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호조·재정적자 확대가 상승 요인…20일 나스닥 1.5%↓
다이먼 CEO "7% 금리 대비해야" vs 골드만삭스 "4.2%가 적정“
한국, 증시하락·환율불안…기업·가계 긴장하고 허리띠 졸라매야

[ESG경제=김상민 기자] 글로벌 금리의 기준(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 19일 ‘심리적 저항선’인 5%를 찍으면서 세계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증시 하락과 환율 상승 등 고금리 충격을 실감하는 모양새다. 20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69% 떨어진 2,375를 기록했고, 달러당 원화 환율은 1,353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19일 기준금리를 연 3.5%로 6연속 동결했으나. 미국 기준금리(5.5%)와 2%포인트 격차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등 국내 시장 금리는 미국의 고금리 영향을 받아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5% 찍은 건 16년 만에 처음…주요인은 '경제 호조’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9일 5% 선 위로 올라섰다가 20일에는 4.914%를 나타냈다. 5%를 잠시나마 돌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금리 상승의 주요 요인은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가 전망치를 웃돌고 산업생산도 좋게 나타났으며, 비농업 일자리도 견조했다.
시장이 ‘5% 금리’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금리가 다양한 방향에서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투자자들에게 '중요 기점(significant milestone)‘으로 작용한다. 전 세계 장기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므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올라가고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도 커진다. 국채 금리 상승은 국채 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투자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국채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주식시장에도 악재다.
19일과 20일 연속으로 뉴욕 증시가 약세를 보인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고금리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채권 수익률(국채 금리)의 끊임없는 상승 행진에 증시가 겁을 먹었다”고 설명한다.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가라앉았던 미 은행권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새로 발행되는 채권값이 싸지면서 은행들이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미 국채 수요는 갈수록 줄고 이에 따라 은행권의 미실현 손실이 불어나고 있다.

다이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제기...연준 내부 “내년 중반까지 금리 인하 힘들어”
미 국채 금리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정말 7% 금리로 가는 것이냐'란 질문에 "금리가 5%로 갈 것이라고 (지난해) 내가 말했을 때도 사람들은 '정말로 가는 것이냐'라고 물었다"며 "(7% 금리는) 가능하다"라고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닥칠 가능성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구성원 중에서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로 꼽히는 래피얼 보스틱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20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물가상승률이 3.7%이고 우리 목표는 2%다. 둘은 같지 않고, 물가상승률은 2%에 가까워져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미 목표에 도달했다고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나는 연준이 내년 중반 이전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그의 발언은 물가가 2% 수준으로 둔화했음을 실제 지표로 확인할 때까지 연준의 통화정책이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에서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에 골드만삭스는 올해 4분기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국채 매도세가 진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고유가와 함께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로 미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10년물 국채의 적정 수익률은 4.2~4.3%라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분석이다.

추경호 부총리 “고금리, 장기간 지속 가능성…정책 대응 면밀히 점검”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은 각국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려는 글로벌 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0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아직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수습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국제유가 상승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세계 경제의 회복 속도가 조금 더디다"라며 "불확실 요인이 계속 있으므로 예의주시하고 있고 여러 정책 대응을 면밀히 점검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사태의 확산, 확전 등이 굉장히 불확실하다"며 "우리 금융, 외환, 국제유가, 실물경제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굉장히 긴장하면서 관계기관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의 설명은 결국 ’글로벌 고금리 현상‘이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소리없는 대형 악재‘가 될 수 있으므로 기업이나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바짝 긴장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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