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노후자금을 만들지 못한 50대 이상은 25%에 달한다. 이들에게 은퇴 시점까지 노후준비를 끝내라는 것은 불가능한 소리로 들린다. 나머지 75%라 해서 노후준비를 마쳤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상당수가 원하는 노후생활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준비 상황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노후자금이 부족하다면 해결방법은 크게 두가지다. 퇴직 후에도 일을 하는 것이 첫 번째다. 사람에겐 인적 자산과 물적 자산이 있다. 인적 자산은 배운 지식과 경험이다. 물적 자산은 축적해 놓은 연금이나 금융자산, 부동산을 말한다.

퇴직은 인적 자산이 휴식에 들어가는 대신 물적 자산은 왕성한 활동을 시작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물적 자산을 잘 굴려 노후자금에 보탬이 되도록 하기엔 운용 노하우라든가 투자 방법이 서툰 사람이 많다. 자칫 해보지 않은 사업이나 투자에 나섰다가는 낭패 보기 일쑤다.

월 200만원이면 금리 3% 기준 금융자산 8억 보유 효과

그래서 많은 전문가가 인적 자산을 놀리지 말고 재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직장에서 물러났다고 기죽지 말고 파트타임 일자리를 알아보고, 이게 여의치 않으면 직종을 바꿔 재취업을 해보라는 것이다. 인적 자산은 저금리 상황일수록 빛을 발한다.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한 후 파트타임으로 비슷한 일을 찾았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월 200만원을 받는다면 금리 3% 기준 8억원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같다. 금리가 2%로 떨어진다면 월 200만원은 12억원의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이자와 맞먹는다.

혹시 일하기 싫다해도 방법은 있다. ‘플랜B’를 가동하는 것이다. 플랜B는 이미 세운 계획을 변경해 행복해지는 방향이 무엇인지 지혜를 짜내는 것을 말한다. 저축한 돈이 얼마 안되는 상황에서 원하는 노후생활을 즐기는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플랜B는 한 마디로 덜 쓰고, 더 저축하며 돈이 새끼 칠 시간을 버는 것을 말한다.

먼저 노후 부족 자금을 계산해 보고 이를 메우기 위한 월별 저축계획을 세우고, 지출 예산에서 삭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이 방법은 아주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차 두 대를 한 대로 줄인다든지, 아니면 사는 집 크기를 줄이거나 외식을 절제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예산을 감축한 돈이 저축 재원이 된다. 생활수준이 떨어지는 것을 달가워 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이러한 희생이 은퇴 후 보상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생각하면 지출감축은 참을 만 하다. 낮춰진 생활 수준에 익숙해지면 은퇴 후 돈 소비에 여우를 갖게 된다. 지출감축은 지금까지 필요하다고 여겨왔던 많은 것이 실제로는 불필요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마른 수건 쥐어짜기’도 지혜롭게

아무리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 해도 노후 부족자금을 충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저축금과 저축할 금액을 기준으로 은퇴 후 수입이 얼마인지 따져보고 이것으로 인생 후반전의 삶을 어떻게 영위해야 하는지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말하자면 은퇴 재설계다. 노후생활의 기대수준을 확 낮추고 꼭 필요한 것만 지출하는 방향으로 그림을 다시 그리는 것이다.

개인적 행복을 지키기 위한 최소의 조건에 대해 심사숙고해 보자. 노후의 삶에 관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는 것은 현재 소비에 변화를 주는 데 자극제가 될 것이다. 플랜B는 뼈를 깎는 지출감축의 고통에 대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은퇴 후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취지의 계획이다.

소비를 조정하는데 단기적인 고통은 따를 수 밖에 없겠지만, 미래 삶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행복지수는 다시 올라가게 될 것이다.

[서명수 ESG경제신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