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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은퇴설계] 3040이 노후준비를 미적거리는 이유는?

  • 기자명 서명수 기자
  • 입력 2024.03.10 20:02
  • 수정 2024.03.10 2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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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보다 현재의 나 중시하는 ‘시간비일관성’
복리효과 위해 주식·펀드 투자로 장기 승부해야

노후준비는 자산의 복리효과를 위해 빠를 수록 좋다. 사진=픽사베이
노후준비는 자산의 복리효과를 위해 빠를 수록 좋다. 사진=픽사베이

1970년대는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만연한 시기였다. 경제학자들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본격 연구하기 시작한 건 이때였다. 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을까? 주범은 바로 정책 당국이었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려고 통화 공급을 줄이다가 그 목표가 달성될 즈음에 선거가 다가와 실업을 줄이고자 하는 유혹에 빠져 슬그머니 통화 고삐를 풀어버린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경제정책을 단기적 또는 정치적으로 쓰는 것은 ‘시간 비일관성’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시간 비일관성’이란 지금 당장 어떤 일을 해야 장기적으로 높은 효용을 얻게 될지 잘 알고 있지만 현재의 효용을 중시하기 때문에 일을 미루려 한다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이야기다.

우리 주변엔 흡연자들이 많다. 이들은 살면서 한 번 이상은 금연을 시도했다. 하지만 열에 아홉은 실패를 경험했다. 다시 담배를 필 때마다 그들은 주로 이런 말을 한다. “안 피워서 스트레스 받는 게 건강에 더 나쁘다.” 하루 단위로 보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다만, 장기적으로 오랜 세월의 흡연은 결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개인의 경제활동도 시간비일관성 때문에 차질을 빚는다. 노후준비가 그렇다. KB금융그룹이 지난해 11월 20~79세 전국 남녀 3000명에게 질문한 결과 21.2%만 노후준비가 잘 돼 있다고 대답했다. 반면 44.6%는 준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설문조사는 우리나라 사람이 얼마나 노후준비에 소홀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노후준비만큼은 되도록 일찍 시작해야 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요즘은 직장 생활을 시작해 막 자리를 잡은 30대부터 노후설계를 한다. 40대가 되면 노후준비에 마음이 더 바빠진다.

노후에 타게 되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비 충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열심히 붓는 등 각자 알아서 노후대책을 세워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노후준비 마음은 바쁜데, 돈들어갈 곳 넘쳐

그러나 문제는 생각만 앞설 뿐, 대부분 실천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는 점이다. 막상 노후준비에 들어가려고 하면 이상하게도 다른 돈 쓸 데가 생겨서다. 자녀 교육비라든가 내 집 장만 같은 재무 목표가 발등의 불로 다가온다. 퇴직연금의 90% 이상이 일시금으로 지급되고, 개인연금의 절반가량이 중도해지되는 건 그래서다.

시간비일관성 문제와 관련해 미국 하버드대의 토드 로저스 교수는 이런 실험을 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급여의 2%를 자동이체해 저축하는 것에 참여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랬더니 모두가 동의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부터 즉시 저축이 시작된다는 질문을 던졌을 때엔 오직 30%만 참여하기로 했고, 1년 뒤 저축이 시작된다고 했을 때엔 77%나 동의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저축참여율에 차이가 나는 것은 시간 때문이다. 미래보다는 현재에 더 가중치를 두는 인간의 속성이 부른 결과라고 로저스 교수는 분석했다. 사람들은 같은 돈이라도 미래에 사용하는 것보다 지금 사용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 지금 당장 어떤 일을 해야 장기적으로 높은 효용을 얻게 될지 잘 알고 있지만 현재의 효용을 중시하기 때문에 일을 미루려 한다는 것이다.

이 실험과 우리의 노후준비 행태를 대비해 보자. 노후의 안정된 생활을 위해 사람들은 저축을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퇴직 때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다. 그래서 저축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쉽게 한다. 그러나 정작 저축을 해야 할 때가 되면 망설이거나 이런 저런 핑계로 저축을 미룬다. 마치 금연이나 다이어트를 미루는 것처럼.

   <복리 수익률의 마법>

하지만 노후준비는 미루면 미룰수록 문제가 심각해진다. 예를 들어 매달 100만원씩 10년 저축하면 이자 없이도 1억2000만원을 모을 수 있다. 수익률 3%만 잡아도 1억4000만원이다. 같은 금액을 30년 넘게 같은 수익률로 굴리면 5억8000만원이 된다. 수익률이 5%라면 8억2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일찌감치 꾸준히 저축할수록 수익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이를 ‘복리효과’라고 한다.

그래도 지금 당장 시작하라

노후 삶의 질은 금융자산의 수익의 크기에 좌우된다. 수익을 키우려면 자산이 많거나 재테크에 뛰어난 재주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지체된 상황에선 재테크로 자산을 불리는 것이 요원한 일이다.

방법은 있다. 저축기간을 좀 더 길게 가져가 복리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자산 증식을 위한 시간과의 싸움에선 주식이나 펀드 같은 위험자산 투자에 승부를 거는 것이 유리하다.

위험자산은 원금손실이란 뼈아픈 약점이 있지만 시간의 흐름은 그 약점을 덮어준다.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릴 시간이 넉넉한 사람은 해볼 만한 게임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일찍 저축을 시작하고 싶지만 막상 행동에 옮겨야 하는 순간이 오면 결심은 흐물흐물해진다.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루지 말고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다만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자동이체를 이용할 수 있다. 한번 큰맘을 먹고 연금저축계좌를 개설하고 자동이체를 설정하면 끝이다.

정기적으로 매달 일정금액이 쌓이게 해두고 그 돈은 없는 셈 치고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도 모르게 든든한 노후준비를 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니는 직장에서 주는 명절 떡값이라든가 격려금 같은 것도 이 계좌에 넣도록 하자.

‘미래의 나’는 지금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만 ‘현재의 나’는 당장 먹고 사는 일이 급하기 때문에 노후준비의 효용을 잘 모른다. 노후준비를 꼭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루는 이유다. 미래의 내가 현재의 나를 이기는 길은 단 하나, ‘지금 바로 시작하라’다.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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