 산정 등에 사적연금 소득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감사원은 “사적 연금소득의 규모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적 연금소득과 달리 보험료 부과 대상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 다른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더욱 늘어나는 등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수입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적연금까지 건보료 부과 대상 되나?

하지만 이런 감사원 지적에는 아직 한국에서 사적 연금시장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준조세 격인 건보료를 사적연금에 부과할 경우 이중과세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적연금은 운영 주체인 정부 등이 부담금을 지원했기에 건보료를 매기더라도 다소 수긍할 수 있지만 사적연금에는 개인이 월급에서 이미 보험료를 납부(원천징수)한 세후소득 중 노후를 준비하고자 자발적으로 납입한 저축성 성격의 사적연금에 보험료를 다시 부과하면, 이중 부과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월급에서 건보료 뗐는데, 정부 지원 없이 가입한 사적 연금에까지 건보료를 부과하면 사실상 건보료를 2번 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사적연금에 보험료를 매길 경우 퇴직자가 다층적 노후 소득원을 확보할 수 있게 사적연금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정부 정책과 상충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공적연금만으로는 노후 소득 보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를 보완하고자 1994년부터 사적연금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연금 계좌 납입액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적연금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재로 노후 소득 보완 수단인 사적연금 활성화에 한계가 있을 수 있고, 국민이 노후 준비를 하고자 사적연금을 활용할 유인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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