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약 무색 "10월 기온 예년 평균보다 1.7℃ 높았다…내년 더 더울듯"

[ESG경제=홍수인 기자] 올해가 12만5천년 만에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올겨울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내년이 더욱 더워질 수 있다는 것. 인류는 뜨거워진 지구에서 발생할 폭염·가뭄·홍수 등 각종 기상 이변을 일상으로 겪고 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CCS)는 전세계적으로 지난달이 1800년대 후반 10월 평균 기온과 비교해 1.7℃ 높아 역대 가장 더운 10월로 기록됐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CCCS는 12만5천년 전 마지막 간빙기 이후 올해가 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는 게 "사실상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CCCS는 올해 1∼9월 평균 기온이 같은 기간 기준으로 역대 가장 더웠던 해인 2016년에 비하면 0.05℃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게 더워진 기후가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반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CCCS의 진단이다.
1.7℃ 상승 폭은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협약을 통해 억제하기로 약속한 산업화 전 대비 지구온도 상승폭인 1.5도를 훌쩍 넘는 수치다.

미국의 기후분석단체인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는 "2023년이 기록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된다는 게 사실상 확실해졌고, 그 확률도 99%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이상 고온의 원인으로 엘니뇨 현상과 함께 여전히 화석 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을 꼽았다. CCCS는 엘니뇨 현상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나 이전에 발생했던 1997년과 2015년보다 이상고온 현상이 훨씬 덜하다고 지적했다.
CCCS 관계자는 "2015년 하반기에는 엘니뇨가 지금보다 강력했는데도 올해 6월 이후 전세계 기온이 그때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올해 기온 상승의 주요인이 이산화탄소 배출 때문이라는 것이다.
WMO "엘니뇨, 적어도 내년 4월까지 지속…폭염·홍수·가뭄 심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년에는 4년 만에 발생한 엘니뇨가 내년 4월까지 지속하면서 날씨가 갈수록 더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7∼8월부터 빠르게 발달한 엘니뇨가 9월께 중간 정도의 강도가 됐고, 올해 11월부터 내년 1월 사이에 강도가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엘니뇨 현상은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엘니뇨의 정반대 현상, 즉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지구 기온 상승을 일정 부분 억제하는 효과를 내지만 엘니뇨는 온난화를 부추기는 효과를 낸다. 각종 기상 이변 발생을 부추기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WMO는 "올해부터 내년 초까지의 겨울철에 엘니뇨가 지속할 확률은 90%에 이르며 북반구에서 내년 봄철에 세력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엘니뇨 현상이 일어나는 동안 폭염, 홍수,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날씨와 기후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며, 육지와 바다 모두 온도가 급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엘니뇨 현상이 시작된 올해 7월 지구 기온이 1940년 관측·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으며, 지난 8월은 7월에 이어 두 번째로 지구 기온이 높은 달이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엘니뇨가 지구 온도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적으로 발생 2년째에 더 심해지므로 지구가 가장 따뜻했던 기록이 나온 올해보다 내년이 더 따뜻해질 수 있다"며 "이는 생명을 구하고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후 대응) 노력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